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GT의 정점, 벤틀리 컨티넨탈 GT & GTC V8

입력 2012년10월30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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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 불황이 확산되고, 시장이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자동차 회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돌파구는 역시 새로운 차급의 전략 차종 개발이다. 이를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다. 슈퍼카나 최고급 브랜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포르쉐는 소형 SUV 마칸의 출시를 예고했고, 마세라티 또한 새로운 SUV 쿠뱅을 내놓기로 했다. 롤스로이스는 팬텀보다 작은 고스트를 내놓으며 시장에 신선함을 더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이 없던 마이바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벤틀리도 시대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다. 컨티넨탈 GT에 브랜드 최초로 V8 엔진을 얹은 것. 벤틀리의 신형 무기 컨티넨탈 GT와 GTC V8을 일본 오키나와 일원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전체적인 분위기는 W12와 거의 흡사하지만 젊은 소비층을 위한 V8답게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이 은색 격자무늬에서 검은색으로 변경됐다. 웅장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스포티한 특성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범퍼 디자인도 하단의 에어 인테이크를 확장하는 등 변화를 거쳤다. 이는 V8 엔진의 터보차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인 터보차저와 반대로 작용하는 V8의 터보차저는 구조상 많은 열을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무엇보다 냉각용 공기를 최대한 유입하는 기능이 강조됐다. 


 쿠페인 GT의 측면은 유려한 선이 일품이다. 절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아우라가 느껴진다. 리어 휠 캡에서 램프로 흐르는 선은 공기 역학을 담당한다. 전반적으로 높은 카리스마가 일품이다. 후면은 W12와 비교해 다소 좁게 디자인됐다. 역시 역동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것으로 W12가 밋밋했다면 V8은 강렬하다. 머플러도 기존 가로 타원형의 심심한 디자인에서 두개의 타원이 겹쳐있는 신선한 이미지로 변화했다. 

 컨버터블 버전인 GTC는 디자인 맥락을 GT와 공유한다. 소프트톱이 달려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부분을 빼면 디자인이나 실루엣 감성이 동일하다. 소프트톱을 얹은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컨티넨탈 GT가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그란투리스모라는 점이 고려됐다. 사람 외에 여행용 가방을 수납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하드톱은 개발 초기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무게 배분이다. 소프트톱 대비 무거운 하드톱은 열렸을 때와 닫혔을 때 무게 배분이 달라질 수 있다. 무게 배분 변화는 고성능을 추구하는 벤틀리에 있어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소프트톱 장착이 권유됐다. 

 실내 디자인도 W12와 대동소이하다. V8로 넘어오면서 양옆으로 열리는 앞좌석 센터 콘솔은 일 방향 개폐식으로 변했고, 뒷좌석 센터 콘솔을 삭제했다. 젊은 취향을 고려해 기능적인 것만 추구했다지만 원가 절감 방법으로 이해된다. 또한 기본 내장도 일부 트림이 없어졌다. 대신 유료 패키지를 추가, 원한다면 W12와 동등한 수준의 내장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다.

 착좌감이나 내부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굳이 따지기가 미안할 정도다. 스티치 한 땀 한 땀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뒷좌석 거주성은 상당하다. 신장 175~178㎝의 남자가 뒷좌석에 동승했는데, 쿠페나 컨버터블 모두 레그룸과 헤드룸이 좁다는 평은 없었다. 다만 시승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장거리에서의 탑승 피로는 알아볼 수 없었다.

 ▲성능
 2008년부터 아우디와 공동 개발한 V8 4.0ℓ 가솔린 터보차저가 올라갔다. 아우디 S8에도 동일한 엔진이 들어갔다. 하지만 S8의 출력은 520마력인데 반해 컨티넨탈 GT는 507마력이다. 대신 최대 토크를 67.32㎏․m(S8은 61.2㎏․m)까지 높여 순발력을 강조했다. 또한 가변 실린더가 장착돼 저속 구간에서 4기통으로만 움직인다. 한 쪽 열이 모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교차로 실린더 작동이 휴지해 마찰에 의한 저항과 가스의 변환 손실을 막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로 약 40%의 연료 절감을 이뤄냈다.


 변속기는 자동 8단으로 패들시프터를 이용한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슈퍼 스포츠에도 같은 제품이 사용됐다. 더블다운 시프트가 가능한 ZF 제품이며, 향후 출시될 W12에도 적용된다. 시속 100㎞ 가속 시간은 GT 4.8초, GTC 5.0초다. 무게가 2t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에 불만이 생길 이유가 없다.

 고성능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질은 바로 "소리"다. 특히 고회전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낮고 풍부한 음색은 달리는 사람에게 일종의 쾌감을 전달한다. 따라서 럭셔리나 슈퍼카 브랜드의 개발 부서는 소리를 매니지먼트하는 팀을 별도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벤틀리도 다르지 않다.

 V8은 W12보다 배기량과 기통이 적어 소리도 그만큼 얇아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엔진 노이즈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강력한 소리를 갖는 아메리칸 V8과 같지 않다. 폭스바겐그룹 산하로 들어오면서 오히려 독일 V8의 소리 감성과 비슷하게 진중한 음역을 낸다. 특이한 것은 수동과 자동, 스포츠 모드일 때 배기음이 모두 달라진다는 점이다. 가속 페달의 압력과 속도에 따라 배기 플립 조절이 3단계로 나뉘기 때문이다. W12의 소리가 웅장하면서도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이었다면 V8은 낮지만 공격성을 자극, 사람을 약간 흥분상태에 놓이게 하는 경쾌한 소리다.

 가속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오케스트라의 첼로 소리처럼 변화하는 배기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박스럽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확실히 단순히 성능만을 강조하는 차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스포츠 성능이 반드시 럭셔리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벤틀리의 철학이다. 

 길이 4,806㎜, 너비 1,943㎜, 높이 1,404㎜, 휠베이스 2,746㎜로 쿠페치고는 작지 않은 크기다. GTC 역시 높이만 쿠페보다 1㎜ 낮을 뿐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 도로에서는 큰 속도를 내는 차가 없어 시승 역시 매우 심심찮게 느껴질 법 했지만 짧은 구간에서도 가속과 감속이 자유롭게 이뤄졌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역량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직진 성능은 모자람이 없다. 고속에서 안정성도 더할 나위 없다. 탄탄한 하체 기본기가 더해진 덕분이다. 풀타임 네바퀴굴림이 적용된 점도 정확하면서도 안정적인 핸들링을 선사한다. 동력배분은 40:60으로 가장 이상적인 비율이다. 스티어링 반응은 인간의 반사 신경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아 적절하다. 곡선 주로에서는 뱀이 휘어 빠져나가듯 매끄럽다. 제동 역시 우수하다. 

 ▲총평 
 벤틀리 컨티넨탈 GT & GTC의 탄생은 W12 엔진의 시장 확대 한계와 무관치 않다. 운전 기사를 두는 쇼퍼 드리븐보다 오너드라이브가 많은 차종 특성상 엔트리급의 추가도 절실했다. 아무래도 신흥 부유층을 적극 흡수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전통을 유지하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차가 필요했다. 엠블럼 색상에 과거 고성능차에 사용됐던 붉은색이 들어간 것도 같은 이유다. 

 이는 현재 벤틀리의 주요 시장인 미국 및 중국 성향과 무관치 않다. 젊은 부자가 많은 지역에선 유난히 본인의 생활방식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마련이다. 여기에 자신의 재력을 뽐내고 싶어 한다는 게 벤틀리의 설명이다. 따라서 기존 시장을 지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열쇠 같은 차를 만드는 일을 선택했다. 

 한국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점차 럭셔리 브랜드에서 오너드라이브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돈이 많지만 개인 생활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층이 늘어난다. 이런 사람들에게 컨티넨탈 GT & GTC V8은 새로운 대안이다. 뒷좌석에 앉아 근엄함을 자랑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조작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려 할 때 컨티넨탈 GT & GTC V8은 최적의 차다.

 가격은 컨티넨탈 GT V8 2억3,900만원, 컨티넨탈 GTC V8 2억6,800만원이다. 
 
 오키나와(일본)=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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