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곤충박물관 날이 춥다. 아무래도 바깥나들이가 주춤거려진다. 하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색다른 볼거리가 기다린다. 경기도 양평으로 가보자. 양평은 서울에서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근교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데다, 최근에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해 더욱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이곳에 지난해 문을 연 양평곤충박물관이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생태도시"라는 양평군의 슬로건에 걸 맞는 볼거리다.
국도 6도변에 자리한 양평곤충박물관은 외관부터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나비들이 어우러진 박물관 로고며 입구의 점박이 무당벌레 조형물은 말할 것도 없고, 담벼락을 수놓은 예쁜 곤충들의 모습은 박물관의 성격을 한눈에 보여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국내외 곤충 460종, 1,500여 개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오밀조밀, 아기자기, 특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제1전시실에서는 양평의 곤충들과 생태도시 양평의 자연을 프로젝터로 감상할 수 있다. 제2전시실로 가면 곤충의 탄생과 번영의 비밀, 곤충의 생김새, 변태, 겨울나기 등을 비롯해 외국 곤충들의 전시,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종의 곤충들을 볼 수 있다. 아주 작은 우리의 이웃인 곤충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고, 인간과의 공존과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전시 중간중간 숨은 곤충 찾기나 곤충퍼즐 맞추기 등이 기다리고 있고, 곤충 체험실에서는 살아있는 어른벌레 관찰하기를 비롯해 애벌레 만져보기 코스도 있어 어린이들에게 더없이 유익하다. 올망졸망 숨어있는 코너를 쫓아다니며 사마귀 조형물과 익살스레 사진을 찍는가 하면 곤충스티커를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계절적으로 지금은 야외 시설물을 맘껏 체험하기 어렵지만 곤충박물관 야외 생태학습장은 또다른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곳에는 하수처리시설 견학로와 남한강 관찰데크,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에게 흙과 물과 푸른 자연이 있는 자연학습장의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인근 주민들에게도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양평의 새 명소로 자리한 양평곤충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데는 경희대 명예교수인 신유항 박사의 공이 무엇보다 크다. 우리나라 곤충학계의 권위자인 신박사는 정년퇴임 후 10여 년 동안 양평에 거주하면서 채집한 곤충과 기타 소장 곤충을 양평군에 기증했고, 이를 바탕으로 양평군에서 2011년 11월 18일 박물관을 개관했다.
현재 양평곤충박물관장으로 있는 신 박사는 여든넷의 고령에도 여전히 곤충을 채집하고 연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신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좋아해서 들로 산으로 쫓아다녔다고 한다.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와 군 생활을 한 4년여의 시간을 제외하고 신박사의 일생은 그야말로 곤충과 함께 한 삶이었다. 그래서 전시실 마지막 코너에는 우리나라 곤충학 발전을 이끈 사람들과 함께 기증자인 신박사의 소개도 곁들여져 있다. 은발의 노학자가 카메라를 챙겨들고 작업모를 쓰고 웃고 있는 모습에서 "소년 파브르"의 모습이 겹쳐진다.
*맛집
옥천 삼거리에서 가평과 양평 한화리조트 쪽으로 가다보면 옥천냉면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크고 큰길에 바로 붙어 있는 집이 40년 전통의 옥천냉면(031-772-1612)이다. 삼대에 걸쳐 냉면을 만들고 있는 이곳은 깊고 감칠맛 나는 육수와 메밀로 만든 쫄깃한 면발이 별미다. 편육과 완자도 사랑받는 메뉴. 냉면마을로 들어가 처음 만나게 되는 음식점은 30년전통옥천냉면(031-772-5026). 다들 비슷한 메뉴를 선보이며 손맛의 차이를 보여준다. 냉면마을 아닌 국도변에도 옥천냉면 이름을 내건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서울 - 양수리-양평으로 이어지는 경강로(6번 국도)를 탄다. 옥천 교차로에서 나가면 곧 양평곤충박물관이 나온다. 전철을 이용할 경우 중앙선 아신역 1번 출구에서 나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