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웅이 할거한 세계사의 한복판

입력 2013년02월2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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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기행 이탈리아 로마


 "....로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로 입성하는 순간 녀석은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 수백 년 동안 세계의 중심이었던 고대 로마제국의 명성과 찬란한 문화유산들, 숱한 영웅들이 할거했던 그 세계사의 한복판을 두 발로 누비게 된 사실이 좀체 믿어지지 않아서였으리라. 게다가 출발 전 여행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보여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에 한껏 감정이입 되었던 녀석은 짐을 풀기도 전부터 콜로세움으로 가자며 안달이었다.


 로마는 그런 도시다. 특히나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겐 앉아 있는 시간조차 아까운, 조급증을 일게 하는 도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 모두 세계사의 무대이자 영웅들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지기에 잠시도 머뭇거릴 수 없는, 거대한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마를 찾아온 사람들의 첫 관광 코스는 고대 로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지 둘러보기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의 유적지는 대부분 구시가지에 모여 있다. 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을 중심으로 로마인들의 삶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 고대 로마의 호화 별장지였던 팔라티노 언덕으로 이어진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아름다운 광장인 캄피돌리오 광장, 로마의 중심지 베네치아 광장, 저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되어 보는 코스메딘의 성모마리아 성당 내 "진실의 입",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등등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구시가지 면적 또한 서울의 동대문에서 남대문 정도 규모이고, 이들 명소의 대부분이 판테온으로부터 반경 1.5km이내에 모여 있어, 로마에서는 길눈이 어두운 이라 할지라도 어렵지 않게 도보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지도를 펼쳐 들고 얼마 걷지 않은 우리 앞에 거대한 콜로세움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녀석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저거 진짜 맞아?" 하는 의혹의 눈빛이었다. 그럴 만도 하리라. 2천 년 전에 저러한 건축물이 존재했단 사실도 놀랍거니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저곳에서 인간과 맹수가 서로 죽이지 않으면 죽는, 피 비린내 나는 잔인한 경기가 펼쳐졌단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서리라.


 
콜로세움은 티투스 플라비우스 황제가 A.D.80년에 완공한 건물로, 188m154m의 타원형 돔 형태로 둘레 527m, 높이 57m의 원형경기장이다. 이 건축물을 짓는데 10만 명의 노예가 동원되어 5년에 걸쳐 지었다고 한다. 원래 명칭은 "플라비우스 원형 경기장"인데 콜로세움이란 이름이 붙은 까닭은 과거 이곳에 네로 황제의 거대한 동상이 있어서, "거대하다"는 뜻의 콜로살레(colossale)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폐허가 된 경기장 내부의 모습을 마주하면 비로소 2천 년 전의 세월을 실감케 해준다. 베라리움으로 햇빛을 가린 로열석엔 부와 권력을 온몸에 휘두른 귀족들이 교만하게 앉아 피 비린내 나는 경기를 감상하고 있었을 터이고, 2, 3층엔 기사계급과 일반 서민들이, 경기장과 먼 4층 관람석에 천민계급과 노예들이 빈 틈 없이 앉아 내질러댔을 환호성과 열기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지금은 검투사와 맹수가 싸웠던 경기장(아레나)은 없어졌으나 그 밑에 만들어졌던 지하 구역이 미로처럼 드러나 있다. 맹수와 검투사가 있는 곳은 지하 12m였으며 수동 엘리베이터 시설로 이들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당시 항상 피로 흥건했던 경기장 바닥에 모래를 뿌려 피가 빨리 스며들도록 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검투사들과 맹수들이 그곳에서 피를 뿌렸을까.

마치 그 장면을 보고 있기나 한 것처럼 인상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녀석에게 한 마디 던져본다.

 "
어이 총각! 폼 좀 그만 잡고 이제 포로 로마노로 가실까? <글래디에이터> 촬영지는 여기가 아니라 튀니지라네!"

 
거 무슨 바람 빼는 소리냐는 듯 바라보는 녀석의 표정이 자못 실망스럽다. 튀니지 엘젬에 한니발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고 튀니지를 지배한 로마가 3세기에 지은 원형경기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글래디에이터>를 촬영했다고 한다.

 
현재 콜로세움의 모습은 1920년대 최종 보수되어 공개되었다. 1349년 지진으로 크게 무너져 두 동강이 나다시피 했고, 15세기부터 약 3세기 동안 로마의 집권자들이 이곳의 자재들을 뜯어내어 자신이 짓고자한 건물에 쓰기도 하는 등 여러 차례 수난을 겪고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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