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고급화된 디자인의 푸조 208이 출시됐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한국인 디자이너 신용욱씨가 참여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역시 208 출시 소식에 한국을 한달음에 방문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를 성수동 한불모터스에서 만났다.
신용욱씨는 메르세데스-벤츠 아시아 디자인센터를 거쳐 1999년 푸조에 입사했다. 다른 업체와 달리 디자인 영역이 나눠지지 않아 자동차 전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게 가장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푸조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분위기를 중요시하죠. 내·외부, 전장기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뭐든 자유롭게 디자인 할 수 있어요."
푸조는 그에게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원했다.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유례없는 디자인을 요구한 것. "처음 미션을 받았을 땐 막막했죠. 하지만 곧 자동차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멀티미디어 기능을 포함한 터치스크린이라고 생각했어요. 안전까지 고려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죠. 6~7년 전부터 꾸준히 개발해왔고 그 정점이 바로 208입니다."
208의 실내 디자인은 이미 2008년 초에 정해졌다. 그 이후는 완성품으로 거듭나는 구체화 과정의 연속이다. "제품을 출시하는 데 적어도 5~6년이 걸립니다. 그 중 첫 번째 단계가 제품 방향을 설정하는 어드바이스 디자인이죠. 때문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자리에요. 그 다음이 디테일한 스타일링, 컬러나 트림 등을 정하는 작업입니다. 단계별로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고 있죠."
그가 인테리어 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인스트루먼트패널이다. 자동차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예를 들면 속도나 내비게이션)을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던 중 우연한 경험을 통해 디자인하게 됐다고. "제네바모터쇼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찮게 폭설을 만난 적이 있어요. 일기예보에도 나오지 않아 대비를 못한 상태였으니 눈길에 바퀴가 헛돌아 속도가 어느정도인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러니 주행 중에 계기반을 수시로 확인하게 됐죠. 그때 번뜩 운전 시야 안에 계기반이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계기반을 위쪽으로 조금만 올리면 되겠더라고요."
연이어 호평을 받은 208의 인테리어가 다른 차종에도 적용될 것인지 물었지만 "일급 비밀"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럼 힌트만 달라는 질문에 그는 "208의 디자인이 2008년에 완성된 것과 같이 현재 후속 차종의 디자인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6~7년 후 공개될 신차가 이미 그려지고 있는 거죠"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푸조 디자이너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곳입니다. 자유롭고 낭만적이기도 하죠. 때문에 기능과 실속을 챙기면서도 따뜻한 프랑스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배려와 이해가 돋보이는 인간적인 디자인을 위해 노력할 겁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