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을 주관하는 FIA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소개하면서 버젓이 "일본해"라고 기재, 수많은 한국인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것. 더구나 국민 혈세를 쏟아부은 F1 코리아 그랑프를 찾은 해외 언론에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만 널리 알려준 꼴이 됐다. 또 중앙정부가 외교를 통해 일본해와 동해의 병행표기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일본해의 단독 표기를 방치한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F1 한국대회의 운영주체는 민간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인 전라남도다.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전남이 F1 대회 운영사업자인 FOM 등에 내는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매년 개최권료로 300억 원 이상을 지급한다. 대회 개최로 인한 적자액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해의 단독 표기는 한국의 자존심마저 FIA에 내준 것이나 다름 없다. F1을 한국에 유치한 전라남도의 브랜드 가치는 오르겠지만 대신 대한민국 전체의 자존심이 구겨진 셈이다.
전라남도 입장에선 변명의 여지도 있다. FIA가 발행하는 모든 문서를 직접 살펴 보는 게 불가능해서다. 그러나 한국 입장을 사전에 전달했다면 일본해와 동해의 병행표기는 가능했던 일로 여겨진다. 사기업인 FOM에 국민 혈세를 쥐어주며, 황제 모시듯 대회를 유치한 것까지는 좋지만 대한민국의 자존심마저 무시당했다는 건 아픈 일이다.
FIA가 규정을 들먹여 항상 우월적 지위를 고수해 온 것도 이번 기회에 시정해야 한다.그들은 F1의 국내 인지도는 무시한 채 한국을 배려하지 않고 "하려면 하고, 싫으면 말라"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F1 대회의 개최 정당성은 계속 지적받았다. 들어가는 비용 대비 경제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도 몇 백억 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만 따진다면 F1 대회를 개최해야 할 명분은 별로 없는 셈이다.
FIA의 일본해 표기를 바라보면서 F1이 도대체 한국에게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자존심에 상채기를 내면서까지 개최에 혈세를 쏟아부어도 되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일이다. 또 조직위인 전라남도는 공치사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가뜩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국제 행사 유치로 막대한 손해를 입는 상황에선 더더욱 그렇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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