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계절의 여왕 5월이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이 떠남을 그 어느 곳보다 아쉬워하는 곳은 바로 이 도시가 아닐까. 5월 한 달 내내 축제가 열렸던 물의 도시 춘천. 어린이날을 즈음한 5월 4일 막이 오른 춘천인형극제를 시작으로, 11일까지 열린 춘천고(古)음악제, 10일부터 19일까지 공지천에서 열린 봄내예술제, 비슷한 시기에 춘천국제연극제 또한 옹골찬 막을 올렸다.
떠나는 5월이 못내 아쉬운 이번 주말에도 춘천을 대표하는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긴 세월 동안 변치 않고 춘천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제25회 춘천마임축제가 지난 19일 개막해 26일까지 이어진다. 몸의 원초성에 주목하며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하여 몸을 부각시키는 춘천마임축제는 정치적으로 자유로우며 사회적으로 적극적인 간섭의 태도를 취하고 동시에 행동하는 개인의 몸을 "예술"과 "난장"으로 드러낸다. 도심 한복판에서의 벌인 대규모 몸씻김굿을 비롯해 춘천시내 곳곳을 유랑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유정문학제도 24~26일 실레마을에서 개최된다. 한국 단편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손꼽히는 김유정(1908~1937)은 1930년대 우리나라 농촌의 실상과 그 삶을 탁월한 언어감각과 투박하면서도 정확한 문장, 그리고 독특한 해학으로 묘사해 1930년대 한국 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고향로, 마을 전체가 작품의 산실이며 현장이다. 그가 발표한 31편의 소설 중 12편의 무대가 모두 이곳을 배경으로 한다. 소작농의 아들인 "나"가 마름집 딸인 점순이의 적극적인 구애에 시달리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동백꽃>의 배경도 바로 이곳 금병산자락이다.
이곳 실레마을에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관을 건립하는 등 마을전체를 "김유정문학촌"으로 탄생시켰다. 주요시설로는 생가와 외양간, 디딜방앗간, 휴게정, 전시관 등이 있고, 김유정소설 속 작품세계를 재현한 프로그램들이 연중 다채롭게 개최되고 있다. 또한 문학촌을 중심으로 김유정 소설 속 실제지명을 순례할 수 있는 문학산책로와 금병산 등산로가 조성되어 있다.
문학제는 김유정 소설 입체낭송대회, 전국의 대학생 및 일반인이 참가하는 김유정 산문백일장, 김유정문학상 시상, 김유정기억하기 전국문예작품공모 시상, 김유정 소설 <봄ㆍ봄>, <동백꽃> 속의 점순이 찾기, 실레마을 닭싸움 그리고 누구나 참가하여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각종 민속놀이 등이 펼쳐진다. 이날 열리는 풍물장터에서는 마을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향토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축제만이 아니다. 물의 도시 춘천은 흐르는 물길 따라 펼쳐지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낭만의 여행지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소양호의 수려한 경관과 북한강의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지는 의암호,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춘천호 등은 춘천의 낭만을 한껏 부풀려준다.
더욱이 춘천에는 외지인의 시선을 빼앗는 한 처녀가 있다. 강가에 홀로 서서 치맛자락을 날리는 처녀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이가 없다. 바로 소양강처녀상이다. 소양대교 옆에 위치한 거대한 소녀상은 ‘해 저문 소양강에 / 황혼이 지면 / 외로운 갈대밭에 / 슬피 우는 두견새야....’라고, 누구나 한번쯤 노래방에서 불렀던 그 노래 속 주인공이다.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순정을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처녀상은 조각가 남상연의 작품으로 높이 7m, 무게는 14t의 청동상이다. 2005년 제작된 이 소양강처녀 기념상 옆에는 노래비도 함께 만들어졌다. 기념비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소양강처녀 노랫가락이 흘러나와 또 다른 흥을 안겨 준다.
*맛집
다양한 먹거리가 기다리는 춘천에서 의암호를 따라 이어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를 가면 의암댐 주변에 자리한 매운탕 골이 기다린다. 자연산 메기매운탕, 쏘가리 매운탕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춘천 하면 닭갈비를 손꼽는 이들은 명동이나 온의동, 후평 3동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다. 그중에서도 명동 닭갈비 골목은 오래된 전통의 멋과 맛을 자랑한다. 신북읍 천전리로 가면 춘천막국수의 원조격인 막국수집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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