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천 농다리축제 5월을 보내는 아쉬움, 6월을 맞이하는 설렘이 교차하는 이번 주말에는 충청도 진천 땅으로 가보자. 천 년을 이어온 신비한 역사와 전설이 숨 쉬는 농다리에서 신명 나는 축제 한 마당이 열린다. 5월 31~ 6월 2일까지 3일간 열리는 농다리축제에는 다양한 행사와 재미있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예부터 ‘살아서는 진천에 머물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는 말이 내려올 만큼 진천은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이곳 사람들은 그 어떤 수식어보다 이를 자랑스러워하고, 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 자부심만큼이나 오랜 세월 진천사람들과 함께 해온 것이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에 있는 농다리다.
나들이를 즐기는 이들 중에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진천 나들목 부근에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눈길을 빼앗겨 본 경험이 있을 게다. 흐르는 강물 위를 마치 거대한 지네가 꿈틀거리며 지나는 것 같은 풍경이다. 그 풍경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인 농다리다.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 위에 놓여진 농다리는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 총길이 94m, 폭 3.6m, 교각 두께 1.2m에 이른다. 천년 넘는 세월 동안 지금의 모습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과학적인 축조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사력암질의 돌을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안으로 들여쌓기 하여 교각을 만들었고, 크기가 다른 돌을 적절히 배합해 서로 물리게 하여 쌓았는데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져 빠른 유속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석회나 시멘트 따위를 바르지 않고도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천년 세월을 지켜온 것이다.
자연석을 그대로 쌓았음에도 이토록 견고하고 아름답게 축조된 농교는 지난 1976년 충북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데 이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되어 다시 한 번 뛰어난 문화유산임을 증명했다.
천년 세월을 세금천 위로 꿋꿋이 버티어 온 농다리에는 다양한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그중 하나는 고려 때의 장군인 임연이 매일 아침 세금천에서 세수를 했는데 몹시 추운 어느 날 세금천 건너편에 한 젊은 부인이 차가운 강물에 발을 걷고 건너려는 모습을 보았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장군이 여인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친정으로 가는 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군은 여인의 지극한 효심과 그 모습을 딱히 여겨 용마를 타고 돌을 실어 날라 단숨에 농다리를 놓아 주었다고 하다. 이 때 용마는 너무 힘에 겨워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는데 용마의 바끈이 끊어져 떨어진 돌이 용바위(쌍바위)라 전해진다.
또 다른 전설은 임연 오누이의 힘내기 설화이다. 굴티 임씨네 집안에서 아들, 딸 남매를 두었는데 둘 다 훌륭한 장사라서 어느 날 힘겨루기를 해 서로 죽고 사는 내기를 하였다. 아들은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목매기송아지를 끌고 서울로 갔다가 오기로 하고, 딸은 농다리를 놓기로 하여 치마로 돌을 날라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가만히 보니 아들은 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딸은 다리를 거의 마무리해 가고 있었다. 이에 어머니는 아들을 살릴 묘책을 내어 딸에게는 뜨거운 팥죽 등 먹을 해다 먹이며 일을 늦추게 하였다.
결국 아들이 먼저 돌아왔고, 딸은 다리 한 칸을 마무리하지 못해 약속대로 죽게 되었다. 이후 딸이 다 놓지 못한 다리를 다른 사람이 놓았다고 하는데 장마가 지면 딸이 놓은 다리는 그대로 있지만 다른 사람이 놓은 한 칸은 자주 떠내려간다고 한다.
이렇듯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이 오늘날까지 구전되어 온다는 것은 바로 천년 세월을 지켜온 농다리의 신비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농다리 일원에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농다리 기원제를 시작으로 농다리 점등식, 불꽃놀이로 막을 올려 진천농요 시연, 견지낚시대회, 농다리 놓기 재연 행사 등이 펼쳐진다.
*맛집
중부권 최대의 낚시터로 알려진 초평저수지를 비롯해 백곡호 등 저수지 주변에는 민물생선요리를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많다. 그 중에 붕어찜을 전문으로 조리하는 「붕어마을」음식촌이 조성되여 인기향토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진천IC(좌회전) → 성석사거리(좌회전) → 지석마을 지나 우회전해 안내판 참고.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