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현실적인 스포츠카, 2013 닛산 370Z

입력 2013년06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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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카는 로망이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 탁월한 주행성능,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브랜드 파워 등을 갖춘 그 결과는 가격이다. 

 "가성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 만족스러운 정도를 의미한다. 가성비가 좋다는 건 상품성이 높다는 말이다. 싼 물건이라고 가성비가 좋은 건 아니다. 가격만큼 품질 역시 가성비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반인이 비싼 수입 스포츠카를 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언젠가 나도 한 번..."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차도 있다. 국산 대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을 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비교적 현실적인 가격에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며 최고의 가성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차. 그 주인공은 "페어레이디"로 불렸던 닛산 Z라인의 6세대 370Z다. 마이너 체인지를 거치며 상품성을 강화한 370Z를 탔다.

 ▲디자인&상품성
 길이 4,250㎜, 너비 1,845㎜, 높이 1,315㎜, 휠베이스 2,550㎜다. 짧은 오버행과 "롱 노즈, 숏 테크"의 전형적인 쿠페형 스포츠카다. 차고가 생각보다 높은 반면 시트 포지션은 일반 스포츠카처럼 낮다. 덕분에 170㎝대 중반의 키라면 차에 앉았을 때 머리가 천장에 닿는 지 신경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새 차의 가장 큰 변화는 앞모양에서 볼 수 있다. 범퍼 양 끝으로 LED 주간주행등을 더하고, 펜더 앞부분과 범퍼 아래까지 이어지는 선을 추가하면서 집중력있는 인상을 만들었다. 공기흡입구에 있던 송곳니 모양의 구조물도 사라졌다. 부메랑 모양의 헤드 램프와 극단적으로 강조한 사이드 펜더는 여전하다. 미국 머슬카와 다른 섬세한 매력이다.

 옆모양에선 바퀴쪽 변화를 볼 수 있다. 휠 디자인이 단순했던 5스포크에서 정교한 더블 5스포크로 바뀌었다. 브레이크 캘리퍼는 붉은색으로 처리했다. 제동성능에 대한 자신감이다. 앞펜더 뒤에 위치한 "Z"로고, 다소 과장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풍만한 뒷모양 등은 구형에서 이어진 인상이다.

 실내는 단순하지만 소재의 질이 높다.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 고급 가죽과 스웨이드로 마감한 실내는 시각 또는 촉각적으로 만족스럽다. 스포츠카로는 실내공간도 넓은 편이다. 운전석에서 답답함을 느끼진 못했다. 조수석도 마찬가지다.

 계기판 중앙에는 엔진회전계가 있다. 스포츠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대시보드 상단 중앙에는 각각 수온, 전압, 시간을 표시하는 3개의 클러스터가 있다.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배치다. 패들 시프트를 더한 스티어링 휠도 약간의 조작버튼이 있을 뿐 간결하다. 센터페시아 구성도 최대한 깔끔하다.

 USB 포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별도의 케이블을 준비하지 못해 AUX단자를 이용할 수 없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FM 라디오 청취에만 이용했다. 충전을 위해 찾았던 시거잭은 암레스트 수납공간 안쪽에 있다. 좌석 뒤에는 개인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실내를 가로지르는 스트럿 바는 공간 활용보다 차체 강성을 위한 구조물이다. 풍만한 뒤태 덕분에 트렁크는 깊지 않지만 폭이 넓다.

 ▲성능
 동력계에 변화는 없다. 구형과 동일한 V6 3,696㏄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제원표 상 성능도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37.0㎏·m로 같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카랑카랑한 엔진소리가 울린다. 고음이 도드라진다.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된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부드럽게 출발한다. 힘이 넘치지만 튀어나가진 않는다. 액셀 페달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면 운전이 피로해질 수 있다. "날마다 스포츠카"를 표방한 370Z답게 적절한 선을 잡은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다. 고속주행 시 정확한 조향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상주행에서도 가속상황이라면 다양한 소리가 차 안을 채우며 달리기를 종용한다. 세단의 정숙성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가속 시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며 내는 소리와 풍절음이 유난히 크다. 다만 구형에서 지적됐던 엔진소리와 변속소음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정속주행 시에는 비교적 고속에서도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지장이 없다.

 가속을 위해 운전자가 속도를 높인다는 신호를 보내면 유감없이 스포츠카의 면모를 드러낸다. 페달을 깊숙히 밟으면 엔진회전수가 급격히 오르며 펀치력을 발휘한다. 반면 정속주행에선 의외의 승차감을 나타낸다. 고속에서도 무척 안정적이다. 변속기 역시 변속충격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몸놀림은 정확하면서도 항상 여유있다. 역동적인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 중에는 전자장치 개입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위적으로 움직임을 조절하는 느낌에 거부감을 갖는 것. 370Z도 다양한 주행보조장치가 움직임에 관여하지만 이질감은 적은 편이다.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이다.
  
 시승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제동력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속도를 줄일 때마다 정확한 제동성능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총평
 형만한 아우가 없다지만 370Z는 닛산의 대표 슈퍼카 GT-R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차다. 넘치는 힘은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진중한 몸놀림과 편안한 승차감은 일상주행에서 부담을 줄여준다. 극한 성능의 쟁쟁한 차들이 많지만 가격을 생각했을 때 만족도는 오히려 370Z가 낫지 않을까 싶다. 판매가격은 5,790만 원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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