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신호체계와 다른 표지판을 도로에 설치해 교통사고를 유발했다면 이에 따른 손해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청주지법 민사항소1부(이영욱 부장판사)는 12일 유턴하다가 사고를 낸 가해 차량 측 보험사인 A사가 청주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842만원을 전액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최모씨는 2011년 10월 9일 오전 10시 50분께 자신의 렉스턴 승용차를 몰다가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의 한 교차로에서 유턴했다. 신호등 위에 붙은 표지판에는 적신호 때 유턴하도록 표기돼 있었지만 정작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은 직진·좌회전 하는 신호체계였다. 최씨는 이 표지판에 따라 유턴했지만 마주 오던 김모씨의 차량에 부딪혔다.
이 사고로 A사는 상해를 입은 김씨 일행에게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 등으로 842만원을 지급한 뒤 "잘못된 표지판 때문에 사고가 났다"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청주시는 "표지판이 잘못 설치됐다는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고, 최씨가 앞쪽에서 차가 오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교차로 신호체계에 맞지 않는 유턴 표지판을 설치한 것은 관리상의 방호조치 의무를 소홀히한 것"이라며 청주시의 주장을 기각했다. 사고 이전에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표지판 설치·관리 상의 하자에 따른 손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씨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청주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운전자가 교통신호와 표지판이 다를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 예방책을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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