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금강호, 철새들의 황홀한 군무

입력 2012년11월23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 군산 세계철새축제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기억하는지. 꼬마 소녀 에이미(안나 퍼킨 분)가 철새인 야생 거위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철새들의 서식지로 함께 날아가던 장면을. 에이미가 탄 경비행기를 엄마인 줄 알고 V자 행렬을 갖춰 뒤따라 날아가던 철새들의 모습은 아름다운 영상을 넘어선,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지금 군산에서도 그 감동이 재현되고 있다. 철새들의 낙원인 금강호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9회 군산세계철새축제"가 그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21일(수) 막이 오른 축제는 25일(일)까지 다채로운 행사를 선보인다. 이 기간이 끝나더라도 철새들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는 금강호에서 겨우내 만날 수 있다. 


 서해안의 넓은 갯벌과 갈대밭, 농경지가 어우러진 금강호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국제적 보호종인 가창오리를 비롯해 큰고니, 개리 등의 천연기념물과 청둥오리, 큰기러기 등 50여종 80여만 마리가 날아들어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철새들의 낙원이자 생태계의 보고로 손꼽히는 이곳은 가창오리의 군무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유일하다. 특히 금강 습지생태공원 내 서식지와 철새조망대 옆 농경지, 나포면 십자들녘에 무논(물이 괴어있는 논)을 조성해 수천km를 날아온 철새들에게 먹이와 쉼터를 제공하고 이러한 철새의 무리를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축제 기간 중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면 다채롭기 그지없다. 시끌벅적한 여느 이벤트성 축제들과 달리 친환경 생태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축제는 어느 것 하나 그냥 놓치기 아쉽다. 전국 도보여행 동호인이 참여해 펼치는 "철새와 함께하는 구불길 체험"을 비롯해 전국 자전거 동호인과 군산시민이 참여하는 "두 바퀴로 즐기는 철새체험 여행" 등은 친 환경 축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탐조투어 프로그램은 축제의 메인 행사이다. 해설사의 설명이 곁들여지는 탐조투어는 금강호를 찾은 철새들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금강의 황금빛 석양과 떼를 지어 나는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는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감동의 장면이다. 


 습지생태공원에서 이루어지는 1박2일 생태캠핑도 또 다른 체험을 만끽하게 한다. 첫째 날은 우거진 갈대숲에 살고 있는 조류, 민물어류, 곤충·양서류의 모습을 탐방하고, 둘째 날에는 금강호를 찾은 철새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새벽녘 물안개 사이로 날아드는 철새들의 모습은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슴 떨리는 장면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큰고니가 눈앞에서 수면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멋진 광경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밖에도 축제 기간 중 준비된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체험, 국립생물자원관 특별전, 군산기상대 기상프로그램 체험전, 국립농업과학원과 연계한 곤충전시와 더불어 한 겨울에 나비의 너울거리는 날개 짓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특히 어린이들에게 색 다른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행사장 주변 근접거리 철새 관찰소 운영, 사랑의 십자들 먹이주기 체험, 철새 그림 그리기대회, 철새 골든벨 행사 등 관광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함으로써 관광객들이 지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생태체험을 통한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맛집
 가까운 곳에는 축제 행사장에 먹거리 장터가 마련되었고, 금강하구언으로 나가면 음식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음식타운 2층에 위치한 금강해물칼국수(063-453-8858)는 부담 없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육수국물에 푸짐한 해물이 들어간 칼국수가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쫄깃한 면발도 맛있다. 군산시내로 들어가며 소문난 맛집이 즐비하다. 군산을 대표하는, 이제는 기업이 되어버린 군산회집(063-442-1114)의 어마어마한 규모도 구경삼아 찾는 이들이 많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IC에서 나와 직진, 호덕 교차로에서 우회전해 국도 29번을 탄다. 하구둑 방향으로 가면 금강철새조망대에 이른다. 약 6.5km, 7분 남짓 걸린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