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수준 높은 패밀리 세단, 혼다 어코드

입력 2012년12월1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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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중형 세단 전쟁 2라운드가 개막했다. 올해 모두 완전히 바뀐 혼다 어코드,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가 한국시장을 달구는 중이다. 세 차 모두 각사의 주력모델이어서 받는 기대 또한 남다르다. 이 중 어코드는 혼다코리아의 전성기였던 2008년 판매를 주도한 차종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어코드는 국내에 4종이 선보였다. 2.4ℓ 기본형과 고급형 EX, 최고급형 EX-L 그리고 3.5ℓ다. 이 가운데 가장 판매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2.4ℓ EX-L을 시승했다.  

 ▲스타일
 새롭게 바뀌었지만 혼다 특유의 보수적인 특징은 여전히 갖고 있다. 무심할 정도로 단순한 디자인이 그 것. "가장 질리지 않게 디자인하는 게 패밀리 세단의 왕도"라는 공식을 철저하게 따랐다. 강렬한 선으로 젊은 감각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알티마나 현대자동차 그랜저와는 차별되는 대목이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90㎜, 너비 1,850㎜, 높이 1,465㎜, 휠베이스 2,775㎜로 구형보다 조금씩 작아졌다. 그러나 겉으론 차이를 알기 어렵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2개의 수평 바가 단단한 이미지를 풍긴다. 완고하고 무뚝뚝하게 차의 전체 분위기를 대변한다. 결코 가볍지 않다는 자존심을 내포했다. 여기에 그릴의 주변을 "U"자 형태로 감싸는 크롬 가니시를 넣어 역동성을 표현했다. 헤드 램프는 일본 중형차로는 처음으로 LED를 사용했다.  

 측면도 매우 단순하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이런 단순한 맛이 일본차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어코드는 그 매력에 100% 부합하는 셈이다. 앞바퀴 휠하우스에서 앞문 손잡이를 거쳐 뒷문까지 이어지는 강렬한 라인 하나는 외유내강형 어코드의 성격을 나타낸다.

 뒷모양은 신형에서 비판을 많이 듣는 부분이다. 특히 현대차 제네시스와의 유사성을 지적받았다. 그러나 이미지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어코드의 경우 제네시스보다 좁고, 정후면에서 보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유사하다는 소릴 듣는 건 리어 램프 형태 때문이다. 차체 바깥쪽으로 램프를 빼는 최근의 자동차 디자인 경향을 따라서다.  

 실내는 소재 질감 향상을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반면 미국시장용 차가 동일하게 채택하는 우드트림은 국내 소비자 중 일부에선 촌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혼다는 간혹 메탈 등으로 심심함을 차단했다.

 센터페시아는 최근 유행에 따라 공조와 오디오를 개별공간에 두는 계단식 디자인을 택했다. 특이한 점은 오디오 컨트롤러를 모니터 터치식으로 만든 것인데, 구조상 문제로 내비게이션을 넣지 못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오디오 컨트롤러 상단에 별도로 장착, 시선을 분산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내비게이션 지도는 아이나비를 썼다. 성능엔 문제가 없다.

 시트는 안락하다. 차분한 감각이 엉덩이와 등에 전달된다.

 ▲성능
 시승차는 4기통 2,356㏄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혼다 최초의 직분사 엔진에 차세대 동력 기술인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를 적용,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여기에 CVT 무단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 188마력, 최대토크 25.0㎏·m를 낸다. 이전 MPI와 비교해 출력은 10%, 연료효율은 4% 좋아졌다.  

 무단변속기의 가장 큰 단점은 출발가속의 무거움이다. 출발과 동시에 급격히 엔진회전수가 올라가지만 막상 차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 그러나 어코드 2.4는 반응이 남다르다. 일반 변속기의 출발가속 못지 않아 만족할 만하다.

 신형으로 넘어오면서 앞 서스펜션을 더블 위시본에서 스트럿으로 변경했다. 세간의 평가는 "원가절감"이다. 스트럿 가격이 더블 위시본에 비해 싼 것. 그러나 혼다는 스트럿에 많은 장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제작비용도 서스펜션 자체는 싸지만 조합한 여러 장치를 모두 따졌을 때 별로 차이가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에서도 서스펜션 변경에 대한 질문들이 있었지만 시승 후에는 호평이 많았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감성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실용속도 영역대인 시속 60~100㎞에서 어코드는 부드러우면서도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느낌도 구렁이가 담 넘어 가듯 충격을 흡수하면서 매끈하게 통과한다. 그러나 구형과 비교해 날카로운 주행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포츠 세단의 성격을 줄이고 패밀리 세단의 성격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였다. 다소 불안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3.5ℓ를 시승한 사람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2.4와 3.5가 동일한 서스펜션이지만 감쇄력의 세팅을 다르게 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소음은 비교적 잘 억제했다. ANC(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와 ASC(액티브 사운드 컨트롤) 등을 적용한 덕분이다. 오디오와는 무관하게 작동하며, 외부 부밍 소음과 대비되는 소리를 만들어 소음을 상쇄하는 방법이다. 그래도 고속에선 어쩔 수 없이 풍절음이 들린다.

 ▲총평
 2.4ℓ 어코드의 판매가격은 EX 3,250만 원, EX-L 3,490만 원이다. 이 가운데 주력은 단연  EX-L이다. 등급을 구분하지 않고 단일차종으로 판매하는 캠리와 알티마는 3,350만 원으로 동일하다. 어코드의 경쟁력이 약간 떨어지는 셈이다. 혼다는 편의장치가 경쟁차종보다 좋다고 말하지만 상품성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어코드의 성공 여부는 가격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당초 신차 예상물량인 500대에 계약실적이 근접했다. 혼다가 진출하기 이전부터 한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차종이어서 소비자 관심도 높다. 문제는 역시 떨어진 브랜드 파워다. 귀추가 주목된다.

경주=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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