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군산 채만식문학관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전북 군산으로 떠날 땐 먼저 신발끈부터 다시 묶는다.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가 있는 국제적인 해양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한 군산을 여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 수탈의 공간이었던 군산에는 아직도 뼈아픈 과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군산이 품고 있는 사연 많은 그 흔적들을 찾아 골목골목을 누비기 위해서다.
"탁류길"도 그 중 하나다. 군산시가 도보여행객을 위해 내놓은 비단강길, 햇빛길, 큰들길, 구슬뫼길, 물빛길, 달밝음길, 새만금길 등과 함께 탁류길을 넣어 이야기가 있는 군산의 "구불길 7코스"를 선정했다.
탁류길은 한국 근대 풍자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소설가 채만식의 체취와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채만식은 군산시 임피면 읍내리 출신으로, 여러 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장편소설 <탁류>는 이 곳 군산을 무대로 하고 있다.
탁류길을 따라 가면 만석지기의 노름이라는 미두장의 기념비를 비롯해 백년광장 - 부잔교 -(구)조선은행 - 빈해원 - 동령고개 - 국도극장 - 콩나물고개 - 동국사 - 월명동/영화동 일대 - (구)군산세관 - (구)장기18은행 등 군산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 답사코스로 이어진다.
탁류길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먼저 들러보고 가야 할 곳이 있다. 금강과 인접한 내흥동에 자리한 채만식문학관이다. 2001년 세워진 채만식문학관에는 그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과 작품세계, 각종 자료 및 유품 등이 방문객을 맞는다. 1층 로비로 들어서면 생전의 치열했던 삶의 여정을 시대에 맞춰 파노라마식으로 볼 수 있는데, 선생의 목소리를 재현해 소개하고 있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사진으로 보는 당시의 군산 모습과 작품 속의 장소들은 가혹한 수탈과 절대 궁핍의 시기였던 식민지시대의 황폐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에 대처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그의 작품 <탁류>는 식민지시대 혼탁한 물결에 휩쓸려 무너지는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미두(米豆, 현물없이 쌀의 시세로 거래하는 투기)에 손을 댔다가 전 재산을 날린 아버지 정주사로 인해 딸 초봉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는 탁류에 휘말린다. 여러 사람에게 유린되다가 사생아를 낳고 끝내 살인을 저지르는 비극적 주인공 초봉의 삶과 일제 강점하의 억압적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식민지시대의 어둡고 부조리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문학관 2층 영상세미나실에서는 오페라 <탁류>와 채만식 선생의 일대기를 엮은 영상물이 상영된다. 문학관 주변은 콩나물고개를 재현한 둔뱀이 오솔길, 호남평야에서 걷어들인 쌀을 실어오는 기찻길 등과 미두, 백릉, 청류, 문학광장으로 조경해 관람객들에게 더욱 더 선생의 문학 향취에 빠져들게 한다.
*맛집
군산에는 소문난 별미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5대 짬뽕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복성루(063-445-8412) 짬뽕은 푸짐한 해산물에 고기가 고명처럼 얹어진 점이 특이하다. 매콤하고 칼칼한 국물맛이 일품. 40년 넘는 손맛을 자랑하는 경산옥(063-452-0889) 아구찜도 빼놓을 수 없는 맛집. 전국에 군산 아구찜의 명성을 전한 원조집이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경우 군산나들목보다 이전 동서천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더 간단하게 찾아갈 수 있다. 동서천나들목에서 나와 금강하굿둑, 장항 방면으로 향한다. 금강하굿둑 관광지 4거리에서 좌회전, 하굿둑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오른쪽에 채만식문학관이 보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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