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인 기아자동차 쏘울의 2세대가 나왔다. 내수보다 북미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기억되는 차다. 신형 쏘울 역시 디자인이 창의적인 건 틀림없다. 구형의 장점은 극대화했고 단점은 개선했다. 디자인 정통성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면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미니나 골프같은 이미지를 형성할 수도 있겠다.
신형 쏘울은 여러가지를 개선했다. 먼저 성능이다. 여유롭지만 필요한 경우 박진감 넘치게 치고 나간다. 편의품목도 강화했다. 또 비판받았던 인테리어는 소재 고급화를 통해 만족도를 높였다. 전반적으로 높은 상품성에 합격점을 줄만하다. 신형 쏘울을 강원도 일대에서 시승했다.
▲스타일 "쏘울"이라고 하면 특유의 박스카 스타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동안 국산차 중에선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2세대 쏘울도 그런 디자인을 이어받았다. 실제 기아차 디자이너들은 1세대 느낌을 2세대에 계승시키는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단순 계승이 아니라 진화했다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디자이너들이 내린 결론은 "역동"과 "남성"의 발현이다. 거친 야생 분위기를 다듬어 신형 쏘울에 이식한 것. 그 결과 차체 대비 휠아치의 볼륨감을 높이고, 앞뒤 범퍼의 형상은 입체감 있게 구현했다. 이를 두고 1세대 멧돼지가 2세대 불독으로 변모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스포티한 이미지 강조를 위해 그린하우스의 A, B필러는 모두 고광택 블랙 패널로 처리했다. 이를 통해 그린하우스 전체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C필러는 차체와 지붕을 굵게 잇는 형태로 제작, 강인한 인상도 심었다.
후면은 더욱 독특해져 개성적이다. 특히 LED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가 특이하다. 램프 주변은 그린하우스와 마찬가지로 고광택 블랙 패널을 적용, 뒷면의 분위기를 참신하게 바꾼다.
차체와 지붕을 서로 다른 색으로 조합하는 투론 루프의 경우 선택품목으로 장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휠캡 부위를 원하는 색(회색, 빨간색, 검은색)으로 바꿀 수 있는 "18인치 체인저블 컬러 휠"을 채택했다. 역시 선택품목이며, 최초 장착에 한해 1회 휠커버를 교환해준다.
기본적으로 1세대 쏘울은 실내의 소리를 시각화한 게 특징이었다. 2세대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1세대가 설익은 형태였다면 2세대는 확실히 발전했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공조장치 위 원반 스피커는 실내 디자인의 백미다. 이 스피커는 통풍 기능은 물론 서리제거 기능까지 있다. 정식 명칭은 에어벤틸레이션 스피커다. 대시보드 양 끝에도 작은 원반 스피커를 장착했다. 고급차에 들어간 스피커를 연상시킨다. 시각적으로 매우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판단이다.
소재 선택에는 기아차가 공을 들였다. 사용자와 접촉하는 모든 부분을 부드러운 표면 질감으로 완성한 점이 돋보인다. 센터페시아, 도어 트림, 콘솔 등을 고광택 패널로 마감했으며, 흠집 내성처리도 했다. 여기에 컬러존이라는 새로운 내장색 패키지를 적용, 소비자의 선택권과 개성을 존중했다.
운전석에 앉은 엉덩이 감촉은 편안하다. 무릎 역시 걸리는 곳 없이 편하게 좌석 아래에 위치한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도 적당하다. 전체적으로 세세한 곳까지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다. 박스카 형태의 차는 앞창이 넓어 시야가 좋지만 쏘울은 더욱 깔끔한 느낌이다. 운전중에 눈에 걸리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성능 2세대 쏘울은 2종의 엔진을 얹는다. 우선 감마 1.6ℓ GDi를 장착한 가솔린차는 실제 주행영역에서 성능 최적화로 최고 132마력, 최대 16.4㎏·m의 성능을 낸다. 효율은 복합 기준으로 ℓ당 11.6㎞(자동변속기, 16인치 타이어)다. 1.6 VGT 엔진을 탑재한 디젤은 최고 128마력, 최대 26.5㎏·m를 낸다. 아이들링 스톱&고 기능을 넣어 복합효율 기준 ℓ당 14.1㎞(자동변속기, 16인치 타이어)를 달성했다. 시승차는 18인치 휠을 끼운 가솔린차 최고급 트림이다.
정숙성이 뛰어난 건 최근 나오는 현대·기아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로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은 독일차 엔진 수준의 진동·소음이면 현대·기아차에선 합격점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 만큼 진동과 소음 억제에 신경쓴다는 얘기다. 실제 시동을 걸면 소음이 거의 나지 않는다. 과장되게 표현하면 전기차에 탄 것 같다. 국내 소비자들이 진동·소음에 워낙 민감한 편이어서 모든 소리는 없애는 게 국산차업계의 목표다.
가속은 부드럽지만 힘차게 이뤄진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 답력을 높이면 큰 어려움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민첩한 건 아니지만 가속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 하지만 차체 강성을 보강하고 언더커버 등을 덧댄 탓에 무게는 늘었다.
변속충격은 크지 않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흔히 엔진의 순발력이라고 표현하는 최대토크는 저회전 영역에서 나타나야 가속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데, 쏘울의 경우 실용적인 회전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뿜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최근 엔진 개발의 흐름과도 비슷하다.
속도를 높여도 하체가 불안하지 않다. 아반떼와 K3도 한층 발전한 하체 감성이 호평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쏘울도 하체가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움직인다. 한계속도까지 몰아붙여도 흔들림없이 도로를 움켜쥐며 달린다. 특히 직선로에서의 자세가 안정적이다. 원하는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차체가 높지만 곡선주로에서도 세단처럼 불안한 느낌이 없다. 스포츠카의 날카로움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가볍다. 이 때는 운전자가 본인 취향에 맞게 스티어링 휠의 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 기능을 이용하면 조금 묵직해진다. 그러나 이 기능은 재미를 주는 요소일 뿐 실제 서스펜션이나 주행성능의 변화는 없어 아쉽다. 속도를 높이면 속도감응형 스티어링 휠이 저절로 무거운 장력을 구현하기 때문에 플렉스 스티어는 자연 해제된다.
▲총평 신형 쏘울은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디자인은 여전히 호불호가 있지만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동력성능과 진동·소음 수준 등은 오히려 판매중인 동급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소비자 구매욕을 당기는 다양한 편의장치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구형보다 떨어진 효율은 단점이다. 무게 부담이 생겨도 효율은 높여야 했다. 근래 소비자들이 고효율에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율을 희생한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판매가격은 가솔린 럭셔리 1,595만 원, 프레스티지 1,800만 원, 노블레스 2,015만 원이다. 디젤은 프레스티지 1,980만 원, 노블레스 2,105만 원이다. 모두 자동변속기 기준이다.
평창=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시승]무공해에 대한 도전, BMW i3를 타다▶ 쉐보레, 아베오 터보 RS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