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의 느낌은 상당히 독특하다. 푸조와 같은 그룹이지만 모양은 푸조보다 진취적이다. 의미를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존재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임을 드러내는 현대 미술품을 연상시킨다. 자의적인 해석은 용납하지 않는다. 진보적이며, 전방위적이다. 따라서 타는 사람으로 하여금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트렌드 세터의 느낌을 갖게 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아방가르드 비클"이다.
DS5는 그런 시트로엥이 지향하는 가치의 가장 상단에 위치한다. 플래그십으로서의 위용은 물론 가장 시트로엥스러운 디자인이 강점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장르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 대담성은 여유마저 풍긴다. 때문에 프랑스 대통령은 공식행사에 DS5를 의전차로 탄다. 프랑스 명품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DS5를 시승했다.
▲스타일
독특하다. 아니, 독특하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이 안된다. 지금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양이다. 시트로엥의 고급 라인인 DS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이런 모양을 하고 있지만 DS5는 더 특별하다. 절제와 과감성이 오묘하게 공존한다.
전면부는 세세한 디자인이 살아 있다. 다소 현란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동차 디자인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합격 점수를 줄만하다. 화려함을 싫어하는 이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차는 원래 이런 것"이라는 말을 하듯 DS5는 자신만의 자태를 자랑한다.
헤드 램프 아래에서 A필러로 이어지는 굴곡은 크롬으로 마감했다. 역동적인 맛과 세련된 멋을 동시에 내는 요소다.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은 "ㄷ"자 형태로 묶여 심심할 수도 있는 뭉뚝한 범퍼 라인을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측면의 전체 실루엣은 차의 성격을 규명한다. 왜건 형태의 길게 뻗은 몸체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시트로엥은 DS5의 장르를 왜건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휠은 상당히 이색적인 디자인이다. 바람개비 형상을 하고 있다. 달리고 있을 때도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뒷모양은 차분하다. 지붕에서 트렁크 도어로 떨어지는 부분에 스포일러를 장착, 공기역학과 전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다. 리어 램프는 "ㄱ"자 형태로, 범퍼 일체형의 사각 듀얼 램프와 함께 역동적인 분위기를 낸다. 리어 램프 사이에는 DS 로고가 크게 자리해 존재감을 뿜어낸다.
실내는 DS5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같은 브랜드 내에서 차급이 다르더라도 원가절감 차원에서 디자인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DS5는 하위 차급과 같은 부분을 찾을 수 없다. 개성 넘치게 표현한 건 물론 마감재의 질감도 우수하다.
비대칭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진취적인 DS5의 성격을 그대로 담아냈다. 무광 크롬 패널을 센터페시아, 기어 노브 등 곳곳에 넣어 시각적으로 젊은 느낌을 풍긴다.
천장에는 PSA그룹 자동차의 특징이랄 수 있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장착했다. 선루프가 아니어서 전체가 열리지는 않는다. 총 3면으로 구성, 각각의 면을 여닫을 수 있다. 조작 버튼은 머리 위에 있다. 천장 조작부 때문에 운전석 쪽 지붕은 다소 답답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각 도어에 두는 창문 개폐 스위치를 센터콘솔로 모았다. 습관적으로 문쪽으로 손이 가지만 지붕에서 이어지는 디자인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운전대를 잡은 왼손을 쓰지 않고 오른손으로만 모든 걸 조작하라는 의미를 담은 배치다.
스티어링 휠은 D컷 형태로,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하단을 크롬으로 마감, 젊은 이미지도 낸다. 계기판은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트립컴퓨터 등 세 부분으로 나눴다. 운전자쪽 유리창에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시트의 촉감이 좋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가죽을 쓴 덕분이다. 마사지 기능이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성능
163마력의 2.0ℓ 디젤엔진을 얹었다. 최대토크는 34.6㎏・m이며, 변속기는 6단 자동을 조합했다. 디젤차 특유의 밸브 소리는 적당히 억제했다. 개인적으로 독일차의 진동·소음 억제력을 앞선다고 본다. 디젤 기술에 있어선 프랑스의 자존심이 만만치 않다. 동급 가솔린엔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에 거슬리지도 않는다.
푸조-시트로엥 동력계의 가장 큰 특징은 최대토크가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발휘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출발 가속이 경쾌하고, 이후의 가속에서도 스트레스없이 뻗어나간다. 물론 역동적인 움직임을 원한다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DS5의 성격을 감안하면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는 꾸준히 오른다.
프랑스차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단단한 하체다.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프랑스 도로의 특성 때문이다. 이 같은 하체 감성을 확보한 덕분에 주행안정성은 뛰어나다. 특히 곡선에서 그렇다. 그러나 너무 단단해 과속방지턱 등을 지날 때는 충격을 크게 받는다. 또 프랑스차는 보통 핸들링이 날카롭지만 DS5의 손맛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제동력은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발에 약간의 힘을 준 것만으로도 손쉽게 차가 멈춘다. 무게탓에 약간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관성이라는 물리법칙에 따른 것으로, 실제 차의 제동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총평
DS5 출시 이후 이 놀라운 프랑스 감성을 어떻게 한국 소비자가 이해할 지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때로는 진보적이지만 또 때로는 보수적인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란 여간 어렵지 않아서다. 표현하기 난해한 디자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시트로엥은 좀 더 명확한 단어로 DS5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프랑스 대통령이 탄다고 해서 그 차를 선망의 대상으로 소비자가 바라볼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제품이 추상적인 감성을 담고 있다면 명확한 단어 선택으로 제품을 꾸며 소비자가 쉽게 납득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지 수용하면 접근성은 높아진다.
일단 DS5가 소비자에 널리 각인된다면 걱정은 없다. 실내의 고급스러움이나 안정된 동력성능 등 기본적인 제품력이 뛰어나서다. 게다가 왜건 형태의 제품도 내수시장에서 서서히 인기가 오르고 있다. 형태의 특성으로 인한 단점이 많이 상쇄되고 있다는 뜻이다. 판매가격은 4,490만~5,490만 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