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코란도의 RV 변신, 투리스모

입력 2013년02월05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쌍용자동차가 코란도 투리스모를 출시했다. 로디우스라는 쌍용차의 11인승 계보를 잇는 차다. 그러나 이은 건 탑승인 수에 불과하다. 모양과 제품 컨셉트를 확 바꾼 것. 그 시작은 이름부터다. 쌍용 SUV의 상징적인 이름 "코란도"에 이탈리어로 여행을 뜻하는 "투리스모"를 붙인 것. 
  

 제품 컨셉트는 코란도 스포츠와 동일한 레저 전용차 개념을 적용했다. 그러나 제품 지위는 코란도 스포츠와 조금 다르다. 코란도 스포츠가 차 자체로 레저와 맞닿은 느낌이 강했다면 코란도 투리스모는 넓은 거주성을 기반으로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강조했다. 
  

 외관 스타일은 코란도 스포츠와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전면의 이미지가 유사하다. 하지만 코란도 스포츠가 날카로운 인상인 반면 코란도 투리스모는 다소 부드럽다. 그렇다고 유약해보이지도 않는다. 선이 굵어 오히려 웅장한 느낌을 준다. "레저 베이스캠프"라는 컨셉트와도 어울린다. 전반적으로 풍성한 볼륨이다. 활동적인 남성에게 어울릴 법하다. 
  

 경쟁차들이 미닫이 도어를 택한 것과 달리 여닫이 도어를 채택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구형도 여닫이를 적용했지만 이 차급에서는 생소한 느낌이 사실이다. 활용도면에서도 큰 장점을 갖지 못할 것이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쌍용차는 그러나 안전성이 미닫이보다 낫고, 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치 롱 휠 보디 혹은 대형 SUV를 연상시킨다는 것. 후면 역시 굵직굵직하게 디자인돼 존재감을 드러낸다. 웅장한 전면과 달리 뒤에서 보면 약간 좁다는 느낌이 든다. 
  

 실내는 무척 넓다.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차인 만큼 거주성을 극대화한 것. 시트는 4열 구성이다. 2열부터 모두 접혀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2, 3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앞뒤로도 움직여 공간을 넓히고 좁히기 좋다. 탑승인원이 적을 때는 상당히 넓게 공간을 쓸 수 있는 셈이다. 4열 시트 역시 평소에는 접어 적재공간으로 활용하고, 탑승자가 있으면 펴서 시트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앞 열의 편안함을 조금 제한한 게 사실이다. 시트가 낮아 무릎이 들린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는 불편하다. 
  

 1열 시트에는 열선을 넣었다. 운전석은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속도계, 엔진회전계 등이 들어간 계기판이 위치했다. 센터클러스터로 부른다. 스티어링 휠에 시야를 방해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선이 분산된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운전중 눈이 간다. 시선 분산을 막기 위해 운전자 정면에 디지털 클러스터를 삽입했지만 집중효과는 크지 않다. 
 

 엔진은 쌍용차의 2.0ℓ 디젤을 얹었다. 이미 코란도C나 코란도 스포츠를 통해 선보인 엔진이지만 세팅을 다르게 해 차별을 뒀다. 개별 제품마다 요구하는 동력성능이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엔진 이름 뒤에 LET를 붙였다. 코란도 스포츠는 액티브다. 코란도 투리스모의 엔진은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36㎏·m를 낸다. 변속기는 수동 6단과 E-트로닉 자동 5단이 있다. 시승차는 자동변속기다. 
  

 쌍용차 디젤엔진의 특징이라면 진동·소음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디젤 엔진임에도 정숙성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가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기피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코란도 투리스모는 충분히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수준이다. 
  

 기어 레버를 "D"에 놓고 차를 출발시켰다. 상당히 큰 차체임에도 출발가속에 큰 무리는 없다. 안정적으로 차를 끌고가는 게 느껴졌다. 속도를 붙이는 일도 어렵지 않다. 저속에서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덕분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고속에서도 엔진의 힘이 차에 잘 전달된다. 힘이 부족하다는 건 느낄 수 없었다. 고속도로에서도 제법 속도를 잘 낸다. 그래도 고배기량이나 가솔린엔진에 대한 생각은 떨치기 어렵다. 큰 차체여서 2.0ℓ의 배기량이 심리적으로 작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도 차체에 비해 다소 가벼워 직선주로에서는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든다. 반면 곡선주로에서는 돌아나가는 데 큰 힘이 들지 않아 조향이 쉽다.


 등판능력도 나쁘지 않다. 제동성은 반응이 약간 더디다. 좋게 표현하자면 여유가 있다. 하지만 차를 완벽히 세우려면 페달을 매우 세게 밟아야 한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긴 차체여서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약간의 울컥거림이 있으나 패밀리 레저 전용차로서는 손색이 없다. 특히 1열보다 2열에서의 승차감이 매우 만족스럽다. 운전석에서도 이 차가 긴 차라는 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적재능력은 물음표다. 탑승자가 적다면 상관없겠지만 6~7명이 탈 경우 적재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탑승자들이 공간을 차지해서다. 개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는 건 루프 캐리어다. 쌍용차에 따르면 각종 커스터마이징 용품을 준비중인데, 루프 캐리어 역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한다.   


 쌍용차의 소비자를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건네는 얘기가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준수하다는 점이다. 마니아층도 두텁다. 코란도 투리스모 역시 동급에서는 약간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나 컨셉트에 따른 상품성을 봤을 때 쉽게 볼 제품은 아니다. 오히려 상품성이 높다는 쪽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여기에 정확한 제품 컨셉트를 가진 점도 강점으로 떠올랐다. 


 아쉬운 부분은 있다. 원가절감을 위한 소재 선택이나 엔진 라인업 부족 등이 그렇다. 물론 현재 쌍용차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정상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쌍용차는 회생의 기로에 있다. 지난 2년여의 노력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코란도 투리스모에 거는 회사의 기대는 남다르다.

 판매대수가 적어 쉬는 시간이 많았던 조립 2라인(체어맨과 코란도 투리스모 혼류생산)은 코란도 투리스모의 등장으로 활기를 띌 전망이다. 코란도 투리스모가 쌍용차 회생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