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각 제조사들은 자동차 성능 외에 감성품질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로는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 브랜드 정체성이나 특정 소비층을 노린 편의장치, 디자인 등에 감성을 덧입혀 표현하는 것.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국산차 중 감성품질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주장하는 현대자동차 아반떼에 대한 평가를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에게 맡겼다. 심리학자가 보는 아반떼의 감성은 과연 무엇일까. <편집자>
공학심리학자 이재식에게 아반떼 감성이란?
"감성의 최적화, 젊은 생각의 반영"
공학심리학으로 저명한 부산대 이재식 교수는 만나자마자 눈빛을 반짝이며 자동차 감성에 대한 입을 열었다. 자동차 심리학을 전공한 만큼 무엇보다 자동차에 대한 애착이 적지 않다.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충돌경고시스템을 연구했고, 운전심리학에 대한 조예도 깊다. 실제 그의 연구실은 폐차장에서 얻은 자동차를 이용한 시뮬레이터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 감성이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달로 제조사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기술적인 부분의 차이가 없어지면서 제조사 간 경쟁이 감성으로 옮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각광받는 커넥티드 카도 감성 경쟁의 부산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눈에 보이는 자동차 공학을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감성에 접목하는 것이 현재 자동차 산업에 불어닥치는 감성 공학의 핵심입니다. 역사는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감성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이 일본에서 발표됐는데, 이후 전문 학문으로 등록되면서 감성 공학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수량화하는 게 감성 공학의 관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일반인에게 취향이라고 치부되는 감성적인 행위가 감성심리학에선 연구 대상이라는 것. 자동차 제작에 있어 심리학적인 접근이 소비자 패턴을 분석해 무엇이 실용적인가를 계량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자동차 감성 심리학의 방향은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아반떼는 타깃 소비자에게 최적화 됐다는 게 느껴집니다. 현대차가 정말 많은 연구를 통해 젊은 소비자의 생각을 반영한 것 같아요. 젊은층이 좋아하는 자동차의 궁극적인 형태를 보았을 때 지금으로선 아반떼가 가장 높은 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
역동적인 외관을 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지금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공격적 성향의 디자인은 현대 사회에서 청장년층들이 갖는 소외감이나 박탈감 등을 일거에 날리는 욕망을 표현한다고 했다.
감성만족은 시각만큼 청각도 중요
아반떼, 디자인과 엔진 사운드 적절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는 소리를 듣고 즉각적으로 내뱉었다. "사람의 인지는 청각이 가장 좋은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가 더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조사들은 무엇에 신경을 써야 할까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노려야 하는 겁니다. 아반떼는 표리부동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렇기 때문에 이 교수는 엔진의 소리까지 제조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에는 엔진 소리를 조각하는 일이 슈퍼카나 럭셔리카에 국한돼 있지 않고 대중차의 범위로까지 확대되는 게 사실이다. 그는 "과거 소음이 나지 않는 차를 제일 좋은 차라며 열심히 광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 차가 정말 좋을 차일까요? 기술적으로 100점을 받았을지 몰라도 심리학적으로는 0점입니다"라고 전했다.
물론 공학심리학자로서 아쉬운 부분도 전했다. 그는 심리학자로서의 사견이라며 속도와 엔진오일 온도 게이지는 조금 커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트립컴퓨터 창의 확대도 주문했다. 현재도 높은 감성 만족도를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동차 설계도 이제는 감성 시대라고 말했다. 사람이 자동차를 신체의 일부로, 나아가 넓게는 자신이라고 인식하기에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타깃 소비자를 배려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아반떼 같은 차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다.
공학심리학자
美아이오와대 심리학 박사
現부산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기획]심리학자에게 아반떼 감성을 묻다②-이철원 박사▶ [기획]심리학자에게 아반떼 감성을 묻다③-조광수 교수▶ [기획]심리학자에게 아반떼 감성을 묻다④-장근영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