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지리내용을 보고, 만지고, 체험한다

입력 2013년11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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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호야지리박물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박물관을 유치해 명실상부한 박물관고을로 태어난 강원도 영월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박물관이 23여 개에 이른다.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리테마사설박물관인 호야지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물자원의 천연표본실이자 카르스트 지형, 석회암동굴 등 각종 지리 지형 현상이 집약되어 있는 영월에 이보다 더 적절한 테마의 박물관이 또 없다.   



 길가에 자리한 산뜻한 외양의 박물관 건물을 보고 절로 걸음을 멈춘 이들은 ‘호야지리박물관’이란 이름 앞에 고개를 갸웃한다. 지리박물관 자체도 생소한데, 호야라니? 예전에 불을 밝힌 등잔의 일종을 말하나? 이런 의문은 매표소에서 바로 해결된다. 푸근한 차림새로 표를 팔고 있는 시골 할아버지가 다름 아닌 이 박물관 관장인 양재룡 선생으로, 호야는 평생을 지리교육에 헌신한 선생의 호이다. 이곳의 모든 전시와 수장품은 선생이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수집한 지리 관련 유물과 자료들이기에 사연을 알고 보면 그 이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40여 년간 지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늘 책속에 갇혀 있는 지리가 안타까웠던 선생은 책속의 지리내용을 직접 보고 만지며 이해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계획했고, 마침내 이곳에 그 꿈을 펼치게 되었다. 본관 건물은 지리박물관의 관람을 시작하는 공간으로, ‘지리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다양한 자료와 설명이 곁들여진다. 호야지리박물관이 자랑하는 고지도 컬렉션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린다. 한반도를 소개한 서양 고지도며, 동해와 독도, 실증적 지도 등 약 100여종이 전시되었다. 또 항해시대의 신기한 용품들과 유럽인들의 생활과 함께 한 여러 가지 지구의 1천여 점 외 지리 학습 용품, 지리 관련 교과서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리로 살펴보는 영월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영월의 역사와 기후, 자연환경, 산업, 경제 등을 지리적 관점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지리적 현상이 집약된 강원도 영월을 새롭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 지형 모형 외 지질과 암석 및 자원관련 광물, 토양 표본 70여 점이 전시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세계 각지의 민속품과 민속 의상 등의 실물 전시를 통해  세계의 인종, 종교, 산업, 환경들을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기다린다. GIS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혹은 세계의 유명 지역을 직접 찾아보고 위성사진으로 알아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블루 스크린을 통해 관람객과 아마존, 고비사막 등 세계 여러 곳의 기후 특성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합성하여 마치 관람객이 그곳에 있는 듯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신관인 지오토피아관은 주로 기획 전시 및 세미나 등의 장소로 활용된다. 특히 남다른 독도 사랑을 간직한 선생의 오랜 집념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독도가 한국땅으로 표시된 일본지도를 비롯해 독도 관련 고지도들이 풍부하고, 동해가 한국의 바다임을 증명하는 17~18C의 지형, 광물 등과 세계 각국의 민속자료 6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광개토대왕비의 4면을 탁본한 비문을 유일하게 볼 수 있다.



 지리와 후학을 사랑하는 한 개인의 열정과 꿈이 빚어낸 호야지리박물관은 단순한 박물관의 가치를 뛰어 넘어, 지리를 통해 세상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제시해주는  나침반과 같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 찾아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 신림 나들목에서 나와 영월방향으로 향한다. 황둔-주천면을 지나 법흥사 가는 길인 무릉법흥로를 탄다. 길을 따라 조금 달리다보면 왼쪽에 산뜻한 외양의 호야지리박물관이 보인다.

이준애(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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