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천군 광릉 국립수목원 단풍이 절정이다. 산과 들은 물론이고 도심의 공원과 가로수도 눈부신 가을색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꽃보다 황홀한 단풍나무 숲이 떠나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자리한 광릉 국립수목원의 만추이다.
오색 단풍 퍼레이드는 광릉 숲길에서부터 펼쳐진다. 한때 드라마와 CF의 단골 촬영지로,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했던 광릉숲길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터널을 이룬다. 길게 이어진 숲길은 무르익은 가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길목답다.
이곳의 가을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500여 년의 세월이 숲속에 고스란히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이 자리한 광릉 숲은 조선조 제7대 임금인 세조가 묻힌 광릉의 부속림이었다. 1468년 9월 재위 14년만에 52세로 세상을 뜬 세조임금이 이곳에 정희왕후와 함께 묻히면서 31만여 평이 ‘광릉내’라 불리는 능역으로 조성되었다. 500년 이상 황실림으로 엄격하게 관리해 오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 국유림 구분 조사 때 능묘 부속지를 제외한 지역이 오늘의 광릉 숲이 됐다. 세조의 재임 때부터 벌목을 금하면서 국유림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광릉 숲은 500년 내외의 고목을 비롯한 울창한 수목이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이곳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했다.
1987년 이곳에 국립수목원이 문을 열어 일반인에게도 개방했으나 10여 년 만인 1997년부터 숲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삼림욕장을 폐쇄하고 관람객들의 출입을 제한하게 되었다. 현재 이곳은 사전예약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고, 일일 입장 인원은 화~금요일은 5,000명, 토요일 및 개원일과 겹친 공휴일은 3,00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일요일, 월요일, 1월1일·설·추석연휴는 휴원)
국립 수목원은 관람구역과 비관람구역으로 나눠지는데 식물의 용도, 분류학적 특성 또는 생육 특성에 따라 수생식물원, 식·약용식물원 등 15개의 전문수목원이 조성되어 있다. 또 수목원 안에 산림박물관과 산림동물원도 자리하고 있다. 2천만년이나 된 규화목을 비롯해서 인류가 나무와 발달해온 과정과 목재 생활용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산림박물관에는 모두 1만5천종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산림동물원에는 백두산 호랑이 3두를 비롯하여 늑대,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 등 총 15종의 동물을 사육관리하고 있다.
입구에 자리한 산림박물관을 거쳐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목원의 만추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우람한 당단풍나무가 빚어내는 멋스런 단풍숲이며 전시림의 은행나무숲는 더 이상 샛노랄 수 없는 황금빛이다. 휴게광장다리를 건너 잎을 떨군 계수나무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모습을 보인다.
육림호 부근의 단풍나무숲도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인다. 호수에 비친 가을하늘과 소리봉,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물속에도 또 하나의 가을을 그려내고 있다.
*주변 볼거리
수목원 인근에는 2006년 개관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아프리카 문화를 주제로 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탄자니아·케냐·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대륙의 약 30개국, 150여 부족에게서 수집한 3,700여 점의 유물과 예술작품, 민예품을 볼 수 있다. 3개의 대형전시실과 영상관, 박제관으로 꾸며진 박물관에는 아프리카의 성인식·혼인식·장례식 등의 제례의식과 왕실 및 족장에 관련된 유물, 사냥 및 전쟁 관련 용품, 악기, 각종 생활용품을 비롯하여 300여 점의 가면, 마콘데족·쇼나족 등의 목조각품·석조각품, 회화작품, 동물박제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외부의 넓은 잔디밭 곳곳에도 수많은 조각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가는 요령
의정부에서 포천 방향 43번 국도 이용, 축석령 검문소에서 우회전, 314번 지방도를 타고 6km 가량 가면 직동리 삼거리를 거쳐 국립수목원에 이른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축석고개에서 수목원 오는 길목에 있는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외곽순환도로 이용시, 퇴계원 나들목-47번 국도-진접- 314번 지방도-광릉(세조능)-국립수목원에 이른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