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밭도 녹이는 매헌의 숭고한 정신

입력 2013년01월1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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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충의사


 충남 예산은 유서 깊은 고찰 수덕사를 비롯해 덕산온천단지, 추사고택, 예당저수지 등 많은 문화관광자원을 품고 있다. 특히나 "충절의 고장"으로 드높은 기상을 자랑하는데, 그 한가운데는 매헌 윤봉길 의사가 있다. 조국 독립을 위해 스물 다섯, 청죽처럼 푸른 청춘을 초개처럼 내던진 매헌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도 이 곳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다.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는 윤봉길 의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선생을 기리는 사당과 기념관, 생가 등이 있다. 1968년 사당이 준공된 이래 여러 차례의 정화사업을 거쳐 현 사적지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눈밭을 헤치며 찾아간 그 곳에는 선생의 숨결과 자취가 오롯이 남아 있다.
 

 윤 의사는 1908년 태어났다. 10세 되던 해인 1918년 덕산 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다음 해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고 자퇴했다. 그 후 성주록 선생이 세운 오치서숙(烏峙書塾)에 들어가 사서삼경 등 한학을 섭렵했다. 오치서숙을 졸업한 후에는 국사와 신학문을 익히는 데 열중했으며, 나아가 농민운동에도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1926년 10월 어느 날 생겼다.


 윤 의사가 오치서숙에서 글을 읽다가 잠시 덕숭산쪽으로 산책하던 중 한 청년과 마주쳤다. 그 청년은 가슴에 공동묘지에서 뽑은 나무 묘표를 한아름 안고 있었고, 글을 읽을 줄 아느냐며 자신의 아버지 묘표를 찾아달라고 윤 의사 앞에 펼쳐 놓았다. 윤 의사는 수많은 묘표 속에서 청년의 선친 이름을 찾아냈으나 청년이 묘표를 뽑은 자리를 표시하지 않아 결국 선친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묘소도 모두 찾을 수 없게 됐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윤 의사는 "한 사람의 무지는 무덤을 잃게 하지만 민족의 무지는 나라를 잃게 했구나"라며 무지가 일제보다 더 무서운 적이라는 걸 깨닫고 문맹퇴치운동과 농민운동에 전념하게 됐다.
 

 이후 일본 경찰의 주목을 받게 된 윤 의사는 "장부출가 생불환"이란 비장한 유서를 남기고  1930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 김구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항일운동에 전념한다. 그러던 중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본의 천장절(일왕 히로히토 생일)과 상해점령 전승기념 축하행사가 거행되던 식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군 총사령관을 비롯해 다수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거사를 이뤘다. 

  당시 중국 장개석 총통은 “중국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했다”며 연설했고, 그 후 장 총통이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


 거사 직후 체포된 윤 의사는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다가 1932년 12월19일 금택형무소 교외 삼소우 공병작업장에서 최후를 맞는다. 의사의 나이 불과 25세 때였다.


 사적지 내 윤봉길의사기념관에는 이러한 선생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영상물과, 선생이 남긴  유품(보물 제568호) 28종 56점이 전시돼 있다. 유품 중에는 회중시계와 인장이 있는데, 그 사연이 관람객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거사를 결행하기 전 김구 주석을 만난 윤 의사는 자신의 시계를 풀어 김구 선생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 시계는 어제 선서식 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6원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선생님 시계는 불과 2원짜리입니다. 저는 이제 1시간밖에 더 소용없습니다."

 그 결연한 각오와 담담함 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기념관을 나와 큰길을 건너면 윤 의사의 생가가 있는 도중도와 성장가로 이어진다. 망명 전 23세까지 살았던 저한당에도, 생가인 광현당에도 사방이 온통 눈천지다. 고드름을 매단 초가지붕 아래로 형형한 눈빛의 청년 윤봉길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은 건 시간을 아득하게 만드는 저 새하얀 눈 때문일까. 
 
 *찾아가는 길
 서울 → 서해안고속도로 → 대전당진고속도로 → 예산·수덕사IC → 예산 → 국도 45호 → 서산 방향 17km → 덕산 → 충의사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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