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여운형 생가 및 기념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온갖 공약과 말들이 쏟아지는 선거전을 지켜보며 문득 몽양 여운형 선생이 떠오른다. 해방을 전후한 격랑의 시기에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을 지향하며 시대를 이끌었던 그가 살아있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혼란한 시대에 오로지 미래를 내다보며 민족의 이념 대립과 분단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몽양의 정신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에는 몽양 여운형을 기리는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몽양기념관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몽양의 인생역정과 우리의 현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올 11월 27일에는 기념관이 국민의 애국심을 기르는데 상당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받았다.
중앙선 전철 신원역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데, 역사를 나오면 마중하듯 서 있는 안내표석이 기다린다. 표석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면 긴 벽을 따라 몽양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몽양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기념관이 보인다. 오르는 길에는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16기의 몽양어록비가 발길을 잡는다. 당대의 웅변가이자 영어회화와 영어연설까지도 능했던 몽양의 면모를 새삼 짐작케 해주는 것으로, 그의 인물됨과 사상을 느껴볼 수 있다.
지하 1층에 들어선 기념관은 전시실과 영상실, 정관재(正觀齋), 매진홀로 구분되어 있다. 전시실은 시대 순에 따라 4곳으로 구분하여 몽양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몽양의 출생에서부터 신학문을 익히고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한 시기, 두 번째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전개한 시기, 세 번째는 해방 전과 해방 후의 시기, 네 번째는 서거 당시와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특히 서거 당시에 입고 있던 혈의와 수첩, 은단 등의 소지품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안타까움과 가슴 먹먹한 여운을 안긴다.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책 읽는 모습의 몽양동상은 관람객들에게 사진촬영장소로 인기 있다. 이곳과 함께 전시실 한 쪽에 마련된 크로마키 공간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곳. 18매의 여운형 선생 사진 가운데 원하는 사진을 선택하면 그 사진 속 여운형 선생과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출력해 갈 수 있다.
흔적만 남아있던 생가도 복원되었다. 생가는 함양 여씨가 입향한 1715년(조선 숙종 41년) 지어져 몽양이 출생(1886)해 부모탈상을 끝낸 뒤 서울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6.25 때 소실된 이후 방치되었다가 2001년 양평군민의 노력으로 생가 터가 정비되었고 이듬해 이 터에 기념비가 건립되었다. 그리고 생가 터를 정비해 10년만인 2011년 생가가 복원되었다.
생가로 이어져 오르는 계단 벽에는 몽양의 활동을 눈여겨 볼 수 있는 사진들을 전시해 놓고 해설을 첨부하여 한 시대를 풍미한 몽양의 일생을 차근차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상 1층 생가에는 최초 건립 당시에 붙어있던 영회암(永懷菴)이라는 택호를 붙어 놓았고 안채, 사랑채, 장독대 등을 복원해 놓았다. 안채의 방 안에는 몽양의 일상을 엿볼 수 있게 면도하는 모습의 밀랍 전신상이 마련되어 있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앞뜰에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몽양은 우리 민족사의 암흑기에 청년계몽운동가, 언론인, 독립운동가, 체육인, 정치인 등으로 활동하며 사회 각 분야에 걸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해방 이전에 건국동맹을 조직하여 조국의 독립 이후를 대비했고 해방 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사회 혼란을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신탁통치문제로 좌우가 극심히 분열되자 좌우통합에 매진했지만, 좌우 양측으로부터 10여 차례의 테러를 당하다가 끝내 1947년 7월 19일 암살당했다. 그 후 몽양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노력한 지도자로 인정받아 2008년 건국훈장 1등급인 대한민국장에 추서됐다.
오는 12월 19일이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더욱 긴박하게 움직이는 이 시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몽양 여운형과 같은 혜안과 예지를 가진 민족지도자가 탄생했으면 한다.
*찾아가는 길
서울 - 양수리-양평으로 이어지는 경강로(6번 국도)를 탄다. 중앙선 전철역 신원역으로 진입하면 몽양 생가와 기념관 주차장이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중앙선 신원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우측 언덕길로 500m 직진한다. 도보로 5분 거리.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