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쉐보레 스파크EV, 미래가 아닌 현실

입력 2013년08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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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가 스파크를 기반으로 개발한 순수 전기차 스파크EV를 출시하고, 10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스파크EV는 영구자석 전기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 최고 105㎾(143마력)의 출력과 57.4㎏.m의 토크를 갖췄다. 축전용량 21.4㎾h의 리튬이온배터리를 넣어 1회 충전으로 최대 136㎞를 주행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8.5초가 걸린다. 효율은 ㎾h당 5.6㎞(복합),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연히 "0"이다. 스파크EV를 인천 서구 한국지엠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잠깐 시승했다. 
  

 디자인은 경차 스파크와 큰 차이가 없다. 당당하고 야무진 디자인이 전기차에도 훌륭하게 이식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힌 것은 전기차의 특성 중 하나다. 굳이 존재하지 않는 라디에이터를 식혀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릴을 개방하면 공기저항만 늘어난다. 
  

 충전부는 오른쪽 전륜 바로 위에 위치한다. 완속과 급속충전이 한 포트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가정용 전원을 이용해도 마찬가지다. 완속충전의 경우 배터리 용량을 가득 채우는 데 6~8시간이 걸린다. 반면 용량의 80%를 채우는 급속충전은 20분이면 가능하다. 
  

 실내도 스파크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곳곳에 전기차 전용 장치들이 들어갔다. 계기반의 경우 7인치 모니터가 장착됐는데, 기본 주행 정보와 배터리 잔량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센터페시어에도 모니터가 적용됐다. 쉐보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마이링크를 이용할 수 있고, 전기차 주행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브링고 내비게이션"의 경우 전기차 전용으로 근처 충전소 및 목적지까지 정확한 소요시간과 거리를 안내한다. 기어 레버도 일반 자동차와 거의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최대한 전기차 느낌을 배제해 탑승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이다.  
  

 본격 주행에 들어갔다. 마련된 코스는 청라 프루빙 그라운드의 시험 주행로. 2.65㎞를 주행할 수 있다. 시승은 운전자 한명이 한 바퀴를 도는 것으로 끝나는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따라서 미세한 장단점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디자인이 스파크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전기동력의 성능 파악에만 집중했다.  
  

 전기차에는 "시동"이라는 말이 없다. 그냥 전원을 켠다. 계기판에 전원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표시가 뜬다. 따라서 내연기관처럼 청각으로만 출발 준비를 알 수가 없다. 때문에 보행자도 귀로 조용한 전기차의 접근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래서 시속 30㎞에서 가상 엔진 소리를 내는 보행자 경고 시스템이 장착됐다. 최근 친환경차에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장치다. 
  

 기어 레버를 "D"에 놓고 출발시켰다. 조용한 가속이 전기차임을 깨닫게 한다. 변속 충격은 없다. 보통 전기차용 무단변속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의 토크가 매우 높은 만큼 토크를 바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1㎞에 이르는 직선 주로에 들어서 속도을 높였다. 일단 높은 토크 덕분에 가속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힘을 꾸준하게 끌어 올리는 출력이 약하다. 성능을 위한 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주행에 큰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이다. 시속 148㎞까지 끌어 올렸다. 이어 안전 속도 제한이라는 경고등이 계기판에 뜸과 동시에 속도가 약간 줄어든다. 직진 안정성의 경우 쉐보레가 안정성을 생명으로 여기는 브랜드여서 그런지 특별히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곡선 주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론상 136㎞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력을 이용하는 동력계라는 특성상  그대로 믿고 장거리 주행에 나서면 아직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효율은 최적의 조건 속에서 측정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거리 운행은 피하고, 도심 속 이동 수단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 출발 전이나 주행 중 배터리에 대한 정보는 센터페시어 모니터와 계기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전기차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인프라다. 내연기관차도 연료가 없다면 주행할 수 없듯,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 단계에서 충전소 설치는 거의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다. 한국지엠은 스파크EV 출시를 계기로 환경부, 창원시와 손잡고 보급 사업에 힘쓰기로 했다. 여기에는 정부 보조금 정책, 충전 인프라 사업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 하나의 관건은 가격과 경제성이다. 한국지엠은 전기차를 운행할 경우 동급의 가솔린 경차와 비교해 7년 간 1,280만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스파크 가솔린과 스파크EV의 가격 차이는 2,000만 원 정도다. 즉, 연료비로 상쇄할 수 없을 정도로 제품 가격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다. 물론 1,500만원의 환경부 보조금을 받게 되면 구입 가격은 크게 줄어든다. 3,999만원의 스파크 EV의 경우 세금을 포함해 1,700만 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도 보조금 지원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제 과제는 판매에 따른 가격 인하 여력이다. 자본주의의 대명제인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전기차 가격을 당장 내연기관 수준에 맞추기는 어렵지만 판매가 증가한다면 그다지 무리수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수요를 늘리려면 가격을 저렴하게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언제까지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업계에선 전기차 보급을 두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으로 부르기도 한다.
 
청라=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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