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유럽자기 박물관
굳이 유럽까지 갈 필요가 없다. 유럽의 이름난 명품자기들이 이 곳에 다 모여 있다.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브르, 영국의 로열우스터와 덴마크의 로열코펜하겐....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호흡이 가빠지는 이들은 망설이지 말고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에 위치한 유럽자기박물관으로 향하라.
부천종합운동장 내에 자리한 유럽자기박물관에는 18세기부터 근래에 이르는 유럽자기를 중심으로 크리스털 작품과 앤틱가구 등이 전시돼 있다. 나폴레옹이 사용했다는 샴페인잔, 세상에 6개밖에 없다는 마이센의 "나무 위의 새" 등 희귀하고 구하기 힘든 제품도 볼 수 있다. 마니아층에겐 유럽 현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명품자기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문외한에겐 유럽문화에 대한 이해와 국제적인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더 없이 훌륭한 곳이다.
부천에 유럽자기박물관이 문을 연 건 지난 2003년 5월, 1977년 한국으로 귀화한 복전영자 관장이 부천시에 900여 점이 넘는 자기제품을 기증하면서다. 복전영자 관장은 그 때 서울 평창동에 셀라뮤즈자기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부천시장으로 있던 원혜영 의원이 소장품을 보더니 부천시에 기증해줄 것을 부탁해 와 흔쾌히 수락했다.
집 한 채 값이 넘는 고가의 제품을 비롯해 30여 년 전 구입 당시 항공수송료(보험료 포함)만 800만 원이 넘게 들었던 제품 등을 아낌없이 내놓은 이유는 “좋은 건 혼자만 감상할 게 아니라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2005년 3월에도 경북 김천시에 1,000여 점을 기증하는 등 복전영자 관장의 통 큰 기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럽 명품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유럽 자기의 역사는 1709년 독일 마이센에서 최초로 중국식 백색자기가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폴란드의 왕 아우구스트 대제는 마이센에 도자기공장을 차리고 연금술사인 뵈트거를 작센성에 감금해 자기를 만들어낼 것을 명했고, 마침내 서양 최초의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의 자기는 모두 마이센의 영향을 받았고, 그 덕분에 유럽은 본격적인 자기시대를 맞게 됐다.
전시실에는 지금까지도 유럽 최고의 명품 자기 브랜드로 꼽히는 독일 마이센 제품을 비롯해 금채 장식으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프랑스 세브르 제품들, 본차이나를 개발해 자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국 로열우스터와 로열덜톤, 덴마크의 로열코펜하겐, 헝가리의 헤렌드 등 앤티크 유럽자기들이 가득하다. 또 이탈리아, 체코, 폴란드, 일본 등의 자기 명품도 접할 수 있다.
각 나라별 문양의 특징이 다르다. 영국은 장미, 덴마크는 야생화를 주로 그려 넣었고, 프랑스는 자기에 금색을 많이 사용했다. 박물관 안내 팸플릿에 인쇄된 ‘평화의 꽃병’은 독특한 청금색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꽃을 조화롭게 그려 넣은 프랑스 세브르의 대표작품이다. 1873년 세브르 작품목록에 보면 똑같은 게 한 쌍(2점)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19세기 유럽의 다이닝룸을 재현해 놓은 곳에는 6인조 마호가니 식탁과 의자, 자기접시, 은그릇, 백랍제품 등 고급의 식기류를 수납, 진열하는 드래서와 유리장식장, 병풍, 와인랙 등이 전시됐다.
이 밖에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자기에 그림을 그린 ‘자기화판’들의 전시와 야드로 형제가 빚은 것에서 출발한 야드로 도자인형의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 입구에는 상설체험장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좋은 체험기회를 제공한다.
9월5일∼10월13일엔 이 곳에서 인천 애보박물관과 공동으로 유럽자기, 해주항아리, 석간주 등 500점을 전시한다. "조선의 눈물"이란 제목의 이번 행사에서는 조선시대 도자기 장인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해주항아리와 석간주를 통해 장인정신과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032-661-0238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 돌에 새겨진 자연, 시간에 새겨진 학교 풍경▶ 재미와 호기심 활활 타오르는 활 이야기▶ 더위도 잊게 하는 "이야기의 비밀" 속으로 "풍덩"▶ 더위도 범치 못하는 양반가의 고즈넉한 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