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프리미엄 시장 수성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대표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에 일종의 스포츠 패키지인 다이나믹 에디션을 출시한 것. 주행성능 강화를 위해 각종 기능 및 성능을 보강하고, 수입 스포츠 세단들과 본격적으로 겨뤄보겠다는 움직임이다. 검증된 상품성에 유럽 지향의 운동성능이 강화된 제네시스 3.3ℓ 프리미엄 다이나믹 에디션을 시승했다.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은 2013년형 연식 변경에 추가된 트림이다. 따라서 외형상의 큰 변화는 없다. 면발광의 S라인이 들어간 헤드램프와 풍부하게 적용된 크롬 장식, 특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점잖으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인상을 완성한다. 전체적인 외형은 고급감과 볼륨감이 느껴지는 모습 그대로다.
외형의 가장 큰 변화는 바퀴에 있다. 휠 크기가 19인치로 커진 것. 타이어 규격은 235/45 R19. 휠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바퀴는 콘티넨탈 광폭 타이어와 어우러져 스포츠 세단의 성격을 드러낸다. 바퀴가 1인치 커진 것이지만 효과는 작지 않다. 또 앞바퀴 브레이크 캘리퍼에 로고가 새겨졌다. 실내에서는 메탈 페달이 달리기 감성을 자극한다.
그 동안 제네시스에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는 많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도입된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이미 충분한 동력 성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3.3ℓ V6 GDi 람다 엔진은 최고 300마력, 최대 35.5㎏·m의 출력을 낸다. 다이나믹 에디션은 엔진 성능을 뒷받침하는 운동 성능 보강이 핵심이다. 대형 브레이크 디스크와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해 제동성능을 높이고, 서스펜션은 충격흡수장치와 스태빌라이저를 새로 튜닝했다.
시동을 걸고 아이들링 진동과 소음을 확인했다. 최고 수준의 실내 정숙성은 다이나믹 에디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느 수입 고급차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지난 제네시스의 성공에 실내 정숙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주행을 시작하자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기존 제네시스와 가장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스티어링 휠 조작감이다. 저속에서 여성운전자라면 버거울 정도로 묵직하다. 좁은 지역에서 주차하는 과정에서도 두 손으로 휠을 잡고 돌려야할 정도다. 그러나 속도가 붙으면 묵직함은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묵직함도 완화된다. 그렇다고 고속 주행시 불안감을 줄 정도로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고속에서 핸들링이 편해지는 정도다.
본격적으로 주행 성능을 느끼기 위해 간선도로에 진입하며 스포츠모드를 활성화했다. 스티어링휠 무게감이 커지면서 가속페달 반응이 민감해졌다. 8단 자동변속기는 촘촘히 기어를 높여갔다. 시속 100㎞까지 스트레스 없이 치고 올라간다. 힘이 넘치지만 거칠지 않다. 럭셔리 세단의 성격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8단 변속기는 연료효율에도 유리하다. 변속 구간을 촘촘히 가져갈 수 있는 데다 고속에서 낮은 rpm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적체가 없는 시간대에 시속 110㎞를 유지하며, 크루즈 모드로 주행하자 ℓ당 12㎞대 후반의 연비 표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차의 공인 연비는 ℓ당 9.4㎞, 고속도로 연비는 ℓ당 12.3㎞다.
속도를 높이면서 차선을 바꾸고, 안전한 지역에서 다소 격하게 핸들링을 가져갔다. 큰 체구임에도 몸놀림이 이전보다 많이 경쾌해졌다. 승차감도 조금 다르다.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기존과 큰 차이 없으면서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기본기가 그만큼 탄탄해졌다는 방증이다.
제동성능은 조금 의문이 든다. 브레이크 패드가 커지고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를 적용하는 등 제동력 향상은 분명하다. 응답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유럽제 스포츠 세단과 경쟁하기에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잘 서지만 송곳 같은 느낌이 부족해서다.
시승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이 조금 더 일찍 출시되지 못한 이유였다. 현대차 나름의 판단이 있었겠지만 2013년 연식 변경이 이뤄진 지난해 6월에 나왔더라면 보다 나은 반응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신형 제네시스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는 이 시점에 마치 "재고처리"용 카드로 보기에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다. 반대로 신형 제네시스의 예고편이라 생각해보면 새 차의 출시 예정 시기인 내년 상반기가 더욱 기다려질 수도 있다. 제네시스 다이나믹 에디션 가격은 3.3ℓ 프리미엄 5,126만원, 3.8ℓ 익스클루시브 5,273만원, 제네시스 프라다 3.8ℓ 7,060만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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