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무공해에 대한 도전, BMW i3를 타다

입력 2013년10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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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가 쏟아지고 있다. 한 때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각 국이 앞다퉈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선진국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전기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연기관보다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 내연기관의 효율은 30%로 알려져 있다. 8,200㎉의 열량을 보유한 휘발유 1ℓ를 엔진에서 태우면 이 중 2,700㎉만 실제 동력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열로 손실된다는 의미다. 반면 전기 1㎾h를 동력으로 활용하면 실제 구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80%에 이른다. 1ℓ의 휘발유로 만들 수 있는 전기가 시간당 1㎾라고 한다면 에너지를 변환해 동력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기차는 1920년대 내연기관과 함께 경쟁했다. 그러다 정유사가 재빨리 주유소 확대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밀려났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흔히 말하는 대도시 전력은 그물망처럼 촘촘하다. 따라서 전기로 구동되는 자동차의 등장을 필연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과 충전이다. 내연기관이 100년 동안 효율 및 연료보급 편의성에 매진한 반면 전기차는 아직 풀어야 숙제가 많다. 그 중에서도 주행거리 연장, 충전 시간 단축, 충전의 편리성은 과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세 가지 과제는 서서히 해결되는 중이다. 먼저 자동차회사가 "주행거리 향상"에 매진한다. 그리고 충전의 편리함은 정부의 충전망 확대로 극복되고, 충전 시간은 급속충전기 대량 보급이 이뤄지는 중이다. 물론 세 가지가 완벽히 조화를 이루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장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제조사들의 전략은 사용자 편리성이다. 어떻게든 전기차 사용의 불편함을 줄여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셈이다. BMW가 i3를 내놓으며 성능이나 효율 외에 핵심가치로 삼은 항목이 바로 "불편의 최소화"였던 배경이다.


 불편이 없으려면 충전기가 많아야 한다. 유럽 내에서도 충전기 보급이 잘된 곳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꼽힌다. 전국에 4,000여기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고, 올해 안에 5,000개로 늘어난다. 물론 대도시 위주로 설치됐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 이용하다 멈춰 서지 않을 만큼 충전기가 많다. BMW가 본격적인 i3 유럽 시판에 앞서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 장소로 암스테르담을 선정한 이유다. 프랑스 파리도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지만 르노-닛산 기반의 차데모 충전 방식을 따른 반면 암스테르담은 콤보 방식의 충전기가 대부분인 점도 한몫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BMW 최초의 순수 전기차 i3를 이틀 동안 시승했다.


 ▲디자인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i3는 순수 전기로 구동되는 전기차다. 하지만 이미 운행되는 전기차와 구분되는 점은 구동방식이다. BMW는 뒷바퀴굴림을 선택했다. 역동과 승차감을 위한 선택이다. 그런데 i3의 크기를 고려할 때 넉넉한 공간 확보를 위해선 높이가 필요했다. 각종 부품이 차지할 공간도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된 방법이 19인치 휠이다. 일반적인 소형차 크기를 감안하면 19인치는 과분하지만 대신 타이어 폭을 좁힌 브리지스톤 저마찰 제품을 선택했다. 공간을 위해 타이어 지름은 키우되 효율을 위해 폭은 좁힌 셈이다.
 

 키드니 그릴은 폐쇄형이다. 라디에이터가 없으니 굳이 개방할 이유가 없다. 또한 i3 디자인은 이미 국내에도 많이 소개돼 익숙했다. 이런 이유로 눈여겨 본 곳은 인테리어다. 내연기관이 사라진 자동차의 인테리어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했는지 모른다.


 스티어링 휠 우측 뒤에는 시프트레버가 있다. 일반적인 "D(주행), N(중립), P(주차), R(후진)"을 선택할 수 있는데, 레버를 앞뒤로 움직이면 된다. 시프트레버가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또 다른 이유는 다용도 공간의 확보 때문이다. 덕분에 중앙에는 컵홀더 3개가 비치돼 실용성이 향상됐다. 


 계기판은 디지털로 표시된다. 배터리 전력과 주행 가능 거리 등이 실시간 나타나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더불어 센터페시어 상단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충전소 위치,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알려준다. 언제든 필요하면 가까운 충전소를 이용하도록 배려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최종 목적지까지 갈 때 가장 근접한 충전 주차장도 알려주고, 연결 대중교통까지 정보를 제공한다. 이른바 불편함의 최소화다. BMW 국제담당 매니저 마크 라이쉐는 "BMW가 i3 전기를 개발할 때 핵심으로 삼은 것은 성능이나 효율보다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어디서든 충전하고, 가려는 곳까지 연결 교통편 정보를 제공하되 스마트폰 연동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한다.


 ▲성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주차장에서 키를 건네받았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여느 전기차와 다름없이 "READY" 뜨면서 주행 준비를 마친다. 시프트레버를 주행(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아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물론 처음 움직일 때는 가속페달 조작이 약간 낯설다. 이른바 "원 페달(One pedal)"로 불리는 i3만의 특징 때문이다. BMW는 i3의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가급적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도록 설계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처럼 줄어든다. 원 페달 기능은 주차장을 빠져나와 일반 도로에 올라서면 진가를 발휘한다. 앞차와 가까워지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속페달에서 발만 떼면 된다. 완전 정지 후에는 주행(D) 모드여도 조금씩 움직이는 크리핑(Creeping)이 없다. 그 어떤 페달을 밟고 있지 않아도 정지 상태가 유지되고, 구동할 때 다시 가속페달을 밟으면 된다.


 가속감은 일품이다. 특히 오르막을 오를 때 거침없다. 25㎏.m에 달하는 최대토크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뿜어져 나온다. 고속도로에 올라 페달에 힘을 주면 시속 150㎞도 거뜬히 넘긴다. 물론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고속이나 오르막 구간이 많으면 그만큼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 소모도 많기 마련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전통적으로 단단함을 가져가던 것에서 벗어났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도심용이기 때문이다. 도심에선 급하게 코너링을 구사할 일도 없고, 속도를 낼 필요도 없다. 그래서 회전반경도 무척 짧다. 잠시 쉬는 시간에 미니와 i3의 회전반경을 경험토록 했는데, 미니보다 짧은 9.8m다. 도심 골목에서 어지간하면 한 번에 돌아나갈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편안하게 운전하면 최대 주행거리가 130㎞에서 최대 160㎞에 이른다.


 인상적인 부분은 진동소음이다. 주행 중 전기모터 회전 소리도 상당히 억제했다. 그래서 도로에 오르면 풍절음과 노면 소음만 있다. 이를 두고 너무 조용해서 시끄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내연기관은 주행 중 소음을 엔진 소리가 상쇄시키지만 i3는 외부 소음만 있어서다. 그러나 i3는 무척 조용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에서 차음재 활용에 제약이 없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량이다. 공차 중량은 1,195㎏이다. 쉐보레 스파크 EV보다 가볍다. 그러나 i3에는 다양한 편의품목과 전자 안전 장비가 구비돼 있다. 배터리 용량도 스파크 EV보다 크다. 직접 비교로는 오히려 무거워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가벼운 이유는 차체로 탄소섬유복합플라스틱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라는 점에서 비싸지만 가벼운 소재를 선택,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암스테르담 시내와 고속도로 인근을 계속 달리면서 수시로 내비게이션을 보게 된다. 이유는 충전망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곳곳에 위치한 충전망 정보는 물론 현재 사용여부까지 알려준다는 점에서 줄어드는 배터리를 보더라도 걱정할 이유는 없다. 어디서든 주차장에 세워두고 보닛 아래 들어 있는 충전 케이블을 꺼내 꽂으면 된다. 물론 충전 요금은 부과되지만 비용은 저렴하다.


 시승 도중 BMW는 118d와 i3의 비용을 비교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BMW에 따르면 유럽 내에서 두 차를 가지고 운행할 경우 연간 1만5,000㎞를 주행할 때 118d는 1,395유로(209만원)가 필요한 반면 i3는 562유로(84만원)에 그친다고 강조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사고 때의 수리비도 118d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내세운다. 만약 주말에 멀리 가고 싶다면 BMW와 연계된 렌터카 회사를 통해 저렴한 임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i3를 구입하면 가정에 충전기도 설치해 준다.


 ▲총평
 사실 이번 i3 암스테르담 시승에서 경험한 것은 BMW가 추구하는 전기차의 방향성이다. 지난 2007년 백지 상태에서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BMW는 무엇보다 사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데 주안점을 뒀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짧은 주행거리, 충전의 어려움으로 나타났고, 이때부터 BMW는 짧은 주행거리 극복을 위해 소재 경량화에 착수했다. 그래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을 위해 최대 300㎞ 주행이 가능한 "레인지 익스텐더"도 마련했다. 또한 사용자가 모든 충전 및 이동 정보를 실시간 알 수 있도록 커넥티드드라이브 기능을 강화했다. i3에 통신칩을 모두 탑재한 결국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위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를 두고 BMW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은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기술적 과제 극복이 아니라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모으고, 해당 정보를 i3 개발 과정에 적극 반영했다는 얘기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가격이다. 유럽에서 4,700만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보조금이 없는 만큼 실제 구매 가능한 수준을 책정했다. 시승회에서 만난 BMW 본사 관계자는 이익이 남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 가격은)손해도 이익도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은 이익이 없어도 향후 구매가 많아지면 부품에서 원가 절감이 가능해져 결국 이익으로 충분히 돌아설 수 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BMW가 "i" 브랜드를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속 발전 때문이다. 미래는 전기차 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한 때 르노-닛산의 전기차 전략을 지켜보는 입장이었지만 점차 전기차로 돌아서는 시대 흐름을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먼저 읽고, 앞서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전기차 흐름은 미래의 자동차 주도권이 전자회사로 옮겨갈 수 있음도 의식했다. 그래서 배터리 셀은 삼성으로부터 공급받았지만 배터리팩과 전기모터 등 관련 부품은 BMW가 직접 개발했다. 내연기관의 경우 지금도 대부분 협력사와 공동 개발하지만 i3는 협업을 배제했다. 오랜 기간 내연기관을 발전시켜 온 것처럼 전기차도 직접 나서 개발 노하우를 쌓아야 전자회사와 맞설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BMW 본사 개발 담당 중역은 "분명 전자회사가 전기차를 만들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i3 개발에 협업을 최대한 배제한 이유는 전자회사의 도전에 뒤지지 않으려는 의지이고, 나아가 언제든 전자회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 또는 배터리를 만드는 화학회사가 자동차 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를 때를 대비한 미래지향적 전략의 결과가 바로 i3인 것이다. 

 i3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단순 전기차가 아니라 패러다임 변화를 대비한 BMW그룹의 전략 승부수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토요타 또한 에코 시티를 만들며 전기전자 기술 강화에 나선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i3의 한국 진출 시기는 내년이다. 유럽 내 가격보다 비싸겠지만 국내에선 환경부 보조금이 1,500만원이다. 게다가 자치단체 보조금도 800만원이다. 최대 2,300만원의 지원금을 감안할 때 i3가 들어오면 전기차 시장을 평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배제할 수 없다.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기존 전기차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 BMW가 전기차 시장에 들어가면서 노린 작전이 아닐 수 없다.

 암스테르담=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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