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주력 5시리즈의 부분변경 제품을 내놓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기존 5시리즈가 갖고 있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용성을 높인 그란투리스모 또한 부분변경 계획에 포함됐다. 장거리 여행이라는 그랜드 투어러 컨셉트에 맞게 제작된 5시리즈의 가지치기 제품으로, 그간 소비자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차다. BMW에서는 이를 두고 "PAS(Progressive Activity Sedan)"라고 부른다. BMW SUV를 지칭하는 SAV(Sports Activity Vehicle)의 다양성에 전통적인 그랜드 투어러의 특징을 함께 결합했다는 의미다.
▲스타일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 성향을 살펴볼 때 그란투리스모가 갖는 형태적 특징은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세단 스타일의 실루엣을 추구하면서 쿠페의 선을 접목한 것. 게다가 트렁크는 해치 형태로 열리기 때문에 실용성 또한 뛰어나다. 일찍이 X6 등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이 시도됐지만 그란투리스모는 조금 더 세밀한 점이 특징이다.
워낙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을까. 부분변경 제품임에도 디자인 변화는 크지 않다. 헤드램프를 약간 다듬긴 했지만 전통의 "코로나 링" 헤드램프는 변함없다. 때에 따라 주간 주행등으로 쓸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측면의 경우 전체적으로 비율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헤드램프 바깥 모서리에서 리어 램프의 윤곽선이 인상적이다. 긴 휠베이스로 균형감을 내고, 내부 공간을 확보한 점도 장점이다.
후면의 변화도 크지 않다. 리어 램프 모습이 약간 변한 정도다. 쿠페형 스타일이 유지됐으면서도 풍부한 볼륨감이 돋보인다. 동시에 안정감도 추구했다. 후면 윈도우 크기는 여전히 작은 편이다. 시야가 좁게 느껴진다. 트렁크는 해치 형태로 열린다. 버튼 하나로 자동개폐가 가능하다. 열리는 각도를 2단계로 구성했지만 첫 단계 열리는 정도가 조금 낮다는 느낌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짐을 싣고 내릴 때 머리를 부딪칠 소지가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선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트렁크를 완전히 열면 되는데 약간 번거롭다.
실내는 최대한 편안함에 맞춰 제작됐다. 차의 성격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탑승석 전체가 넓게 형성돼 있어 직접 앉아 보면 확실하게 몸이 편안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좁은 차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나라는 막연한 불안은 들지 않는다. 마치 비행기 1등석에 앉아있는 분위기다. 그랜드투어러에 알맞은 여유로운 공간구성이다.
실내 전면의 대시보드는 수평 구성이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유롭고, 현대적인 분위기다. 계기판은 부분변경을 맞아 7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디지털화 됐다. 알아보기 쉽고, 각종 그래픽이 현란하다. 때에 따라선 오히려 이 화려함이 운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BMW는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헤드업 디스플레이로 해결했다. 각종 정보가 이전보다 더 명확하게 운전자의 주행 시선에 표시된다. 센터페시아는 패널 곳곳에 고광택 우드로 멋을 살렸다.
10.2인치 디스플레이 모니터에는 한국전용 내비게이션이 채용됐다. 개인적으로는 기능상에 큰 단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국산 내비게이션 지도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진다. 후방 주차 때 차 주변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어라운드뷰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전방 상황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각 기능을 조절하는 i드라이브의 컨트롤 조그에는 터치 패널이 들어갔다. 앞으로는 조그를 이리저리 돌릴 필요 없이 간단한 필기로 내비게이션 목적지 검색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터치 패널 탓에 크기가 조금 커져 조그 주위의 버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성능
같은 제품이라도 다양한 제품을 확보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BMW답게 그란투리스모 역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GT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에디션(ED), GT 30d , GT 30d x드라이브, GT x드라이브 등 총 4종이다. 이 중 GT ED는 효율에 중점을 둔 차종으로 이번 부분변경을 맞아 새로 추가됐다. 놀라운 부분은 디젤 엔진을 장착한 제품 모두 2종 저공해차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BMW가 추구하는 성능과 친환경 공존이 나름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소비자가 체득할 수 있는 저공해차의 장점은 공영주차장이나 혼잡통행료 등의 면제 혹은 할인이다.
시승은 GT 30d x드라이브로 했다. 엔진은 2,933㏄ 6기통 디젤 엔진으로 최고 258마력, 최대 57.1㎏‧m의 토크를 확보했다. 풍부한 토크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반응이 재미있다. 하지만 날렵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랜드투어러라는 제품 컨셉트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물론 무딘 것도 아니다.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 된 차라는 점에서 고속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안정된 주행이 인상적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변속기가 편제됐다.
주행모드는 세 가지가 준비됐다. 스포츠, 컴포트, 에코 프로 등이다.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의 스포츠+는 제외됐다. 스포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춰 운전하면서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끄고 달릴 정도로 과격한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에코 프로는 운전자의 친환경 운전을 돕는다. 시각적으로 얼마나 효율의 이득을 봤는지 계기판에 표시한다. BMW다운 발상이다. 이론적으로 5%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컴포트 모드의 주행 감각이 가장 좋다. 말 그대로 승차감이 중심이 되는 주행 모드다. 노면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과속 방지턱을 넘는 느낌도 부드럽다. 충격을 하부에서 잘 흡수한다. "물렁함"은 없지만 딱딱한 불편함도 없다. 그란투리스모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넘어가면 가속력은 풍부해지고 서스펜션도 단단하게 변화한다. 스티어링 휠도 달리기 성능만큼 묵직해진다. 동력이 오르는 만큼 뒷바퀴에서 앞쪽으로 밀어내는 힘도 커진다.
지능형 4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는 도로 접지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추돌 상황이 예견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탈출하는 능력도 보유했다. x드라이브와 함께 작동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 덕분이다. 상황 인지에서 작동까지 1초가 걸리지 않는다. 이 시간 안에 시스템은 구동력을 프론트와 리어 액슬에 적절히 배분, 최적의 접지력을 찾는다.
효율을 위한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의 경우 최근에는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장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익숙치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그래서 버튼 하나로 기능을 해제하거나 작동시킬 수 있다. 제동력은 만족스럽다. 한마디로 말하면 잘 달리고 잘 선다. 연료효율은 EU기준으로 8.9ℓ/km다. CO₂배출량은 209g/km로 동급에서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총평
그란투리스모를 처음 봤을 때 이질적인 디자인에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한번 뿌리 깊게 내린 고정관념이라는 게 쉽게 떨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3시리즈에도 그란투리스모 제품이 편제될 만큼 상품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직접 타보고 운전하면 디자인의 호불호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달리는 즐거움, 그랜드투어러에 최적화된 실내, 고급스러운 내부 소재는 프리미엄 브랜드 면모를 대변한다. 가격은 GT ED 에디션 7,190만원, GT 30d 8,100만원, GT 30d x드라이브 8,450만원, GT x드라이브 8,490만원이다.
시승/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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