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이 강세인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SUV는 어느새 든든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지난해 내수부진에도 SUV 기세는 죽지 않았고, 올해 역시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오토캠핑 등 야외활동 인구가 급증하는 덕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LA모터쇼에서 공개한 싼타페 롱보디는 국내에 지난 3월 "맥스크루즈"란 이름으로 나왔다. 크기만으로 보면 이 차는 형님 격인 베라크루즈 지위를 위협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베라크루즈를 럭셔리 SUV로 강조하고, 맥스크루즈는 아웃도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맥스크루즈 4WD를 시승했다.
▲스타일&상품성 차체 크기는 길이 4,915㎜, 너비 1,885㎜, 높이 1,690㎜, 휠베이스 2,800㎜로 국산 SUV 중 가장 길다. 처음에는 싼타페에서 허리만 길어진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100㎜ 길어진 휠베이스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넉넉한 실내공간과 함께 고급스러움을 풍긴다. 수입산 대형 SUV에서도 일부 경험했던 인상이다.
앞모양은 싼타페와 유사하다. 헤드 램프의 공격적인 디자인은 면발광 LED를 더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 소재를 써서 품위를 더했다. 주간주행등은 여러 개 작은 LED 램프가 안개등을 감싸는 형태로 위치해 크리스털 장식처럼 화려하다. 두툼한 프론트 노즈에선 힘이 느껴진다. 싼타페보다 보닛을 이루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커졌다.
뒷모양은 싼타페와 차별화했다. 듀얼 머플러를 양 끝에 배치, 고성능 이미지를 살렸다. 후미등은 길이를 줄이면서 트렁크 손잡이와 번호판을 받치는 형태다. 아래쪽 선은 더욱 강조했고, 뒷면 공간은 치밀함을 더했다. 날카로움에 단단한 인상까지 보탰다는 생각이다.
센터페시아 구성은 싼타페의 연장선상에 있다. 계기판, 멀티미디어 기기의 배치, 버튼 위치도 큰 차이가 없다. 시승차는 최상급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스페셜로 원격시동, 공조제어, 도어개폐 등을 지원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 "블루링크"를 적용했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홀드 기능, 스티어링 휠을 자동 제어해 평행주차를 돕는 주차조향보조 시스템 등 싼타페에 있던 다양한 기능을 모두 넣었다.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성면에서 합격점을 줄만하다. 단,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표방한 "액튠"은 출력이 부족해 보인다.
맥스크루즈의 최대 강점은 단연 공간활용도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SUV에서 보기 힘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싼타페 7인승에서 사실상 사용하기 힘들었던 3열 시트도 활용이 쉽다. 일반 7인승과 달리 3열 바닥을 평평하게 해 성인 남성의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다.
넉넉한 2열 공간은 7인승 기준으로 성인 남성 3명이 편하게 탈 수 있다. 3열 시트까지 사용해도 382ℓ의 트렁크 적재공간이 생긴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적재용량은 1,158ℓ까지 늘어난다.
▲성능&승차감 엔진은 2.2ℓ 디젤을 얹었다. 최고 200마력, 최대 44.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자동 6단 변속기를 결합해 복합 연료효율은 ℓ당 11.3㎞(4WD 기준 도심 10.1㎞/ℓ, 고속도로 13.3㎞/ℓ)다. 싼타페보다 커지고 공차중량이 60㎏ 늘어난 탓에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주말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체험한 실제 연비가 11㎞/ℓ 정도여서 표시연비와 차이가 별로 없었다.
시동을 걸자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리가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 나온 디젤차답게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했다. 가솔린엔진과 정숙성을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방음·방청에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저속에선 소음이 다소 있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이면 오히려 실내가 조용해진다.
당당한 체형에 걸맞게 움직임은 묵직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싣자 부드럽게 나아간다. 큰 덩치를 여유 있게 끌고나간다. 예민하기보다 느긋하다. 사람에 따라 변속시점이 조금 아쉽다고 할 수도 있겠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은 의외로 가볍다. 에코, 일반, 스포츠 모드 3종을 지원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코너링 성능은 안정적이다. 차체자세제어장치, 섀시통합제어 시스템 등을 갖춰 차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다소 급한 곡선주로도 속도를 높이지만 않는다면 부담없이 돌아나올 수 있다.
제동력은 조금 아쉬운 점이다. 차가 밀린다는 느낌을 몇 번 받으면서 크기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를 체감했다. 브레이크의 민감성을 조금 더 높이면 어떨까 싶다.
장거리 주행을 염두에 둔 성격에 맞춰 승차감은 나무랄 데가 없다. 운전석은 적당한 쿠션으로 허리와 엉덩이를 감싼다. 전동시트는 세밀하게 시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아무리 공간이 넓어졌다 해도 3열은 일반 성인이 장시간 타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올해 강화된 안전규정에 따라 3점식 안전띠를 적용하고 독립식 공조장치까지 배치했다.
▲총평
선입견은 무섭다. 해외 모터쇼를 통해 처음 접한 싼타페 롱보디라는 이름 때문일까. 한동안 맥스크루즈를 싼타페의 가지치기차 정도로만 인식했었다. 그러나 시승을 마친 뒤엔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형 SUV시장에서 고유영역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저력을 봤다. 임기응변으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으로 깎아내리기에는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크기나 상품성 대비 가격도 합리적으로 다가온다. 두바퀴굴림 3,500만~3,940만 원, 네바퀴굴림 3,715만~4,155만 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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