-정선 민둥산억새꽃축제 활짝 핀 억새꽃이 가을 산을 하얗게 뒤덮었다.
은빛 물결이 장관을 이루는 억새꽃축제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울산 영남 알프스 억새축제(10월 6일~7일)를 비롯해 전남 장흥 천관산 억새제(7일),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축제(12~14일)와 함께 강원도 정선 민둥산 억새꽃 축제는 지난 달 14일 막이 올라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전국 5대 억새 군락지 중 최고로 손꼽히는 정선 민둥산억새꽃 축제는 올해로 17회째를 맞는다. 오랜 연륜도 연륜이지만 산 정상 가까이에 펼쳐지는 드넓은 억새밭의 장관은 단연 으뜸이다. 해발 1119m의 민둥산은 억새산이라 해도 좋을 만큼 산 정상이 온통 억새로 뒤덮였다. 해발 800여m의 발구덕마을에서 정상까지 억새밭이 이어지고 정상이 가까워지면 평야 같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능처럼 둥그스름한 산정과 구릉을 따라 만발한 억새꽃이 바람이 불 때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물결친다.
민둥산은 이름 그대로 나무가 없는 산이다. 과거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매년 산 정상을 태워 나무가 자라지 못하게 했는데, 그 때문에 억새풀만 자라는 생태계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민둥산 정상에 서면 시선을 가리는 수목이 없어 어느 곳에서나 조망이 뛰어나다. 정상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는 함백산과 지장산이, 남쪽으로 두위봉 백운산, 서쪽으로 가리왕산 백석봉, 북쪽으로 상원산, 노추산, 상정바위, 괘병산, 고적대를 비롯해 멀리 두타산과 태백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생각해서만도 안 된다. 민둥산의 억새들은 거의 한길이 넘고 매우 조밀하게 서식하고 있어 등산로를 벗어나면 자칫 길을 잃기 싶다. 또 산세가 둥글둥글 원만한 듯 보이나 초입의 가파른 산길이 노약자에게는 좀 힘든 편이다. 하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평탄한 등산로가 펼쳐지므로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나들이객도 많이 눈에 띈다.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 재미도 각별하다.
민둥산 산행은 증산역 북쪽 증산초등학교 아래 민둥산가든을 기점으로 삼는다. 민둥산가든 앞에 승용차 주차장이 있다(무료). 민둥산가든-경전선 철로 아래 길 - 낙엽송지대 -민둥산 남릉 등산로 - 억새밭 -민둥산 정상-지억산쪽 능선길 -함몰지대-발구덕마을에 이르는 코스(약 5km , 편도 약 3시간 소요)가 기본. 등산보다 억새군락지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능전마을에서 출발하는 편도 1시간30분의 짧은 코스도 있다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오전 9~11시에 증산초교 앞에서 출발하는 90여분 코스의 민둥산 등반대회가 열린다. 또 산상 엽서보내기를 비롯한 달집 소원성취문 달기, 산악 승마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도 기다린다.
민둥산 억새꽃축제가 열리는 정선까지 간 걸음이라면 정선 5일장과 아우라지, 화암약수터 나들이도 빼놓을 수 없다. 2, 7일날에 열리는 정선 5일장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무르익은 인정이 기다린다. 각종 산나물과 약초, 감자, 황기, 더덕, 마늘 등이 쏟아져 나오고, 먹자골목으로 들어서면 금방 쪄낸 따끈따끈한 감자떡과 옛날 찐빵, 말랑말랑하게 부쳐내는 수수부꾸미, 두둑하게 속을 채운 메밀총떡, 콧등치기국수 등등이 걸음을 붙잡는다.
물맛 좋기로 유명한 화암약수는 약수뿐 아니라 주변 경치도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화암리와 몰운리 일대 동대천을 따라 펼쳐지는 화암8경의 제1경인 화암약수는 맑은 계곡과 우거진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톡 쏘는 약수 특유의 맛에는 철분과 탄산수가 풍부하고 칼슘과 불소 외에 9가지 성분이 함유되었다. 계곡을 따라 야영장도 잘 조성되어 있다.
*맛집
곤드레나물밥을 먹지 않고선 정선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할 만큼 유명한 별미인 곤드레나물밥. 향긋하고 고소한 곤드레나물밥은 읍내 동박골식당(033-563-2211)과 미락정(033-563-4477), 고향식당(033-562-8929) 등을 비롯해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가는 요령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새말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국도 42번을 타고 평창 - 정선으로 달린다. 정선읍에서 38번 국도를 따라 남면 방향으로 향하면 421번 지방도가 만나는 증산초등학교가 나온다. 발구덕마을로 가려면 지방도 421번을 타면 된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