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APF=연합뉴스) 명차의 대명사 "메이드 인 독일"(Made in Germany), 아직도 유효할까?
전세계 자동차시장에서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에서 제조됐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해외생산을 강화하면서 이같은 명성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실제로 "독일" 차들은 2010년을 기점으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더 많이 제조되기 시작했다.
독일 베르기슈 글라트바흐에 있는 어플라이드 사이언스대학 자동차관리센터의 스테판 브라첼 소장은 "이런 현상은 차량의 최종 종착지 시장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차업계의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며 "독일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크리스토프 스쿠델니 자동차 담당 컨설턴트는 "종착지 시장에 고용을 창출한다는 이미지 등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해당 지역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데다 수송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런 장점들을 빠르게 간파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것. 특히 이 같은 조치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유럽의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20년간 해외생산이 4배로 늘어 820만대로 커졌다고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A)는 전했다.
국내 생산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560만대나 됐지만 해외 생산의 성장세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VDA는 이같은 트렌드가 지속돼 올해 해외생산이 87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해외생산의 비중이 60%였으나 올해에는 63%로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10년 전에는 해외비중이 45% 수준에 그쳤으며, 1992년에는 23%에 불과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임러는 현재 전체 생산의 3분의2 정도가 독일에서 생산되지만 2020년에는 전체 생산의 절반이 해외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다임러는 지난해 헝가리에 콤팩트카 공장을 세웠으며, 브라질과 멕시코에 조립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급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포르셰만이 현재 모든 차량을 독일에서 생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의 이같은 "탈" 독일 움직임에도 소비자들은 실제로 자동차가 제조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금융회사인 세텔렘의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5%만이 차량의 원산지를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프리미엄급으로 갈수록 원산지를 따지는 경향이 있어 독일업체들은 "메이드 인 독일"이 아닌 "디밸롭티드 인 독일"(Developed in Germany, 독일에서 개발된)을 강조하고 있다고 시장조사업체인 IHS오토모티브의 크리스토퍼 스튜머는 소개했다.
VDA 이사회 이사인 클라우스 브래우니히는 "독일 업체들이 강력한 노동조합과 독일에 남아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등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해외이전이 쉽지만은 않다"며 "따라서 당장은 (해외이전이) 큰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미래에는 이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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