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입차시장 초기 볼보는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군림했다. 안전성과 단단함이 주는 신뢰감에 스웨덴 제1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강했다. 그러나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된 후 브랜드 파워가 떨어졌고, 이후 소극적인 대외활동이 이어지면서 존재감이 많이 흐려졌다.
그러던 볼보가 최근 반격에 나섰다. S60을 비롯 5종의 주력차종 페이스리프트를 동시에 선보인 것. 이는 비단 한국에 국한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분위기 쇄신과 신차 효과 극대화를 위한 글로벌 전략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공통적으로 단조롭다고 지적받던 외형에 역동성과 젊은 느낌을 더하고, 브랜드 상징과 같은 안전성은 더욱 극대화했다. 여기에 S60은 실내 디자인 개선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볼보의 현재와 미래를 S60 D5에서 엿봤다.
▲디자인&상품성 사람과 마찬가지로 차도 "얼굴"이 주는 인상이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S60의 전면부는 이전보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면 그릴이 넓어졌고, 범퍼 그릴도 일체형으로 바뀌었다. 더 크고 안정감 있게 보이는 효과를 노렸다. 여기에 크롬라인을 과감히 적용, 고급스러움을 살려냈다. 이전 볼보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헤드램프는 기존 듀얼타입에서 싱글로 회귀, 절제된 모습을 표현했다.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에 있던 주간주행등은 범퍼 상단으로 위치를 옮겼다. 그릴 한쪽에 노출되던 센서는 위장캡으로 절묘하게 가려졌다. 이전에 없던 섬세함이다.
측면은 날렵하게 바뀌었다. 앞 코는 길어지고 보닛 라인을 다듬어 역동적이면서 우아한 실루엣을 그린다. 트렁크 상단 돌출된 라인과 각진 디자인을 강조한 리어램프 등은 기존 모습을 계승한 요소다.
전면부 만큼이나 실내도 많은 변화를 가했다. 투톤 컬러 베이지색 가죽 마감은 디자인 완성도 역시 상당하다. 고급 가죽을 비롯 마감재질도 좋아졌다. 무엇보다 이전부터 호평받던 시트는 한층 더 진화했다. 스포츠 세단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 세미 버킷 방식 시트는 몸을 안정적으로 다잡아주면서 절묘한 쿠션으로 편안한 운전을 보장한다.
V40에서 만나봤던 적응형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반도 채용했다.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등 주행모드에 따라 정보가 달라진다. 얼핏 화려해보이지만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직관적인 화면 배치와 높은 시인성 덕분이다. 센터페시어를 가득 채운 각종 버튼 역시 첫인상과 달리 금새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플래그십 S80과 동일하다. 수동모드로 운전 시 기어 변환이 용이하도록 패들 시프트를 적용했다. 금속 재질 시프터 후면 등 손에 닿는 곳은 스웨이드 소재를 덧대 미끄러짐을 방지했다. 작은 배려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대목이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안전품목은 든든하게 운전자를 지원한다. 앞 차와의 간격과 각자 주행 속도를 고려, 충돌 위험을 미리 감지해 전방 윈드실드에 주황색 등이 점멸되며 위험 신호를 보낸다. 차선 변경 때는 사각지대 경보장치 "블리스(BLIS)"의 도움을 받으면 편하다. A필러에 장착한 전등이 후측면 사각지대에 다른 차가 있는지 여부를 알려준다. 시속 40㎞ 이하에선 충돌 위험 감지 시 알아서 브레이크를 잡아주기도 한다. 추가로 보행자 안전까지 더욱 신경썼다. 보행자 추돌 감지장치에 이어 자전거 감지 장치까지 더해진 것. 자전거 사망 사고의 대다수가 자동차 추돌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광각 듀얼모드 레이더를 통해 자전거를 감지하고 긴급 상황에서 오토 브레이킹 기능이 작동된다.
▲성능 엔진에 변화는 없다. 직렬 5기통 2.4ℓ 트윈 터보 디젤은 최고 215마력, 44.9㎏·m의 성능을 낸다. 중형 세단급 차체를 끌고 나가기에 넘치는 힘이다. 그러나 주행감각이 거칠지 않다. 정확하면서 절제된 움직임은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일상 주행 영역에서 D5엔진은 디젤엔진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1,500~3,000rpm의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어 정차 후 출발 또는 차선 변경 시 충분한 가속력을 제공한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 시속 120㎞로 정속 주행해보니 1,800rpm 전후로 회전수가 유지된다.
몸놀림과 제동성능은 정확하다. 서스펜션은 독일 세단에 비해 부드럽지만 무리하게 돌리는 상황만 아니면 운동성능과 승차감 모두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나타낼 만하다. 정확하면서도 제동에 불쾌감을 주지 않는 브레이크 반응 역시 운전자를 편하게 해준다.
반면 진동소음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정지상태 또는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에 맞춰 정속 주행 시에도 소음이 꽤나 신경쓰였다. 성능과 디자인 등 다른 요소의 완성도가 상당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한 복합 기준 ℓ당 14.3㎞의 연료효율도 경쟁차종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지 않다.
▲총평 여론과 현실의 괴리. 볼보차에 대한 평가는 칭찬이 많지만 판매는 부진하기 때문이다. 8월 말 무려 5종의 부분변경 신차를 내놨지만 세몰이는 시원찮았다. 브랜드 파워와 한국에서 소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아쉬운 부분이다. S60도 딱 그렇다. 차는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산 디젤 중형 세단, 그것도 잘 만들어진 차임에도 그렇다. 자기 PR이 미덕인 시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자신을 드러낼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S60의 긍정적인 변화만큼 볼보차코리아의 향후 행보도 확 달라지길 기대한다. S60 D5의 가격은 5,450만원이다.
시승/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사진/ 권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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