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더 정점에 다가선 폭스바겐 7세대 골프

입력 2013년01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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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이탈리아인 주지아로의 손길로 태어난 폭스바겐 골프는 38년간 6세대를 거치며 2,913만 대가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다. 지난해 새로 태어난 7세대 골프를 이탈리아의 유명 휴양지인 사르디나섬에서 시승했다.  


 골프는 1세대가 672만 대, 2세대가 641만 대, 3세대가 496만 대, 4세대가 492만 대, 5세대가 327만 대 그리고 6세대가 285만 대 판매됐다. 7세대는 6세대가 나온 지 4년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최근의 경향에 맞춰 교체주기가 매우 짧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7세대 골프는 3도어와 5도어가 있다. 엔진 종류로 보면 1.2ℓ TSI 85마력(20.4㎏·m), 1.4ℓ TSI 140마력(20.8㎏·m), 1.6ℓ TDI 105마력(26.3㎏·m, 블루모션 적용 시 31.25㎏·m), 2.0ℓ TDI 150마력(24.4㎏·m) 등 4종이 있다. 

 ▲디자인 
 새 차의 겉모양을 보면 큰 변화는 없다. 골프 마니아 정도라야 알 수 있는 세세한 변화다. 어떻게 보면 이 점이 골프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는 "지속성"이다. 차의 이름만 이어가는 게 아니라 이전 세대의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즉 1세대 골프의 지붕선과 라디에이터 그릴. 4세대 골프의 C필러와 휠아치를 7세대 골프에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새 차의 비율은 완전히 바뀌었다. 예를 들어 앞 휠의 경우 43㎜ 앞으로 당겨져 앞오버행이 짧아졌고 보닛이 길어 보인다. 이에 따라 실내는 뒤쪽으로 길게 뻗은 고급차의 비율을 갖췄다. 이는 MQB(Modularer Querbaukasten=Modular Transvers Matrix)라는 플랫폼 덕분이다. 

 MQB는 "모듈형 가로배치"란 뜻으로, 엔진을 앞쪽에 가로로 배치하는 차에 두루 쓸 수 있게 각 부분을 모듈 형태로 나눴다. 즉 장난감 블록 조립하듯 각 모듈을 끼워 맞추면 새 차가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플랫폼은 가로배치엔진차의 디자인과 생산에서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업계 판단이다. 


 엔진을 가로로 두는 방식은 대중적인 앞바퀴굴림차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다. 결국 MQB는 유럽 A0~B세그먼트를 모두 담당하는 고무줄 플랫폼이다. 폴로, 비틀, 골프, 시로코, 제타, 티구안, 투란, 샤란, 파사트, CC가 모두 대상이다. 크기로는 소형에서 중형까지, 종류로는 세단, 해치백, SUV, MPV 등 모두를 아우른다. 트레드와 휠베이스가 달라도 한 라인에서 조립이 가능하며, 다른 브랜드의 MQB 모델을 모두 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MQB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엔진을 같은 위치에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듈형 가솔린엔진(MOB)과 디젤엔진(MDB)이 주축이지만 CNG, LPG, 에탄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각 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차를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폭스바겐은 오는 2017년까지 40개 정도의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 시발점이 7세대 골프다.
    
 폭스바겐그룹은 앞으로 업(UP!) 등의 기본이 되는 NSF(New Small Family), MQB, 세로배치 엔진용 MLB, 중량급 모델용 MSB 등 4개 플랫폼으로 대부분의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골프의 외관은 너무나 단정해 더 이상 바꿀 게 없는 모범생을 보는 듯하다. 새 차는 여성스러웠던 디자인이 다소 남성적으로 바뀌었다. 키가 커지고 통통해졌으며, 전체적인 면 구성이 깔끔해졌다. 뒷모양은 5각 형상이다. 보닛과 트렁크 도어의 날카로운 선과 도어 손잡이 아래의 캐릭터 라인 덕분에 차체의 무게중심이 낮고 견고해 보인다.

 C필러의 경우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와 비슷해 차가 서 있을 때도 속도감을 준다. 프로젝션 타입으로 변한 헤드 램프의 눈매는 더 샤프해졌고, 동글동글했던 리어 램프 역시 날카롭게 변했다. 리어 램프의 L자 무늬는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만들어 가는 디자인으로 보인다. 


 차체는 커졌다. 길이×너비×높이가 4,255×1,790×1,452㎜, 휠 베이스는 2,637㎜다. 구형에 비해 56㎜ 길어지고, 12㎜ 넓어졌으며, 28㎜ 낮아졌다. 휠 베이스도 59㎜ 늘어났다. 역대 골프 중 가장 큰 사이즈다. 차체가 커진 덕분에 실내공간도 확장됐다. 1열 좌석의 슬라이딩폭이 20㎜. 1열 숄더룸이 31㎜, 2열 숄더룸이 30㎜. 레그룸이 15㎜ 늘어났다. 트렁크룸도 380ℓ로 30ℓ나 커졌다. 

 반면 무게는 100㎏이나 덜어냈다. 소형차에서 이 정도 감량은 자동차 엔지니어링의 혁명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다. 구체적으로 보면 엔진 주변에서 22㎏, 섀시에서 26㎏, 차체관련 부품에서 37㎏, 특별장비에서 12㎏, 전자장비에서 3㎏을 각각 줄였다. 인테리어에서도 대시보드 0.4㎏, 모듈 사이드 멤버 1.4㎏, 시트 7㎏, 에어컨 2.7㎏ 등 많은 부분에서 경량화를 이뤘다.
  

 실내는 구형에 비해 소재 등이 매우 고급스럽고 정교해졌다. 대시보드는 하이그로시 패널로 구성했고, 센터페시아는 구형이 계기판과 분리된 디자인이라면 7세대는 하나로 연결된 모양이다. 또 운전자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다기능 운전대도 세련돼졌고, 옵션에 따라 히팅 기능이 있다. 시인성을 강조한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는 구형과 같은 유전자다. 기어 노브 주변 모양은 포르쉐와 비슷하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위치한 8인치 터치스크린은 적외선을 사용한 근접 센서를 적용했다. 손가락을 가까이 대기만 해도 입력모드가 나타난다. CD 대신 DVD 드라이브를 탑재했고 음성조절 기능, 63GB 플래시 메모리를 추가했다. UMTS 전화모듈도 설정했다. 기본형에는 5인치 혹은 5.8인치 디스플레이창이 들어간다.
 

 구형에 비해 가장 발전한 부분이 스포츠 시트다. 5개의 시트에 모두 인체공학을 적용, 신체 굴곡을 제대로 밀착시키는 보디라인을 가졌다. 더구나 시트의 형상을 얇게 만들어 실내공간을 더욱 넓게 만들었다. 옵션인 전동식 시트는 12개 자세로 변환된다. 조수석 밑에 수납함을 둬 실용성을 높였고, 뒷좌석은 접이식이다.   
  
 ▲편의·안전장비
 7세대 골프는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를 갖춰 경쟁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스마트 키, 버튼식 시동장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등은 기본이다. 특히 돋보이는 건 안전장비들이다. 그 중 하나인 다중 충돌 브레이크 시스템은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2차 사고를 막는다.


 차간 거리조절 기능이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의 제어가 어려운 상태에 있을 때 미리 창문을 닫고 안전띠를 잡아당기는 등 사고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프리크래시 시스템, 저속주행 시 앞의 물체를 인식해 경보하고 충돌이 예상될 겨우 차를 멈추는 시티 긴급 브레이크 등도 갖췄다. 

 이 밖에 차선이탈경보 시스템, 360도 상황을 볼 수 있는 서라운드 카메라와 파크 어시스트, 운전자가 졸음운전으로 예상된 행동을 할 때 소리와 빛으로 경보하는 피로감지 시스템, 교통표지판 인식 시스템, 좌우 구동력을 전자적으로 조절해 록을 걸고 풀어주는 XDS 등이 눈에 띈다.



 첨단 장비들을 장착하고도 폭스바겐은 독일에서 신형 골프의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폭스바겐은 각 장비의 가격을 공개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프론트 어시스트 555유로, 레인 어시스트 505유로, 리어 뷰 카메라 280유로, 드라이버 프로파일 셀렉션 120유로 등이다. 폭스바겐은 대량생산을 통해 각 부품의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파사트보다 고급 장비가 많아 역전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주행성능


 시승차는 1.4 TSI 7단 DSG와 2.0 TDI 6단 MT였다. 7세대 골프의 변속기는 5단과 6단 수동, 6단과 7단 DSG가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인 1.4 TSI의 성능을 극대화한 게 7단 DSG다. 6단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 6단 DSG와 달리 7단 DSG는 새로 설계했다. 

 새 차는 "드라이빙 모드 셀렉션" 기능이 있어 주행모드를 개인별로 세팅할 수 있다. 핸들, 변속기, 서스펜션, 센서 등을 조정해 에코, 인디비듀얼, 노멀, 스포트, 컴포트 등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 그런 옵션이 없어도 에코 모드는 갖춰져 있어 엔진과 변속기뿐 아니라 에어콘까지 제어, 연비를 최적화한다. 

 구형에서 1.4 엔진은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같이 썼으나 신형에선 터보차저로 통일했다. 주목을 끄는 건 실린더 차단 기능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ACT(Active Cylinder Technology)로, 엔진 부하가 적거나 적당할 경우 실린더 2개가 정지해 연료소비를 줄인다. 유럽 연비 기준으로 100㎞ 당 0.4ℓ를 절약할 수 있다.  


 1.4는 엔진 사운드나 치고 나가는 움직임이 박진감 넘친다. 순간적으로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지만 이어지는 고갯길에선 다운사이징의 한계를 보인다. 엔진음이 좀 과장돼 사운드가 먼저 귀를 때린 후 가속도가 붙는다. 핸들링은 예리함을 걷어낸 대신 무난함을 넣었다. 예리함은 GTI의 몫으로 남겨둔 듯하다. 2.0은 1.4보다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묵직한 파워를 2,000rpm부터 발휘한다. 시속 130㎞까지 금방 속도가 올라간다. 그렇다고 폭발적이진 않다. 

 제원표 상 0→시속 100㎞ 가속성능은 1.4 TSI가 8.4초, 2.0 TDI가 8.6초다. 엔진 배기량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수준이다. 1.4의 경우 최고시속이 212㎞에 달해 만만치 않은 성능을 갖췄다. 
 
 서스펜션은 폭스바겐차 특유의 단단한 특성을 잃지는 않았으나 약간 부드러워졌다. 점잖아졌다고 해야 할까. 이 때문에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국내의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반길 수 있겠다. 칼날같은 움직임은 덜하지만 누가 운전해도 잘 한다는 소리 들을만큼 차체 반응이 안정적이다.


 급코너링 때는 XDS가 작동해 언더스티어를 막는다. GTI에 탑재했던 장비로, 코너링 시  미리 차체 앞부분을 진행방향으로 돌려 차체가 바깥쪽으로 밀리는 현상을 예방한다. ESP가 차체가 미끄러질 때 개입하는 데 비해 XDS는 양쪽 바퀴에 회전차이가 나면 즉시 작동한다. 급차선변경 때는 서스펜션이 좀더 탄탄해지고 움직임이 정확해지는 걸 알 수 있다.  

 실내는 소음·진동을 잘 잡아 정숙성이 뛰어나다. 실린더가 가동되고 안될 때의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다. 풍절음도 거의 없고 노면소음도 파고들지 않는다. 시속 140㎞는 돼야 바람소리가 들린다. 

 7세대 골프의 연비는 6세대에 비해 23%나 개선했다. 차체 무게를 줄이고, 스톱&스타트와 실린더 정지 기능(1.4), 에코모드에서의 코스팅 기능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유럽 기준으로 1.4의 경우 ℓ당 20.8㎞, 2.0은 24.4㎞를 달린다. 디젤차는 블루모션을 택하면 무려 31.2㎞를 갈 수 있다. 코스팅 기능이란  DSG 버전의 에코 모드에서 작동하는 기능으로, 가속 후 액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 뉴트럴 상태로 있다가 액셀 페달을 밟으면 손쉽게 가속되게 만든다. 

 ▲총평


 7세대 골프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커지고, 고급스럽고, 주행특성은 조금 더 대중적으로 변했으면서도 골프만의 유전자를 놓치지 않았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새 차를 올 하반기에 들여올 예정이다. 유럽에선 판매를 시작했지만 생산이 판매를 따라가지 못해 한국시장에 배정할 차는 순위가 밀렸다. 그래서 국내에선 아직도 6세대 골프를 팔고 있다. 


 한국시장용 7세대 골프는 1.4와 2.0을 수입한다는 것 외에 어떤 옵션을 장착하고, 판매가격을 얼마로 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폭스바겐코리아의 그 동안의 가격정책을 감안하고, 유럽 현지에서의 판매가격을 고려하면 많은 첨단 장비를 갖추고도 국내 판매가격은 구형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전망이다. 많은 이들이 7세대 골프를 기다리는 이유다.      

사르디나(이탈리아)=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사진제공=폭스바겐코리아, 김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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