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서울모터쇼의 한국타이어 비난, 합당할까

입력 2012년10월1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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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색이 난무했다. 서울모터쇼 조직위원회 허 완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완성차회사와 달리 모터쇼 참가에 소극적인 타이어회사를 겨냥했다. 참가를 권유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는 것에 자존심도 상했으리라. 타이어회사가 국내 시장을 홀대한다는 말도 했다. 나아가 국내 타이어 기업은 종국에 "사상누각(沙上樓閣)"에 이른다는 악담마저 퍼부었다. 완성차회사를 회원사로 둔 자동차산업협회 임원이 부품업체를 겨냥해 작심하고 쏟아낸 말이다. 그것도 세련미 없는 원색 어조로 힐난했다.


 그러나 정작 화살은 타이어가 아니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구성원인 국내 완성차기업으로 가는 게 맞다. 서울국제모터쇼를 적극 돕고 있다는, 그래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국내 완성차회사 중 서울국제모터쇼에 신차를 내놓는 회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터쇼의 꽃"으로 비유되는 신차가 없음은 자책하지 않고, 타이어회사의 참가 여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넌 센스인 셈이다. 오히려 모터쇼 구색 맞추기로 타이어회사를 생각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화가 날 수도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내리면 맞은편 건물 옥상에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 간판이 보인다. 한국 기업이 유럽 내 금융도시 심장부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열리는 잔치에 참여하지 않으니 속이 탈만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스위스 제네바,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디트로이트,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각종 신차와 컨셉트카를 경쟁적으로 출품한 지도 꽤 오래됐다. 그럴 때마다 서울모터쇼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시장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기업 논리가 지배했고, 요즘은 별 다른 비판이 없다. 조직위도 비슷한 불만을 표출한 적 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은 못했다. 서울모터쇼를 주최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연간 운영비가 완성차회사 주머니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타이어회사가 요즘 주력하는 분야는 고성능 타이어다. 단연 미국과 유럽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은 튜닝이 합법으로 이뤄지고, 자동차 성능 개조를 취미로 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 고성능 스포츠카 또는 세단도 한국보다 월등히 많다. 반면 한국 도로에 운행되는 고성능 차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의 1%도 채 되지 못한다. 운행차 2,000만대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모터쇼 조직위가 타이어회사의 참여를 원했다면 타깃이 잘못됐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최근 유럽 완성차회사를 집중 공략한다. 국내 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반면 후발 주자인 넥센타이어는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를 생각해 모터쇼 참여를 유도했다면 넥센타이어가 더 낫다. 한국타이어가 규모 면에서 1위라고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모터쇼 조직위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기업의 판단마저 재단하려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만약 한국 내 UHP 타이어 시장이 급성장한다면 조직위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참가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타이어회사의 참가여부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 서울모터쇼 조직위 스스로 전시회의 질을 높여야 할 때다. 특히 모델쇼 전락은 걱정해야 할 사안이다. 도우미가 없으면 관람객이  30% 줄어든다는 우려가 있지만 완성차회사들의 전시 내용이 알차면 관람객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민망한 노출이 없어도 관람객이 줄지 않을 때 서울모터쇼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역시 완성차회사의 다양한 신차가 우선이다. 그래서 한국타이어에 대한 조직위의 비난은 합당하지 않은 것 같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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