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주력모델 5시리즈에 손질을 가했다. 6세대의 부분변경이다. 그렇다고 BMW는 이를 6.5세대라고 하지 않는다. 외형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효율의 향상폭과 실내의 변화는 충분히 6.5세대로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비슷한 시기에 개선을 마친 벤츠 E클래스가 성형에 중점을 뒀다면 5시리즈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외관에서만큼은 6세대가 지금까지 가장 진일보한 형태임을 자부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말 독일 뮌헨에서 공개한 5시리즈 가운데 BMW가 아시아 언론에 제공한 차종은 디젤엔진을 얹은 530d와 가솔린엔진의 535i 그란투리스모(GT) 두 가지다. 아우토반과 뮌헨 외곽의 교외 도로를 넘나들며 차를 경험했다.
▲디자인 얼핏 보면 외형에선 달라진 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어댑티브 LED 헤드 램프와 LED 안개등이 옵션이지만 시승차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키드니 그릴 윤곽이 뚜렷해졌고, 안개등을 감싼 에이프런 형상이 공기저항 감소를 위해 변경됐다.
마르쿠스 바우어 BMW 중대형개발담당 부사장은 "에이프런의 변화가 미세해 보이겠지만 효율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며 "신형 5시리즈 디자인의 핵심은 효율을 위한 섬세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BMW는 5시리즈 세단의 공기저항을 0.25Cd까지 낮췄다. 어지간한 스포츠카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기저항이 중요한 건 엔진 자체의 효율 개선이 한계를 맞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엔진 내 연료를 잘 태워 지금보다 효율을 높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회사들이 효율을 위해 시선을 돌린 분야가 공기저항과 무게 감소다. 5시리즈 하체의 주요 구성품인 액슬 소재로 가벼운 알루미늄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덕분에 내년 9월부터 적용하는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은 이미 충족했다.
실내는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계기판 때문이다.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모양의 그래픽을 연출할 수 있어 요즘 고급차에 많이 장착하는 추세다. 자동차의 전장화로 각종 센서 정보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도 가졌다. 물론 디지털 계기판은 선택품목이지만 BMW코리아는 오는 9월부터 판매할 신형 5시리즈의 변화를 체감시키기 위해 기본품목에 포함했다.
이 밖에 BMW가 내세우는 각종 통합 컨트롤러(i드라이브)의 표면은 손가락으로 글씨를 써서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직접 입력할 수 있다. 10.25인치 TFT 스크린에 선명하게 입력된다.
▲성능&승차감
먼저 탄 차종은 530d 세단이다. 직렬 6기통 2,993㏄ 트윈파워터보 엔진으로 258마력을 발휘한다. 57.1㎏·m에 달하는 최대토크 발휘범위는 1,500~3,000rpm이다. 운전자들이 많이 쓰는 엔진 회전영역을 넓혀 어느 속도에서든 힘을 표출하도록 설계했다.
통합 차체제어 시스템에 스티어링은 전동식이다. 225/55R 17인치 타이어를 끼워 100㎞/h까지는 5.8초가 걸린다. 최고시속은 250㎞이며,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오토 스톱 기능도 있다.
뮌헨 외곽의 테스트센터에서 시승차를 받아 곧바로 아우토반에 진입했다. 요즘은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이라도 속도제한구간이 꽤 많다. 고속도로가 시내 인근을 지날 때는 시속 120㎞가 고작(?)이다. 국내에선 제한속도를 넘는 영역이지만 독일인만큼 달려보기로 했다.
시속 120㎞까지 쉽게 오른다. 가속될 때 BMW의 특징으로 대변되는 "역동"은 디젤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주행은 "스포츠 모드"를 선택했다. 계기판 색상이 살짝 붉게 물들며 중앙에 원형의 창이 생성되고, 그 안에 현재의 기어 단수가 표시돼 시선을 자극한다. 에코 모드로 바꾸면 속도가 오를 때 지침의 숫자도 커진다. 시속 100㎞에서 120㎞로 넘어가면 속도계의 "100"은 작아지면서 "120"이란 숫자가 커지는 방식이다.
왼쪽 엔진회전계도 마찬가지다. 2,000rpm에서 3,000rpm으로 넘어가면 커졌던 "2"가 원래의 크기로 줄어들고 "3"이 부각된다. 이 처럼 주행모드에 따라 변신하는 디지털 계기판은 낯설음을 경계하는 소비자를 위한 고전적인 그래픽 유지와 동시에 첨단을 선호하는 앞선 소비자 취향을 동시에 반영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다시 스포츠 모드에 놓고 속도를 높였다. 마침 속도제한이 사라져 가속 페달에 힘을 줬다. 시속 120㎞에서 어렵지 않게 180㎞로 치솟더니 250㎞까지 거침없이 달린다. 안전을 위해 다시 속도를 낮추고, 시속 140㎞를 에코 모드로 유지하며 주행했다. 해당 속도에서도 실내는 무척 조용해 옆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한적한 교외 도로에 들어선다.
교외 도로를 시승코스로 제공하는 이유는 대부분 핸들링 때문이다. 고속도로와 달리 회전각이 크고 도로의 높낮음이 있어 차체의 지지력이 매우 중요하다. 뮌헨을 벗어난 교외 도로는 회전각이 은근히 깊은 곳도 있다. 그러나 시속 80㎞의 제한속도를 유지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어지간한 굴곡은 모두 완벽히 쏠림을 지지해서다. 굴곡이 조금 깊은 곳은 통합 차체제어장치가 스스로 알아서 제어한다.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 시스템은 도로 조건과 운전 습관에 맞춰 전자식으로 조절되며, 어댑티브 드라이브 시스템과 함께 좌우 흔들림 안정화 장치까지 포함돼 있다. 액티브 스티어링은 속도를 감지해 조향력을 제어하며, 앞바퀴뿐 아니라 뒷바퀴 조향각도까지 컨트롤한다. 역동적인 주행상황에서 인상적인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운전은 사람이 하지만 실수 가능성을 대비한 수많은 제어장치의 증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간 휴식지에 들러 530d에서 535i GT로 바꿔 탔다. 직렬 6기통 2,979㏄ 가솔린엔진에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결합해 306마력의 힘을 낸다. 40.8㎏·m에 달하는 토크는 1,200~5,000rpm에서 고르게 발생한다. 530d와 엔진만 다를 뿐 모든 시스템은 동일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을 꼽자면 가속 때 디젤엔진보다 비교적 부드럽다는 점이다.
▲총평
신형 5시리즈의 국내 도입에 앞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주력인 520d와 528i다. 이번에 새로 제품군에 추가한 518d도 관심사 중 하나다. 이들 세 차종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시스템은 대부분 차이가 없다.
BMW가 공개한 528i 제원에 따르면 배기량은 1,997㏄이며, 트윈스크롤을 탑재한 트윈파워터보 엔진으로 최고 245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35.7㎏·m(1,250~4,800rpm)다. 520d는 4기통 1,995㏄ 디젤엔진에 트윈파워터보를 적용해 184마력과 38.8㎏·m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 발휘 범위는 1,750~2,750rpm으로 설정돼 있다.
520d는 효율 또한 관심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 520d는 BMW의 주력차종으로 그리고 독일 중형 디젤세단으로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효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BMW인데 효율마저 높아 선택된 것"이란 해석도 있지만 어떤 게 먼저가 됐든 520d의 효율은 매우 중요 항목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래서 살펴 보니 8단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520d는 유럽에서 530d보다 효율이 높게 측정됐다. 복합 기준으로 ℓ당 22.2㎞, 530d의 19.6㎞보다 앞선다. 게다가 518d도 복합효율은 520d와 같다. 마르쿠스 바우어 제품담당 부사장이 만날 때마다 "신형 5시리즈 변화의 진정성은 효율"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BMW코리아는 19종에 달하는 신형 5시리즈를 순차적으로 한국에 모두 들여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얼굴 바꾼 벤츠 E클래스 신형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계획이다. E클래스가 외형의 참신함을 내세웠다면 뉴 5시리즈는 고효율의 성품을 강화한 내적 변화가 방패인 셈이다.
엔진은 달라도 뮌헨에서 체감한 제품력은 여전히 높다. 세대를 떠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진화하는 건 그 만큼의 안전, 첨단, 편의, 효율을 지향하는 덕분이다. 그런 면에서 뉴 5시리즈는 분명 진일보했고, 잠깐의 시승에서도 확인은 했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 궁금해진다.
새 차의 국내 판매가격은 미정이다. 그러나 알려진 바로는 공격적인 가격이 예상된다. 그 만큼 수입차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유럽에서 들어오는 완성차 관세율이 3.2%에서 1.6%로 내린 만큼 효과를 톡톡히 누리겠다는 계산이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지켜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BMW는 알고 있을 것이다.
뮌헨=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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