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처럼 2000년대에 많은 일을 겪은 자동차 회사도 드물다. 경영 위기에 빠지며 두 번의 주인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노조와 회사의 격렬한 다툼이 있었다. 쌍용차의 모든 이슈는 정치 쟁점화 돼 상반된 가치 판단에 시달려야 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로 평택 공장을 자주 찾았는데, 당시 현장에서는 그 치열한 대립보다 절망이 모든 사람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패배감만이 쌍용차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줄기 빛이 된 것은 프로젝트명 "C200", 바로 코란도 C였다. 출시 전까지 제품명으로 어떤 이름을 써야 할 지 고민이 많았지만 쌍용차의 상징이자 국산 SUV의 아이콘 "코란도"를 다시 부활시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코란도 C 출시 이후 빠르게 안정화에 들어섰다. 실적이 개선되니 활동에 여유가 생기고, 풀릴 기미도 보이지 않았던 노사 문제도 이제 해결되는 상황이다. 코란도 C는 쌍용차가 최전성기에 그랬던 것처럼 미래의 최전성기를 향해 달려 나가기 위한 완벽한 주춧돌이 됐다. 이후 SUV 계열의 제품명이 코란도로 묶이며, 쌍용차의 전성시대를 다시 열고 있다.
그런 코란도 C가 부분변경을 맞았다. 오래된 차라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던 내외관 디자인을 개선했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잘 찾아보면 편리하고 유용한 다양한 기능도 잘 갖췄다. 디젤 엔진의 진동소음 억제력은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정통 SUV 느낌을 강조하면서 수동 변속기 제품력을 강화하는 등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림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코란도 C를 경기 북부 일대에서 시승했다.
가장 변화가 눈에 띄는 부분은 전면부다. 우선 라디에이터 그릴을 다른 코란도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로 변경했다.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강조한 것. 양옆으로 장착된 헤드램프 또한 LED의 아낌없는 적용으로 새롭게 변모했다. 최근 LED 램프 사용은 일반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전장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자동차 내 전력소모가 늘어나면서 전력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LED 램프는 일반 할로겐램프에 비해 전기를 크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밝기가 월등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특징도 있다. 보닛 역시 강렬한 분위기로 굴곡을 만들어 냈다.
측면의 변화는 크지 않다. 휠 정도가 변경점이다. 대신 후면 디자인에 크게 신경 썼는데, 역시 LED 램프가 다수 장착된 리어램프에 눈길이 간다. 코란도 C라는 이름에서 영감을 얻은 C자형 라이트가드는 어두운 곳에서 코란도 C의 정체성을 명확히 표현한다. 코란도 C 제품명을 트렁크 하단에 일렬로 길게 새겨 넣어 존재감을 높였다.
실내 역시 쌍용차가 중점적으로 공을 들인 부분이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형상 자체를 기존의 차분한 분위기만 유지하고 전면적으로 바꿨다. 무광 우드 패널도 특징 중 하나인데,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아쉬운 점은 이 우드 패널에 너무 신경을 쓴 탓인지 센터페시어 일부에선 약간 허술한 느낌도 난다는 점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를 더 높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소재의 질감 역시 크게 향상됐고, 동승석 인비저블 에어백 장착으로 대시 보드를 깔끔히 마감했다. 수납공간도 곳곳에 마련해 편의성과 실용성은 높였으며, 아이폰을 지원하도록 멀티미디어 시스템 기능을 추가했다.
시트의 착좌감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가죽 시트 질감은 너무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다. 시승 내내 허리가 불편했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운전석에는 2단계 조절이 가능한 통풍 시트가 마련됐다. 뒷좌석 시트는 뒤로 17.5도나 눕힐 수 있다. 경쟁 차종들이 5도 정도로 흉내만 내는 것과는 차별성을 보여준다.
뉴 코란도 C에는 자동변속기의 경우 e-XDi200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수동변속기에는 e-XDi200 LET를 조합한다. 두 엔진은 동일한 형식으로 저속 토크 세팅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 엔진은 현재 쌍용차 SUV 계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엔진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한국 도로 사정상 큰 배기량의 엔진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0ℓ 디젤 엔진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시승차는 6단 자동변속기 제품으로 최고 181마력, 최대 36.7㎏․m의 견인력을 확보했다. 수치상으로도 큰 불만을 느끼기 어렵다. 변속기 레버의 엄지손가락이 위치하는 부분에는 수동 변속을 지원하는 스위치가 달려 있는데,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주행은 에코와 스포츠 모드를 새로 편성했다. 평소에는 효율 위주 에코 모드로 달리다가 기어 노브 측면의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엔진 회전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스포츠 모드에 돌입한다. 두 주행 모드의 큰 차이는 느끼기 어렵지만 스포츠 모드에선 엔진 부밍이 다소 커지면서 차가 튀어나가는 느낌이 조금 경쾌해지는 정도다.
사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진동소음(NVH) 억제력이다. 시동을 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실내 진동소음이 잘 차단됐다. 달리면서 탑승자끼리의 대화를 방해받는다거나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외부에서도 일반적인 디젤 엔진의 진동소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쌍용차는 NVH 성능 향상을 위해 엔진 마운트에 중점을 뒀다. 형상을 변경하고, 마운팅 브라켓 강성을 높인 것. 또한 4점식 마운트를 적용해 충격흡수력을 높였다. 디젤차의 진동소음은 폭발력이 강한 엔진에 좌우되는데, 엔진을 받치는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으니 결과는 당연히 성공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한 도심형 SUV가 긴 막대 형태의 전륜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쌍용차는 전륜에 격자형태의 풀프레임을 장착했다. 4륜구동차를 만들어 오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엔진 진동, 노면 소음을 일부 흡수하는 등 장점이 뚜렷하다.
시승 내내 높아진 상품성의 코란도 C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전 아쉬웠던 부분을 시장의 요구대로 확실하게 바꿔준 것. 결과는 독특한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쌍용차가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높은 상품성 개선과 브랜드 정체성 재정립 전략이 있다.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빠르게 레저 쪽으로 이동시키면서 트렌드를 주도한 점이 주효한 것이다. SUV라는 자동차의 특성은 레저와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쌍용차의 선택은 매우 선도적이고, 적절했다는 평가다.
이번 뉴 코란도 C 역시 도심 속 레저를 즐기자는 "어반 어드벤처"가 슬로건으로 선택됐다. TV 광고도 기존 아이돌을 이용해 제품 인지도를 높였던 전략에서 발전시켜 도심에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미지로 구성했다. 차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진다.
브랜드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만큼 쌍용차가 뉴 코란도 C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쌍용차에 있어 무게중심이 되는 차라는 뜻이다. 가격은 트림별로 CVS 2,071만~2,226만원, CVT 2,380만~2,572만원, CVX 2,722만~2,872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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