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투박한 외형 탓에 중국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최근 들어 인기다. 중국은 대륙 이미지와 달리 전통적으로 소형이나 준소형 자동차가 주류였는데 점점 "미국 스타일"로 시장취향이 바뀌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트렌드로 평가된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지난달 중국의 SUV 판매량이 국내외 최신 모델이 대거 시판되면서 작년 동기보다 49% 증가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량(1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SUV는 "농장 차량"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별 인기가 없었다.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심한 중국에서 SUV는 세련된 도시 이미지가 부족해 외면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도심지 오염으로 교외 주거를 원하는 이들이 늘고 외국 여행 등으로 국제적 SUV 붐을 접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판도가 바뀌었다고 IHT는 풀이했다.
20일 개막한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SUV 인기는 뚜렷했다. 폴크스바겐과 중국 자동차 1위 업체를 다투는 GM은 모터쇼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에서 9종의 신형 또는 개량 SUV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GM은 2015년이면 자사의 중국 SUV 판매량이 현재의 갑절인 400만대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크라이슬러도 내년 말 중국 후난성 창사(長沙)에서 유명 SUV인 체로키 지프의 현지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상하이 모터쇼에서 신형 SUV를 대거 전시했다.
SUV는 중소형 승용차보다 기름을 많이 먹어 연료 소비를 줄이려는 중국 정부 규제에 취약하다는 우려에 업체들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답한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SUV는 대다수가 승용차 뼈대를 써서 연비가 좋은 크로스오버 차량(CUV)이고 미국 제품보다 엔진 용량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도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금도 엔진 배기량이 4리터(4천㏄) 이상인 차에 대해 최고 40%의 징벌적 세금을 매긴다. SUV와 고급 대형차가 인기를 끌면서 정부는 미국과 유럽처럼 자동차 업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연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당국이 작년 11월 시작한 부정부패 척결사업이 SUV 등 고가차량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롤스로이스 등 고가제품 판매고가 최근 몇 달 내 성장이 다소 둔화했지만 이는 현지 사치품 시장의 성숙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IHT는 전했다.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작년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반일 감정의 표적이 된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참여해 신형 SUV·승용차 등을 선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 업체들이 제품수리 보증기한 연장 등으로 만회하려고 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상 유지에도 어려움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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