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가 500(친퀘첸토)을 내세워 한국시장을 다시 찾았다. 500은 존재만으로도 가치를 입증하는 차로 정평이 나 있다. 어디서나 눈길을 끄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어서다. 경차급의 체구에 1.4ℓ 심장을 얹어 다부진 성능을 발휘한다. 국내에선 500과 컨버터블인 500C를 동시에 판다. 시승은 500으로 진행했다.
▲스타일 한 폭의 그림같다. 화려한 유화나 수채화 등의 정통 회화가 아닌 팝아트 느낌을 물씬 풍긴다. 팝아트가 젊은 세대에 인기가 많다는 걸 감안한다면 500 또한 젊은 차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2개의 동그란 헤드 램프는 귀엽다. 그릴 중앙 피아트 로고와 함께 좌우로 뻗은 크롬 바는 마치 고양이 수염같다. 전체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슈퍼스타 "피카추"가 떠오른다. 주황색 안개등은 홍조를 띈 볼살이다. 왜소한 체구는 부인할 수 없지만 경차로는 분류되지 않았다. 너비가 1,640㎜로 경차 규격인 1,600㎜를 조금 넘기 때문이다.
문은 모두 3개다. 뒷좌석에 타고 내릴 때는 불편하지만 3도어 특유의 귀여운 맛은 있다. 그래서 500은 어디까지나 틈새차종이다.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프리미엄을 내세울 때 수반되는 가격이 그렇다.
측면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안정적인 형태다. 트렁크 해치가 앞으로 누운 덕분이다. 후면 역시 단촐하지만 앙증맞다. 네모난 리어 램프는 크롬으로 둘러 스마트한 분위기를 낸다.
도어는 약간 묵직하게 열린다. 경차 스타일답게 천장이 높아 타고 내리는 데 불편이 없다. 다만 시트 포지션은 수동조절임에도 낮지 않다. 신장 175㎝의 남자가 머리를 세웠다면 끝이 닿아 거슬린다.
실내는 단순함이 강점이다. 차체 색상과 동일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구성이 깔끔하다. 센터페시아 최상단에는 통풍구가 있고, 라디오 조작부가 위치한다. 이어 버튼 방식의 공조장치 조작부, 당구공 모양의 끝이 귀여운 기어 노브가 있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한 그래픽이다. 특이한 건 계기판인데, 미니와 비슷한 감성이다. 가장자리 원은 속도를, 그 안의 작은 원은 엔진회전계다. 그 사이로 각종 정보를 표시하는 트립컴퓨터 창이 있다.
▲성능 500은 1.4ℓ 가솔린엔진을 탑재했다. 최고 102마력, 최대 12.8㎏・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약간 날카로운 크랭크축 회전음이 실내로 들어온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불만스럽진 않다. 오히려 모터바이크 느낌이 들어 재미있다. 굳이 소형차급에서 고급 세단의 정숙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스티어링 휠 무게감은 가벼운 편이다. 돌리기 쉬워 운전도 편하다. 마치 장난감을 조작하는 것 같다. 센터페시아 표면의 스포츠모드 버튼을 누르면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오르면서 가속을 재촉한다. 이 때는 작지만 다부지게 치고 나간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다. 통통 튀는 맛이 있다. 작은 차체에 비교적 큰 배기량의 엔진을 얹은 덕분이다. 그래서 속도를 내는 일도 거침없다. 기본적으로 고속도로 제한속도까지 전혀 무리가 없다. 이후 속도에서도 가속 페달 답력에 따라 원하는 속도에 충분히 올라선다. 물론 한계는 있다. 그래도 이 정도 차급에선 훌륭하다.
직선도로에선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순발력이 강해 성능에도 흠잡을 게 없다. 그러나 곡선도로에선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에도 불구하고 노면을 움켜쥐는 맛이 덜하다. 각종 전자장비를 동원해 인위적인 코너링을 만들어내는 요즘 추세와 비교하면 500은 날것 그대로다.
▲총평 500은 특이하다. 디자인은 물론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 성능이 그렇다. 아쉬운 점은 한국 내 가격정책이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 불만이 많다. 이는 시승에서도 느꼈다. 비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피아트로선 미니와 비교해 자존심을 지켰는지 모르지만 소비자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피아트는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결론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좀더 지켜 보는 수밖에 없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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