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영업사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판매사에서 제시한 올해 목표량을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괴로운 건 정작 차를 팔아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이 없다는 거다. 판매 대수를 늘리기 위해 "땡처리"를 감수하고 있어서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인도될 때까지는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수입사가 내거는 프로모션이 첫 단계다. 신차 홍보, 재고 물량 소진 또는 분기별 이벤트가 필요할 때 전국 동시에 제공하는 혜택이다. 다음은 판매사 차원의 할인이다. 브랜드 내 다수의 판매사가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으로, 할인 조건이나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판매 차종의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은 이 정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업사원이 파 이낸스 서비스를 통해 취득하는 커미션과 판매 수수료까지 낮춰가면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할부 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현금으로 일정 금액을 되돌려 주거나, 판매를 통해 받는 수수료를 포기하고 가격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영업사원에게는 "남는 게 없는" 무료 서비스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이유는 수입사의 과도한 경쟁 유도다. 판매 대수가 많은 판매사일수록 인기 있는 차종을 다수 배정하고, 제품의 인도 기간을 줄여주는 등 차별화를 둔 것. 때문에 각 판매사는 불이익을 피하고자 할당량을 충족하는데 혈안이 됐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는 영업사원의 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때문에 영업사원의 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자신들끼리의 싸움에 봉착하게 된 것. 개인 마진을 줄여 과한 할인에 돌입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노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판매 대수 늘리기에 나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적당한 경쟁은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는 데 필요하지만, 과도한 경쟁은 문제가 된다. 판매사와 영업사원의 이익 감소는 경영악화와 노동 의욕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소위 잘 나가는 수입 브랜드 내에서도 과열 경쟁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승자는 정해져있는 게임에서 약자들의 싸움만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수입차를 싸게 살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급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판매사와 영업사원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