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모터쇼, 수익 의지따라(건들지 말 것)

입력 2013년03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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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모터쇼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번엔 프레스데이가 말썽이다. 이미 서울모터쇼의 프레스데이 관람권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참여 업체가 프레스데이 초청 이벤트를 펼치면서 전반적인 관람객 관리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본래 프레스데이(Press day)는 모터쇼 개막에 앞서 언론 관계자 등의 원활한 취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 공개일이다. 모터쇼가 본격 개막하게 되면 몰리는 관람객 사이에서 언론 매체들이 모터쇼를 취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일종의 취재 배려인 셈. 프레스데이를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은 모터쇼의 사전 붐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서울모터쇼는 매번 혼잡한 프레스데이를 겪어왔다. 프레스데이에 모터쇼를 취재하러 온 기자보다 많은 수의 업체 및 정부 관계자, 특별 초청된 일반인들이 모터쇼 장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언론 매체의 정상 취재를 늘 방해한다는 점이다. 프레스데이에 제공되는 각종 선물을 타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은 일반적이고, 심지어는 고가의 전시품이 파손되는 경우도 있었다. 프레스데이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세계 유명 모터쇼도 프레스데이는 매우 혼잡하다. 하지만 이는 언론 매체 간 치열한 취재 경쟁의 결과물이지, 일반 관람객과 경쟁하는 일은 없다. 무의미한 경쟁은 취재진에게 제공되는 각종 자료마저 동나게 한다. 기술적 내용이 대부분인 "볼 것"없는 이 제품 자료는 일반인 손에 들어가는 순간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언론 매체에겐 취재를 위한 소중한 자료인데도 말이다.

 일련의 과정은 서울모터쇼의 부실한 행정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매번 시정을 요구하지만 올해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특히 프레스데이 관람이 가능한 초대권이 상황을 악화시킨다. 올해는 약 3만장이 발급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해외 모터쇼 사례를 비춰볼 때 매우 많은 숫자다.

 올해 역시 일부 업체들은 초대권을 이벤트 형식으로 풀기 시작했다. 초대권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국산차의 경우 기아자동차가 "K9 멤버십 회원 초청"이라는 명목으로 60명을 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초대하고, 수입차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레스데이 입장이 가능한 초대권을 이벤트로 내걸었다. 프레스데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업체들인데도 말이다.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더 많다.

 조직위는 기본 초대권 운영 방침이 "판매 금지"임에도 불구하고 설상가상으로 일부 업체는 초대권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직위의 졸속 행정이 눈에 들어온다. 조직위가 앞장서서 프레스데이 입장이 가능한 특별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는 것. 개별 업체의 초대권 판매에 대해 제대로 된 단속이 없는 이유다.

 다르게 보면 조직위의 자화자찬에 비해 업체가 모터쇼 참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극히 적다는 뜻이다. 때문에 업체들은 매번 모터쇼 참가를 꺼리고, 조직위는 유인책으로 대량의 초대권을 쥐어준다는 게 업계 인식이다. 모객을 위해 특별 입장권을 만들어 판매할 정도니 이런 분석도 쉽게 수긍이 간다.

 일각에서는 프레스데이를 독점하고 싶은 언론의 기득권 챙기기라는 비판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레스데이라는 행사의 원래 취지다. 언론의 기득권 챙기기가 문제라면 굳이 "프레스(Press)"라는 말을 쓸 이유가 없다. 그냥 "특별 공개일" 혹은 "스페셜 데이"로 표시하면 될 일이다.

 굳이 "기자들의 날"을 지정해 놓고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할 이유는 없다. 다시 말해, 프레스데이의 일반인 입장은 프레스데이의 목적에 비춰볼 때 전혀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모터쇼에 오지 못하는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고, 서울모터쇼의 질적 하락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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