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테어다운
지난 10월, "어떤 수입차를 살까 1편"을 통해 한국에서 팔리거나 곧 판매될 일본 및 미국차를 살펴봤다. 2편은 유럽차가 주제다. 그러나 유럽차 중 페라리, 람보기니, 부가티 등과 같은 차는 배제했다. 물론 2편도 1편과 마찬가지로 평가와 추천 차종의 기준은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추천의 수용 여부는 독자의 몫이다.
1. 아우디(AUDI)
장점은 콰트로 기능에 다른 주행 능력이다. 특히 콰트로는 각 바퀴의 동력 분배가 탁월, 안정적인 가속감이 일품이다. 인테리어의 경우 아우디 차종을 벤치마킹하던 혼다 엔지니어들이 혀를 내둘렀을 만큼 세계 최정상급을 자랑한다.
그러나 단점은 BMW와 벤츠 대비 브랜드 이미지가 아직은 뒤진다는 점이다. 또한 첨단 장비를 만재해 고장 확률이 높고, 서비스 네트워크의 부족도 오너들의 불만이다. 차급별 외형 및 인테리어 디자인 차별화가 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다행히 차세대는 해결된다니 기대해 볼만 하다.
아우디 제품 중 하나를 고른다면 최근 출시된 소형 SUV Q3를 권한다. 2.0ℓ 디젤 엔진에 변속능력이 탁월한 7단 DSG를 통해 느낄수 있는 주행감이 뛰어나다. 세단을 원한다면 V6 3.0ℓ TFSI를 탑재한 A6가 훌륭한 선택이다.
2. 벤틀리(BENTLEY)
지난 2007년 파리에서 거주할 때 샹젤리제를 돌아다니는 고급차는 벤츠, 랜드로버 그리고 벤틀리였다. 특히 2억 중후반부터 5억에 이르는 가격임에도 디자인, 실내품질 그리고 성능 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벤틀리의 선전은 폭스바겐이 합병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신차종을 공동 개발하면서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우디의 감성품질을 차용할 수 있었던 점도 상승 배경으로 꼽히는 대목이다.
벤틀리에서 추천하는 차종은 단연 컨티넨털 GT다. 최근 신형으로 바뀌면서 신선한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4륜 구동도 적용됐다.
3. BMW
BMW 경쟁사에게 항상 후륜구동차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한국 수입차 시장을 활성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사회활동 및 한국 내 시설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등 한국에서 확장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3, 5, 7 시리즈와 X5, 그리고 M 차종들은 모두 최고로 뽑힌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핸들링을 비롯한 주행성능이 과거 BMW 대비 많이 온순해졌다는 평이 다. 글로벌 판매 증가를 위해 성격을 바꿨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경영학적으로 이해되는 판단이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경쟁이 심한 C, D 세그먼트에 속하는 3시리즈와 5시리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반면 1억대 이상의 E 세그먼트(예를 들어 7시리즈)는 차종 간 가격차가 과도하다. 특히 6시리즈 계열의 그랑 쿠페는 멋진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1억2,000만원으로 V6 엔진으로는 가격이 너무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BMW에서 차를 산다면 D세그먼트의 "황금율"이라고 할 수 있는 5시리즈를 추천한다. 강남 쏘나타라는 어색한 별명이 있지만 주행해보면 왜 인기가 많은 지 알 수 있다. 연료효율이 뛰어난 520d는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반면 자동차 마니아라면 6기통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535 가솔린 또는 디젤을 권장한다.
4. 시트로엥(CITROEN)
시트로엥을 접할 때마다 피카소 생각이 날 정도로 혁신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문제는 피카소 추상화처럼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입차로는 비교적 합리적인 2,000만원 후반부터 4,000만원대지만 국산 및 수입차 중 격전이 벌어지는 3,000만원대에 쟁쟁한 경쟁차가 많은 게 부담이다. 나아가 형제차종인 푸조의 차종 겹치기 현상인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존재한다. 구입을 원할 때는 실용적인 DS4를 추천한다.
5. 재규어(JAGUAR)
영국을 사랑하는 사람(소위 Anglophile이라고도 한다)이라면 단연 재규어를 놓칠 수 없다. 지난 1990년대 애스턴마틴, 재규어 그리고 랜드로버가 하나의 패키지로 포드에서 운영되다 경영미숙으로 결국 인도 타타그룹에게 매각될 때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타타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XJ를 비롯해 최근에는 F타입까지 매력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XJ의 경우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를 놀라게 했던 풍부한 볼륨감을 자랑하지만 가격이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에 정면 도전하는 바람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품질면에서 아직 완숙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비교적 많다. 반면 탁월한 디자인은 단연 XJ를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항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재규어 차종 중에선 고효율의 XF 2.2D를 추천한다.
6. 랜드로버(LANDROVER)
재규어와 같이 타타에 매각된 전설적인 오프로드 명가다. 최근 랜드로버 차종은 아우디에 맞먹는 탁월한 실내 디자인 및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이보크에서 보듯 변화에 매우 적절한 디자인을 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랜드로버 또한 재규어와 마찬가지로 벤츠와 BMW에 정면 충돌하는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어 소비자의 원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SUV 부문은 BMW나 벤츠보다 전통과 역사가 월등하다.
반면 이보크는 휘발유와 디젤 엔진이 모두 2.0ℓ에도 불구하고 7,000만원~8,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성공을 놓쳤다고 판단된다. 만약 5,000~6,000만원대였다면 BMW X3, 아우디 Q5 그리고 벤츠 GLK와의 경쟁에서 승리했을 것으로 판단되기도 한다. 향후 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랜드로버에서 차를 산다면 단연 디스커버리4 3.0ℓ SDV6를 추천한다. 비록 출시된 지 꽤 됐지만 실용성과 디자인 모두 잡았기 때문이며, 기본가격 또한 7,890만원으로 이보크보다 저렴하면서 차체도 커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7.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
파리의 샹젤리제에서 동경 나리타 공항까지 벤츠는 누구에게도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는다. 또한 벤츠의 고성능 디비전 AMG의 튜닝능력은 전설적인 경지에 올랐다. BMW M 또는 포르쉐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 최근 출시된 C클래스(페이스리프트) 및 A클래스를 통해 BMW에 육박하는 주행성능을 보여주고 있어 2013년 등장할 S클래스를 포함해 향후 신차에 관심이 모아진다.
단점이 있다면 A 및 C클래스를 제외한 기타 차종의 성격이 지나치게 안락하다는 점이다. 또한 대외적인 소비자 활동도 활발하지 않고, 실내 "HMI(Human Interface)" 측면도 아쉽다. 하지만 개선 속도가 빠른 것은 긍정적이다. .
벤츠 중에선 5,000만원 이하일 경우 신형 C클래스(C220CDI), 1억 이하라면 C63 AMG, 그리고 1억 이상은 CLS 63 AMG를 추천한다. 반면 S클래스는 내년 상반기 신형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당분간 지켜보는 것을 권고한다.
8. 미니(Mini)
장점은 역시 작고, 귀여운 디자인이다. 또한 유서깊은 BMW그룹 소속이어서 핸들링이 좋다. 가격도 3,000만원 초반부터 시작, 입문용 수입차로 나쁘지 않다.
반면 단점이라면 내구품질이 일본차에 뒤진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생산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 푸조에서 공급받는 직렬 4기통 엔진의 출력도 아쉽다. 노면 및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이 생각보다 커서 지나친 원가절감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일부에선 미니 오너 가운데 50% 이상이 1년 이내에 차를 바꾼다는 말도 한다.
미니를 산다면 가장 가격이 낮은 쿠퍼를 추천한다. 일단 맛보기를 한 뒤 미니 브랜드의 로열티를 결정하는 게 낫다.
9. 푸조(POUGEOT)
시트로엥과 더불어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의 일원이다. 207부터 RCZ까지 모두 5개 차종을 판매중이다. 원래 디자인을 통한 독보적인 제품 차별화를 구현했지만 폭스바겐을 비롯한 경쟁사가 디자인을 강화, 제품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경쟁력도 모두 프랑스에서 생산해 높지 않다.
구입을 원한다면 뛰어난 실용성의 3008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푸조가 지금의 어려움을 잘 넘기고 더욱 강력한 회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푸조와 시트로엥처럼 독창적인 브랜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0. 포르쉐(PORSCHE)
타본 사람들이 모두 중독된다는 전설적인 주행능력이 모든 차종에 완연하게 포함돼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도 살인적이다. 한국에서의 가격 정책은 글로벌 기준으로도 매우 높은 편이어서 아쉽다. 특히 옵션을 붙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기본 가격의 두 배가 된다. 덕분에 포르쉐 영업이익률은 업계 최고인 19%를 기록 중이다. 참고로 BMW는 12%다.
포르쉐 중 권장할 차종은 청담동 아줌마 전용이라는 카이엔이다. 포르쉐 중에서도 가장 실용적이고, 가격도 낮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투아렉 및 아우디 Q7과 동일 플랫폼이어서 가격을 낮게 책정해도 이익율이 50%에 달한다는 소문도 있다. 실용성을 원한다면 디젤,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탐한다면 터보를 추천한다.
11. 폭스바겐(VOLKSWAGEN)
독일의 국민차라는 친근한 인식이 있지만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이자 보유한 브랜드만 12개에 이른다. 최근 포르쉐까지 인수하며 가장 막강한 자동차회사가 됐고, 앞바퀴굴림 차종 중에선 단연 주행성능이 탁월하다. 디자인 또한 고전적이면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아 수많은 경쟁사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가격 설정도 공격적이다. 얼마 전 내놓은 파사트는 현대차 그랜저 고급 모델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한-미 FTA 를 통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종이 한국시장에 지속 유입될 전망으로 현대차와 같은 국산차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전망이다.
폭스바겐 제품으로는 파사트와 투아렉 두 차종을 추천한다. 파사트는 미국에서 만든 차종으로 유럽판 파사트와 다르지만 혼다 어코드를 뛰어넘는 주행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투아렉은 차세대 아우디 Q7 및 현행 포르쉐 카이엔과 같은 플랫폼이며, 가격은 랜드로버의 기본가격(7,000만원 중반)으로 경쟁력이 높다.
12. 볼보(VOLVO)
북유럽 브랜드 중 현재까지 생존한 유일한 자동차회사 볼보는 S60처럼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호평받는 제품을 보유했음에도 높은 가격, 일관적이지 못하 마케팅으로 잊혀지는 브랜드다. 특히 볼보의 점진적 몰락 확대는 중국 회사 인수 후 빨라졌다.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추천 가능한 차종은 S60과 XC90이다. S60은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이 매력이다. 4,000만원대의 D4는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XC90은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차종이지만 유리한 가격에 5명 이상이 탑승하는 게 장점이다. 참고로 XC90의 경우 완전 신형인 2세대가 2014년 후반에 등장할 예정이다.
박관영(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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