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각 제조사들은 자동차 성능 외에 감성품질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로는 차별성을 두기 어려워 브랜드 정체성이나 특정 소비층을 노린 편의장치, 디자인 등에 감성을 덧입혀 표현하는 것. 이에 따라 오토타임즈는 국산차 중 감성품질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주장하는 현대자동차 아반떼에 대한 평가를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에게 맡겼다. 심리학자가 보는 아반떼의 감성은 과연 무엇일까. <편집자>
매체심리학자 장근영에게 아반떼란?
"단단함, 그리고 6면의 조각 감성"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을 번역한 장근영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는 청소년 심리학 전문가다. 청소년들의 발달 과정에서 어떤 심리학적 요소가 중요한지, 그리고 그들의 정서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예측해 여러 사회 문제를 예방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몸담는 이유도 결국 우리 사회의 심리학적 근원을 찾아 이를 해결하자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에게 청소년이란 꽤 넓은 연령층을 의미한다. 10대가 소년이라면 20대와 30대는 청년이다. 게임에 열중하던 10대가 20-30대로 넘어오면 게임을 벗어나 자동차에 몰두하며 기계적 감성을 얻기 시작한다. 그래서 장 교수가 얘기하는 자동차는 인간의 발에 해당된다. "자동차의 기원은 말(馬)이고, 말은 인간의 오래된 운송수단이었습니다. 지금의 자동차는 발(足)의 연장선이죠. 그래서 자동차는 발처럼 움직이는 동력감성과 가장 오래 머물며 자신과 일체화되는 실내의 일치감성, 그리고 시각으로 입력되는 형태(디자인)의 조형 감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장 교수가 얘기하는 동력 감성은 단순히 빠르고 느리고의 문제가 아닌 주행할 때의 느낌을 가리킨다. 원하는 대로 잘 서지 않거나 무게중심을 잃고 흔들리면 사람은 불안감을 갖게 되고, 이때 감성은 불편함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숫자로 표현되는 기계적 성질 외에 중요한 것이 페달의 반응과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성이다. 아반떼를 타본 후 장 교수는 "동력 감성"은 풍부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면 단단함입니다. 단단함은 안정과 신뢰를 갖도록 만들지요."
일치감성이 필요한 실내에 대해선 "젊다"며 입을 열었다. 청년들의 심리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아반떼의 주요 수요층인 20-30대 정서를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젊은층일수록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한데, 실내를 보면 일종의 보여주기(showing)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죠."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조형 감성은 매우 진일보하다는 얘기를 건넸다. "전면(前面), 후면(後面), 좌우측면(側面), 그리고 하면(下面)과 상면(上面)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는 6면체가 기본입니다. 그런데 아반떼는 상면과 하면, 측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제4의 면이 있습니다. 현재 아반떼MD도 그렇지만 이전 세대인 HD에서도 나타난 현상이죠. 그래서 조형적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감성적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무얼까? 그는 간결한 대답을 내놓는다. "내가 내(자동차) 속에 들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운전자 의지로 여러 조작 장치를 통해 기계를 움직이는 만큼 뇌가 명령을 하게 되죠. 자동차의 모든 요소는 결국 뇌와 연결된다는 겁니다. 뇌의 반응이 곧 자동차의 움직임으로 표현되는 것이죠."
아반떼 감성에 초점을 맞춘 만남이었지만 장 교수는 자동차 감성에서 기술 발전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감성을 만족시키려면 결국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마치 디자인 감성이 풍부해지려면 기술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과 같다. 인테리어 감성만족도를 높이려면 은은한 조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LED를 사용하는 게 유리한 것으로 이해하면 적절하다.
"자동차 성형기술의 완성이 디자인의 자유를 부여했고, 면 품질의 개선은 시각적 감성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반떼를 보고, 타보면서 한국 자동차의 기술 수준은 이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죠. 때문에 이제는 감성 만족을 높여야 합니다. 그것도 오감(五感)이 모두 무언가를 느끼게 해야겠죠. 이때 소비자는 편안함과 선택의 현명함에 따른 제품 신뢰도가 동반 상승하게 됩니다. 굳이 자동차회사가 나서지 않아도 스스로 제품을 널리 알리는 전도사가 되는 것이지요. 감성은 그렇게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 박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위원
<나와 싸우지 않고 행복해지는 법> 저자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기획]심리학자에게 아반떼 감성을 묻다①-이재식 교수▶ [기획]심리학자에게 아반떼 감성을 묻다②-이철원 박사▶ [기획]심리학자에게 아반떼 감성을 묻다③-조광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