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토요타의 글로벌 품격, 아발론

입력 2013년10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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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아함", "고급스러움", "품격"…

 플래그십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어느 브랜드나 다르지 않다. 그만큼 플래그십은 브랜드 얼굴로 최고 기술의 정수와 자신감들이 집약된다. 그래서 플래그십 하나로 브랜드 정체성과 방향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얼굴이자 상징이라는 측면에서다. 이런 생각은 판매 대수에 차이가 있을 뿐 연간 100만대의 대중 브랜드나 연간 1만대 이하의 고급 브랜드가 크게 다르지 않다. 플래그십이 자동차회사에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토요타 플래그십 아발론도 그런 배경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주력 시장인 미국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어서 플래그십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미국 대중의 선호도를 고려했다. 때문에 렉서스와는 고급스러움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게 한국토요타의 설명이다. 당연히 국내 시장의 타깃도 렉서스와 다른 소비층으로 설정됐다.

 먼저 토요타가 내세우는 아발론의 장점은 여유로운 성능, 넓은 공간, 넘치는 개성 등이다. 인천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코스에서 아발론을 시승했다.

 ▲스타일
 토요타 패밀리룩인 킨룩이 적용됐다.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캠리와 흡사하다. 그러나 플래그십인 만큼 존재감도 뚜렷하다. 


 전면은 그릴과 헤드램프가 자동차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아발론의 경우 그릴을 강대하고 대담하게 만들어 고급스러움을 내고, 중앙 엠블럼과 크롬 장식을 통해 날렵한 이미지를 그렸다. 그릴 끝에 이어진 헤드램프에는 더블 아이 스퀘어 라이팅 기술이 적용됐는데, 다소 저렴해 보이는 할로겐 전구가 아닌 두 개의 빛 렌즈가 장착돼 고급스러움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췄다. 매우 독특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토요타 최초로 LED 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 가장자리에 위치한 점도 이채롭다. 그릴 아래에는 대형 에어 인테이크가 들어갔다. 다분히 공격적인 인상이다.  
  

 측면은 스포티한 비율이 강조됐다. 트렁크 끝자락 스포일러 역할의 리드는 공기 역학에 기여한다. 후면의 경우 넓고 날렵한 리어램프 중앙에 고급스러움을 위한 크롬 바가 장착됐다. 여기서 렉서스 느낌도 살짝 난다. 머플러는 사각형으로 듀얼 구성이다. 


 실내는 토요타 답지 않게 대담하게 구성됐다. 토요타 북미 디자인 센터가 주도한 디자인이다. 세련된 형태가 다른 차급에서선 느낄 수 없는 감성으로 다가온다. 특히 대시보드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미래지향적이다. 강렬한 굴곡 등을 통해 플래그십의 위용을 드러낸다. 


 센터페시어에는 버튼을 모두 터치 패널화했다. 간단한 접촉만으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감도는 훌륭한 편이다. 중앙 멀티미디어 모니터 아래에 자동차의 간단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정보창이 들어갔다. 센터페시어 하단의 작은 수납공간은 휴대전화를 넣기에 적합하다. 


 소재 질감은 우수하다. 하지만 모든 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다. 플래그십이라도 굳이 고급 소재가 사용되지 않아도 되는 곳에는 원가 절감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이 부분이 렉서스와 토요타의 방향성 차이인 듯하다.   


 계기반은 단촐하게 왼쪽 회전계, 오른쪽 속도계를 큰 축으로 구성됐다. 좌우 계기반 가운데에는 3.5인치 정보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내비게이션의 경로 안내부터 주행가능거리, 기어 위치 등이 표시된다. 일본차는 시트가 다소 높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아발론은 그간의 느낌과 달랐다. 운전하기 편안한 위치까지 시트가 낮아진다. 운전석은 10방향, 조수석은 8방향으로 움직인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경쟁 차종인 그랜저보다는 아니지만 충분하다. 시트 촉감은 대체로 부드러우며, 약간 얇다는 느낌이 있다. 앞좌석의 경우 통풍 기능과 열선을 동시에 넣었다.

  ▲성능
 V6 3.5ℓ 듀얼 VVT-i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고 277마력, 최대 35.3㎏․m의 힘을 발생한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음이 나지막하게 울린다. 최근 디젤 세단에 대한 수요가 높아 아발론의 경쟁 차종인 그랜저도 디젤 엔진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가솔린과 디젤의 감성은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아무리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억제해도 그 한계가 분명한 것. 따라서 고급차는 아직까지도 가솔린이 선호된다. 


 이는 우리만의 현상도 아니다. 유럽 시장 역시 고급차일수록 가솔린이 인기다. 덕분에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조용한 차의 표본이 렉서스처럼 한식구인 토요타 역시 진동 소음 대책이 완비돼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토크가 충분해 가속도 빠르게 이뤄진다. 큰 차지만 둔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날카로운 반응도 아니다. 그저 묵직하다. 이후 풍부한 출력을 바탕으로 속도를 올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 전반적으로 낮게 깔린다는 느낌이 강하다. 캠리 등과의 성능을 비교한다면 아발론 쪽이 조금 더 진중하다. 


 속도를 높여가도 풍절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반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한계 속도로 달린다 해도 라디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대화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다. 물론 더 높은 속도라면 바람소리가 거세진다. 그걸 단점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속도가 높아지면 풍절음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일상 주행에서의 풍절음 억제만 충분하다면 큰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 노면 소음은 약간 거슬린다. 물론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수준이다. 


 승차감 자체는 부드러움에 맞춰 세팅됐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게 단단한 느낌도 있다. 렉서스 역시 최근에는 단단한 승차감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 아발론 또한 포함됐다. 


 성능 위주의 주행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가 들어갔다. 에코, 노멀 외에 스포츠 주행을 지원한다. 스포츠 모드로 달린다고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 등이 변한다. 스티어링 휠 응답성은 즉각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둔하지도 않다. 편하게 주행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동은 여유롭지만 확실하다. 


 ▲총평
 한국토요타는 아발론 목표 판매대수를 월 30대로 잡았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의지에 비하면 조금 적지만 초기에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토요타 관계자는 "목표는 적절하며 천천히 가도 무리가 없다"는 말을 했다. 판매에 급급하기 보다 가치를 전달하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토요타의 시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천천히, 깊숙이 그리고 넓게 퍼져나가는 것. 시장 근저에 뿌리를 깊게 내려 소비자 일상에 접근하겠다는 의도다. 어느 시장에서든지 토요타가 보여준 인내의 전략이다. 때문에 아발론 출시는 단순히 시장에 대형 세단 하나가 추가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토요타가 원하는 것은 현대차 그랜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스펙트럼을 넓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토요타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영종도=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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