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브랜드다. 차가 크고 승차감이 좋다. 실내는 조용하고 소재도 고급스럽다. 여기에 최근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운전의 즐거움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RX350은 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됐다. 편안한 프리미엄 SUV를 표방하면서 승차감과 역동성의 절묘한 조화를 내세운 게 특징이다. 국내에는 슈프림, 이그제큐티브 등 2종이 출시됐다. 이 가운데 RX350 이그제큐티브를 시승했다.
▲스타일
어디서든 눈에 띠는 외형이다. 크기도 크거니와 디자인도 일반 SUV와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전후면이 길고 윈드실드 각을 낮게 잡아 왜건을 연상케 한다. 최근 내놓은 토요타 벤자처럼 CUV로 분류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SUV에 가깝다.
전면부는 패밀리룩 "스핀들 그릴"을 적용해 공격적인 인상이다. 큼직한 제논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이 라디에이터 그릴을 파고 들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화살표 모양의 주간주행등도 강렬한 인상을 완성하는 데 일조했다. 신형 GS에서 이어져 온 전면 디자인이 크고 강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앞바퀴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볼륨감도 특색있다.
측면은 디자인 방향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낮지 않은 차고지만 상단을 낮게 설정하고, 휠베이스가 길어 도어가 무척 커보인다. 19인치 휠이 작게 느껴질 정도로 펜더와 휠하우스도 큼직하다. 제원표 상 크기는 길이 4,770㎜, 너비 1,885㎜, 높이 1,685㎜, 휠베이스는 2,740㎜다. 그러나 체감하는 크기는 숫자 이상이다.
후면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흐르는 듯한 라인과 뒷면 유리의 비례, 두터운 C필러는 쿠페의 모습이다. 커다란 리어 램프와 트렁크 손잡이 역시 전면부와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해 강하고 집중력 있는 인상을 남긴다.
실내는 가죽 등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투입했다. 특히 가죽과 나무 재질로 처리한 스티어링 휠의 촉감이 마음에 든다. 다른 차에서 느껴보기 힘든 그립감이다. 변속 레버와 조작버튼 등 기기들의 촉감이 만족스럽다. 부드럽게 작동하는 창문에서 세심함이 느껴진다. 운전자가 고급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트의 착좌감과 넉넉한 탑승 공간도 나무랄 데가 없다.
금속 색상을 입힌 센터페시어는 질감 덕분에 고급스러움이 배가된다. 8인치 디스플레이 화면의 내비게이션 시인성도 뛰어나다. 작동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 속도와 함께 길 안내 정보가 표시된다. 시선 분산을 줄이기 위한 배려다.
멀티미디어 기기는 터치가 아닌 리모트 터치 컨트롤 방식이다. 마우스를 조작하는 요령으로 컨트롤러를 작동하면 된다. BMW나 아우디의 조그 방식보다 단순해 금새 익숙해진다. 변속기 레버는 센터페시어 중단에 위치한다. 이색적이지만 불편한 건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위치보다 편하다.
▲성능
V6 3,456㏄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6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 277마력, 35.3㎏·m의 성능을 낸다. 복합 연료 효율은 ℓ당 8.3㎞.
스타트 버튼으로 시동을 걸자 풍부한 배기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기존 렉서스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소리다. 주행 중에도 엔진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다른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한 상태에서 음악감상이나 대화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으로 조율된 소리다. 모든 소리를 차단했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역동으로 반 걸음 옮겼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속 페달을 밟자 묵직하게 반응한다. 민첩하고 예민하지 않아도 힘은 모자람이 없다. 필요할 때 언제든 가속에 부족함이 없으니 조급증을 내지 말라는 조언 같다. 실제 편안한 SUV의 성격을 즐기기 위해 급출발·급가속은 가급적 삼가했다. 시내에선 점잖게 운전했다. 역시 편안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역시 가속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페달에 힘을 더하는 순간 시속 140㎞까지 거침없이 속도를 올린다. 시내 주행 등 저속 영역에서 점잖은 모습을 보았다면 고속 영역에선 V6 3.5ℓ 가솔린 엔진의 넘치는 힘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속도가 오르면 운전자가 달리고 싶은 것으로 판단, 순간 가속력이 붙도록 설계했다는 게 렉서스 측 설명이다. "가가속도(加加速度)’라고 명명한 개념이다.
역동성을 고려하다보니 스티어링휠이 무겁고, 서스펜션도 단단한 편이다. 그러나 운전하기 어렵거나 편안함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기존 렉서스에서 다소 심심함을 느꼈던 운전자라면 만족할 요소다. 뒷바퀴에 적용한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은 날렵한 주행 감각을 위해 수 차례 튜닝을 거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차체 하부 구조도 공기 역학을 고려해 이전 세대에서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한다. 성공적인 시도라는 느낌이다.
▲총평
RX350은 대범하게 몰아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차다. 얌전히 몰아선 기존 렉서스와의 차별성이 없다. 렉서스에서 정숙성, 승차감 등은 이미 정평이 자자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도로에선 호쾌한 드라이빙이 즐거움을 준다.
토요타 시에나의 선전에서 볼 수 있듯 야외활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SUV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승차감과 정숙성에서 우위에 있는 가솔린 미니밴과 SUV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출시 당시 제시한 목표 판매 대수는 30대. 5월 출시 이후 11월까지 월 평균 28대가 판매됐다는 점에서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제 아무리 효율 좋은 렉서스라 해도 배기량과 중량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100㎞ 주행 시 효율은 ℓ당 7㎞를 넘기기 어려웠다. 도심에서는 ℓ당 5㎞를 밑돌기도 했다. "프리미엄" 측면에서 부담없는 숫자일 수 있지만 브랜드를 감안하면 만족에 조금 못 미친다. 물론 그래서 하이브리드가 마련돼 있다. 선택폭이 넓은 차종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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