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유럽 자동차 업계가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독일 등 유럽차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들이 국내 시장에서 20% 가까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한국에 접근 장벽이 있다며 없애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와 유럽자동차부품업체협회(CLEPA), 유럽타이어제조사협회(ETRMA)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유럽연합(EU)과 한국의 정상회담 전야에 유럽의 자동차 산업계는 한국의 무역 장벽을 해체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가 취해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유럽 각국 정부를 겨냥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이전부터 존재했고 새롭게 생겨난 비관세 장벽 때문에 한국 시장에의 접근이 제한돼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우려를 제기해왔다"며 "EC와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는 무역 장벽이 해체되도록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는 한국에서 자유무역이 진정한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는 ACEA가 지적한 비관세 무역 장벽이 AS용 부품이나 완성차의 수입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각종 인증이나 검사를 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기가스 등 환경이나 안전과 관련된 규제 기준에서 EU와 한국이 서로 달라 EU의 기준을 충족했더라도 국내에 수입되면 다시 한번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AS 부품도 한국에 수입되면 별도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비관세 장벽이라고 보고 이를 없애도록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을 EC 등에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EU의 환경·안전 기준을 이미 충족하고 있고 부품도 자체적인 인증 절차를 밟은 만큼 한국에서 또다시 인증을 거치는 것이 불필요한 중복인증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우리 무역수지가 크게 적자를 내고 있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산 수입차들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도 무역 장벽이 있다며 없애달라고 하니 좀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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