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지R은 기아차의 대표 SUV다. 올해 7월까지 RV 부문 판매실적의 30%를 차지했을 정도다. 1993년 출시 당시 세련된 디자인과 편안한 승차감으로 주목받았다면 지금은 도심에서 세단처럼 탈 수 있는 차로 시선을 끈다. 덕분에 가장 젊은 SUV라는 평가가 수반되기도 한다.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디자인을 유럽형으로 다듬고, 계속적으로 주행성능을 향상시키며 역동성을 강조해 온 덕분이다. 동승석 통풍시트 등 최근 각광받는 편의품목은 물론 센터콘솔 컵 홀더에 무드램프 등 감각적인 요소도 잊지 않았다. 디젤과 가솔린 터보라는 엔진 라인업도 최근 추세에 부합한다. 젊은 소형 SUV "더 뉴 스포티지R"을 시승했다.
▲스타일
큰 변화보다 세부적인 조정으로 부족함을 채웠다. 전면부에는 크롬라인을 적극 활용했다. 기아차의 디자인 상징격인 라디에이터 그릴에 크롬라인을 완전히 둘렀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범퍼 라인 일부에도 크롬 장식을 더하고, 후면부에 신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UV 중에선 소형으로 분류되지만 가격은 2,000만원 중·후반대로 중형 세단급에 해당한다. 소형 SUV지만 고급스런 인상을 더하려는 이유다.
기아차가 강조하는 또 다른 스포티지R의 강점은 역동성이다. 그래서 주행의 즐거움이 부각되기도 한다. 이런 요소는 측면 인상에서 두드러진다. 역동을 더하는 18인치 휠이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모든 트림(최하위 제외)에 기본 적용됐다. 이 중 디젤 트림 전용 18인치 휠은 날카로운 라인과 삼각형의 조형을 배치해 민첩한 느낌을 준다.
실내는 간결하다. 센터페시어에 요란하게 조작버튼이 배열돼 있지 않고, 마감도 가죽과 플라스틱으로 시원하게 처리했다. 스티어링 휠에도 전화받기, 크루즈 컨트롤 등 몇 개의 버튼만 배치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깔끔한 디자인과 가죽 재질의 촉감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센터콘솔의 길이가 짧아 암레스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편의품목 중 눈에 띄는 건 동승석 통풍시트다. 경쟁 차종에선 선택할 수 없는 품목이다. 신규 채용한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중앙 컬러 TFT-LCD 창을 통해 문자와 이모티콘으로 운전자에게 알린다. 다양한 색상을 적용했지만 요란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시인성이 좋다.
▲성능
스포티지R 디젤에는 2.0ℓ R엔진이 탑재됐다. 최고 184마력, 41.0㎏·m의 성능을 낸다. 자동 6단 변속기와 결합된 효율은 복합기준 ℓ당 13.8㎞(도심 12.5㎞/ℓ, 고속도로 15.8㎞/ℓ)다.
시동을 걸고 아이들링 진동·소음을 확인했다. 엔진 소리와 진동이 잘 억제됐다. 주행 중에도 정숙성은 뛰어난 편이다. 최근 디젤 SUV 수준이 많이 올라가면서 더 이상 거슬리는 소음은 없는 것 같다. 전면 윈드실드에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하고, 흡음재를 보강했다는 제조사의 설명은 그만큼 진동소음 억제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행 성능은 나무랄 데 없다. 이미 검증된 R엔진은 부족함 없이 차를 이끈다. 출력면에서 동급 수입 SUV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였지만 스트레스 없이 치고 나가는 맛이 상당하다. 여기에 일반 주행에서는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만큼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은 여성 운전자도 쉽게 조작할 만큼 부드럽고, 만약 고속에서 불안하다면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감도가 묵직하게 조정된다.
반응성은 수준급이다. 특히 산길 경사로 밀림 방지장치(HAC)와 경사로 저속주행장치(DBC)가 운전 부담을 덜어준다. 그러나 제동성능은 다소 아쉽다. 성격 상 고성능 스포츠카처럼 즉각적인 제동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고속 영역에서 브레이크가 다소 밀린다.
▲총평 더 뉴 스포티지R은 외형에서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K5와 마찬가지로 이미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구현한 만큼 부분변경은 광고 문구대로 "디테일을 더한" 정도로 마무리했다.
기아차가 강조하는 부분은 정숙성과 합리적인 패키징이다. 체험 결과 정숙성 부분에서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이전 차종 대비 소음·진동 억제의 개선은 몸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경쟁차종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최근 SUV의 상향평준화를 고려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동승석 통풍 시트, 플렉스 스티어링 휠 추가 등은 반가운 부분이다. 반면 상위 트림에서 기본 품목이던 파노라마 선루프가 선택 품목으로 이동하고, 내비게이션 가격 인하 대신 함께 장착되던 사운드 시스템이 축소된 점이 눈에 띈다. 합리적인 조정과 조삼모사(朝三 暮四)를 떠올리는 가격정책 사이의 아슬한 줄타기다. 스포티지R의 주요 구매층이 젊다는 점에서 상위 트림 가격 인하가 필요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사실 편의품목 조정은 디젤보다 함께 출시된 가솔린 터보 트림에서 의의가 크다. 2,000만원대 중반 가격으로 260마력을 즐기는 것은 이점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 뉴 스포티지R 2.0ℓ 디젤 가격은 2WD 럭셔리 2,050만원(수동변속기)~2,220만원, 트렌디 2,380만원, 프레스티지 2,565만원, 노블레스 2,775만원이다. 2.0ℓ 가솔린 터보 2WD 럭셔리 2,125만원, 트렌디 2,325만원이다(자동변속기).
시승/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사진/권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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