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이라는 말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비약적인 발전도 과거의 이야기다. 중국차는 이미 완전하게 세계의 중심에 섰다.
2013 오토상하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중국 업체들의 신차 러시다. 글로벌 업체의 신차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중국차의 활약이 대단했다. 당연히 세계 언론도 중국차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오토상하이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고, 지난해 열린 베이징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였다. 중국 특유의 자신감과 자부심은 대단했다. 한 때는 조롱거리로 여겨졌던 짝퉁차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차 발전의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 해외 합작사다. 해외 업체와 만든 현지 합작회사의 공이 크다. 중국의 산업정책상 해외 자동차기업은 현지 법인을 단독으로 세울 수 없다. 그래서 중국 내 자동차회사와 합작했고,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기술, 생산, 판매 노하우가 합작회사를 통해 흡수된다.
많은 합작 브랜드가 이를 증명한다. 사실 이번 상하이에서 큰 관심을 모은 것도 이들이다.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닛산, 기아차 등은 모두 합작 브랜드 중국전용 제품을 내놓으며 중국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창청(长城), 비야디(比亚迪), 지리(吉利), 창안(长安), 이치(一汽) 등의 합작사 독자 모델은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던 국제적 감각도 향상됐다. 특히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화제를 모았던 쿠오로스(观致汽车)가 그랬다. 디자인과 기술 수준이 낮지 않았던 것. 대표 차종인 3세단은 유럽에서 스코다(SKODA), 기아차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상하이에서도 쿠오로스의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제품 개발 능력의 향상은 오히려 글로벌 업체들의 중국 내 역량 강화 효과마저 일으켰다. 일례로 닛산은 중국인이 디자인하고, 개발을 주도한 "프렌드-미"라는 컨셉트카를 소개했는데, 글로벌 업체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닛산 디자인 총괄 시로 나카무라 부사장은 "중국은 기술적 역량 뿐 아니라 디자인 실력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인이 디자인한 차를 내놓은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높은 기술력과 뛰어난 디자인이 없다면 이젠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글로벌 업체의 분발은 다시 중국 토종 업체의 실력 배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중국 정부도 이런 방식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과 디자인 역량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래서 언젠가 글로벌 업체의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나아가 중국차들이 세계 각지에서 활약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물론 중국 시장은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모터쇼 현장에서 설영흥 현대차 중국 총괄 부회장은 "현재 면허증은 있는데 차가 없는 중국 내 인구만 1억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게다가 자동차 소유욕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낙관적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남은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라 시장의 견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차도 예외일 순 없다. 후발 주자가 아닌 경쟁자로서의 중국차를 바라봐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상하이=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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