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종 박물관
충북 진천에 종 박물관이 있단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설혹 그 사실을 접했다 할지라도 ‘에이, 지방도시에 생색내기로 만들어 놓은 문화 공간이겠지’ 쯤으로 지레짐작하거나 아예 그렇다고 단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직접 종 박물관을 보게 되면 열에 아홉은 깜짝 놀란다.
그저 그런 박물관쯤으로 생각했다가 예상 밖의 큰 규모와 빼어난 건축물에 놀라게 되고, 관람을 마친 후에는 훌륭한 전시내용과 규모에 비해 찾는 이가 너무 적어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박물관을 통째 빌린 것처럼 여유롭게 관람하는 호사를 누리는 건 좋지만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인 훌륭한 박물관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백곡로에 자리한 종 박물관은 한국 종의 연구, 수집, 전시, 보존은 물론 기획전시, 교육 및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한국 종의 예술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2005년 9월 개관됐다. 대체 진천군이 종과 무슨 관련이 있길래 박물관을 세웠을까, 하는 의문은 이 곳에 오면 곧 해소된다.
진천의 덕산면 석장리는 고대 철 생산이 이뤄진 유적지로, 우리나라 고대 철 생산 유적지 가운데 최대 규모의 제철로를 소유했던 곳으로 밝혀졌다. 이는 금속공예의 제작도 가능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철 생산 유적지에 철을 제련해 소리의 과학을 입혀 탄생시킨 종 박물관의 건립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공원처럼 잘 가꿔진 주변과 넓은 주차장을 거느린 종 박물관은 멀리서도 종 모양의 독특한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한국 종을 대표하는 성덕대왕신종의 모형과 함께 종을 완성한 후 거푸집을 떼어내는 형상을 띠로 둘러 종의 탄생을 알리고, 벽면에는 종의 울림을 상징하는 곡선이 2층까지 전개돼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고대 종 가운데 최대 범종이자 정교한 세부 장식과 아름다운 종소리를 간직한 한국 범종 최고의 걸작이다. 명문에 의하면 경덕왕이 부왕 성덕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제작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다음 대(771년)에 이르러 완성했다. 이 종을 만드는 데 무려 구리 12만 근이 소요됐다고 한다. 무게는 18.9t에 이르며, ‘에밀레종 설화’로 유명하다.
종의 탄생과 범종의 역사, 한국의 범종을 심도있게 보여주는 1층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올라가면 더욱 흥미진진한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범종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모형물을 비롯해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범종은 세계적으로도 ‘한국종’이라는 학명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이라고 하는데,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울림소리가 웅장해 동양 3국의 범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이를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종 안에 추를 매달고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내는 서양종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구촌 종’과 ‘ 생활 속 종’들을 통해 보여준다.
제3전시실로 불리는 옥외에는 야외무대와 타종장이 있다. 타종 체험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인 상원사 종과, 가장 큰 종인 성덕대왕신종을 1.5분의 1로 축소한 범종을 관람객이 직접 타종해 아름다운 소리와 긴 여운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밖에 범종문양탑본하기, 흙으로 만드는 토종체험, 범종문양 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학습장이 마련돼 있다. 분수대와 잔디광장이 있는 테마공원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진천 나들목에서 나와 좌회전, 성석 4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이후 벽암 4거리에서 좌회전해 백곡저수지 방향으로 달리다가 장관교를 지나 좌회전하면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나온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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