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부천시박물관 경기도 부천은 도심 안에 참 많은 볼거리를 품고 있는 곳이다. 서울을 에워싼 주변의 비슷비슷한 위성도시 중 한 곳쯤으로만 부천을 생각했던 이들은 팔색조 같은 그 모습에 깜짝 놀란다. 부천시가 내건 ‘판타지아 부천’이란 말이 조금도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부천은 연중 내내 다양한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는 ‘문화특별시’의 모습을 간직한 것은 물론, 교육 ․ 유럽자기 ․ 수석 ․ 활 ․ 펄벅 ․ 옹기를 주제로 한 6개의 전문 테마 박물관을 보유한 박물관의 도시이기도 하다. 매년 박물관 별로 체계적인 전시를 기획하여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야말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게다가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는 위치도 절묘하다.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에 위치한 부천종합운동장내에 4개의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까닭에 한자리에서 4개의 박물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고, 옹기박물관과 펄벅기념관도 근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밖에도 물박물관, 자연생태박물관, 향토역사관, 한국만화박물관 등이 부천에 있으니 명실상부한 ‘박물관의 도시’다.
지난 주 활박물관에 이어 이번 주에는 수석박물관과 교육박물관을 둘러보자. 부천FC 엠블럼휘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천종합운동장에 들어서면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다. 박물관은 스타디움 내 공간을 따라 둥글게 이어진다.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수석박물관. 2004년 개관한 이곳은 수석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정철환 관장이 부천시에 기증한 수석 1천여 점과 석보, 기념메달, 동패 등 수석 관련 자료 등 2천200여 점이 전시되어있다.
문외한이 보기엔 단지 ‘돌덩이’에 불과한 수석의 멋은 무엇일까? 수석은 조각이나 공예품처럼 예술미나 인공미가 아닌 자연미를 추구한다. 돌에는 만상의 형태와 무늬 그리고 갖가지 색채와 이미지가 들어있으므로 이를 감상하는 범위는 끝이 없다. 하나의 작은 돌에서 순수 자연이 무위적으로 이루어낸 자연미를 찾아 즐기면 된다.
전시실에는 수석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 패널과 우리나라 최대의 수석 산지인 남한강을 비롯해 영월, 밀양 등지에서 탐석된 수석들, 주전 거제 등에서 탐석된 해석(海石)을 비롯 청송꽃돌과 외국의 다양한 수석도 전시되어 있다.
수석박물관에서 나와 시계방향으로 향하면 교육박물관이 기다린다. 2003년 민경남 관장이 기증한 교육자료 4,700여점을 기반으로 설립된 박물관은 서당교육에서부터 일제 강점기 민족 교육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교육 자료를 전시해 우리나라 교육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사서삼경 등의 전적류와 일제강점기의 교육자료, 미 군정청과 60년대에 사용하던 교과서, 참고서, 상장, 학용품 등 다양한 자료들이 그 시절을 떠올려준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끝없이 이어졌던 아침 조회사진은 지금 보고 있어도 절로 현기증이 인다. ‘쥐를 잡자’ ‘원호의 달’ ‘불조심’ ‘규탄하자 북괴만행’ 등등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많은 구호를 가슴에 달아야 했는지, 이름표와 함께 전시된 표찰리본은 기성세대에게 만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투박한 나무책걸상이 있는 교실풍경은 지금의 아이들에겐 먼 옛날의 일처럼 아득하게 여겨지겠지만 불과 2, 30년 전만 해도 우리의 학교 풍경이었다. 귀 떨어져나간 책상에 엎드려 공부했던 코흘리개 아이들이 지금은 반백의 중년이 되어 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
관람하는 동안 때로는 코끝 찡한, 때로는 가슴 답답함을 느끼게 해준 교육박물관은 우리 교육의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의 청사진까지 그려볼 수 있는 역동적인 시간을 경험케 한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