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복사꽃축제
전국 각처에서 들려오는 화신(花信)이 분주하다. ‘앵두꽃이 피었다 일러라 살구꽃이 피었다 일러라 / 또 복사꽃이 피었다 일러라 / ...... / 그 앞산에도 진달래꽃 분홍 불이 붙었다’고 노래한 송수권 시인의 <봄날> 꽃소식만큼이나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화신이 전국을 황홀하게 수놓고 있다.
경북 영덕에서 날아온 화신은 수줍은 복사꽃 소식이다. 복숭아 재배단지가 있는 영덕읍 화개리 오십천변 일대와 지품면 일대는 해마다 이 맘 때면 복숭아꽃이 온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인다. 올해도 변함없이 복숭아꽃이 만발한 이 일대는 마치 연분홍 융단을 펼쳐 놓은 듯 화사하다.
때를 같이 해 복사꽃 축제도 열린다. 오는 4월17일 영덕군민운동장에서 개최되는 "23회 복사꽃 큰잔치"는 다양한 민속행사와 문화행사가 곁들여진 축제 한마당이다. 윷놀이, 투호놀이, 민속씨름, 전통줄다리기, 민속장기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장치며 달리기, 대형복숭아 굴리기 등의 다채로운 전통놀이가 펼쳐지고, 복사꽃 선녀선발대회와 복사꽃 즉석 사진촬영은 복사꽃 축제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돋워준다.
복사꽃 구경을 목적으로 한다면 읍내 축제 현장보다 화개리 오십천변 일대나 지품면으로 향하는 게 좋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발할 경우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진보를 거쳐 황장재를 넘으면 영덕으로 이어진다. 조급한 상춘객은 황장재 고개를 내려오면서부터 이제나저제나 복사꽃이 보일까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만 분홍빛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마침내 나타나는 연분홍색 꽃무리는 반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걸음을 멈추지 말고 계속 달린다. 황장리, 지품리, 복곡리, 수암리, 낙평리, 신안리 등 영덕군 지품면 일대가 모두 이름난 복숭아 재배단지이나, 뭐니뭐니 해도 복사꽃이라면 삼화리 삼협마을의 복사꽃이 으뜸이다.
삼협마을은 산자락 전체가 복숭아밭이다.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드넓은 복숭아밭이 펼쳐진다. 연분홍색 꽃무리가 산자락을 뒤덮은 풍경은 그야말로 무릉도원을 방불케 한다. 산자락 아래로 흐르는 오십천 물줄기도 풍경을 더욱 부풀려준다.
영덕 ‘복사꽃 큰잔치’가 여느 축제보다 흥겨운 건 영덕대게의 본고장인 강구항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대게축제는 지난 3월 막을 내렸지만 소문난 영덕대게의 맛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껍질이 얇고 살도 많은 영덕대게의 담백한 맛은 ‘복사꽃 큰잔치’로 가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게 만든다.
강구항과 이웃해 있는 삼사해상공원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잔잔한 봄바다와 어우러진 벚꽃나무들이 나름의 정취를 돋운다. 이북 5도민의 망향 설움을 달래기 위해 1995년에 세워진 망향탑과 경북개도 100주년 기념사업인 경북대종, 어촌민속전시관을 비롯해 기타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강구항 북쪽으로 올라가면 푸르디 푸른 동해를 원없이 마주할 수 있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린다. 창포리에서 대탄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동해와 태산준령이 빚어내는 가슴 탁 트이는 전경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맞이공원과 풍력발전소의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는 곳도 이 곳이다.
*맛집
강구항 대게거리에 크고 작은 영덕대게 전문집이 머리를 맞대고 이어진다. 강구항 안쪽으로 들어가면 식당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해양대게타운(054-733-9988) 1층에서 대게를 사 3, 4층 식당가로 가면 즉석에 대게를 쪄준다. 강구항에 자리한 어시장도 구경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배에서 막 내린 싱싱한 해산물이 싸고 푸짐하다. 더러는 이 곳에서 회를 떠 등대 부근 방파제로 가 식사자리를 펼치기도 한다.
*찾아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나와 안동에서 국도 34번을 타고 청송·영덕 방향으로 향한다. 황장재를 넘어 계속 달리면 영덕읍으로 이어진다. 혹은 경부고속도로 경주 인터체인지에서 나가 7번 국도를 타고 강동 - 28번 국도 - 포항·흥해 - 7번 국도- 영덕 - 강구에 이르는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복사꽃을 보려면 국도 34번을 타고 청송·안동 방향으로 다시 들어서야 한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 봄꽃들 "펑펑" "팡팡" 피어나는 곳▶ 점점이 흩어진 꽃송이로 붉게 물든 섬▶ 고풍스러움과 현대적 멋이 어우러진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