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의 적은 수입차일까?
자동차 업계가 뺏고 빼앗기는 경쟁을 거듭해온 결과 국내 자동차보유대수는 2,000만대에 육박했다. 특히 수입차는 전체 13%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누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전한다. 자동차 업계를 위협하는 것은 내부의 적이 아닌 바로 대중교통이라는 분석에서다.
지난 11일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주행거리는 하루 평균 43.6㎞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 61.2㎞보다 17.6㎞(28.8%) 감소했다. 연간 주행거리는 2002년 2만2,338㎞에서 10년 사이에 1만5,914㎞로 6,424㎞가 줄었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의 용도별 변화를 보면 자가용은 2002년 54.3㎞에서 34.6㎞로 36.3% 줄었고, 사업용은 195.5㎞에서 149.5㎞로 23.5% 감소했다.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2년 1,394만9,440대에서 2012년 1,887만533대까지 늘었지만 전체 자동차의 연간 총 주행거리는 3,108억㎞에서 2,960억㎞로 4.8% 줄었다.
다시 말해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단거리만 주행한다던가, 주말에만 이용한다던가, 아예 시동조차 걸지 않는다던가. 이런 상황에 대해 모든 사회적 구조가 대중교통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서울은 1,000만 인구의 이동을 위해 세계 어느 대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대중교통 체계를 갖췄다. 1~9호선과 공항선, 분당선, 중앙선 등 수도권 곳곳에 뻗친 18개의 노선이 시민들의 발이 된다. 게다가 2007년 도입한 환승 시스템은 철도와 버스 간 무료 환승을 가능케 했다. 현재는 수도권 내에서만 추가 금액 없이 환승이 가능하지만 향후 전국적인 환승 체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다소 과장하자면 자동차 없이도 집 앞 대문에서 목적지 바로 앞까지 이어지는 도어투도어(door to door)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편리성으로 실제 지난 5년 간 연간 대중교통 이용자는 2008년 37억3,634명에서 2012년 39억2,917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또 다른 위험요소는 인구 증가율의 하락과 급속한 고령화다. 인구 증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잠재 소비자인 젊은층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게다가 젊은층의 구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추세다. 지난 5년 간 20~30대 면허 취득자는 31만2,819명 줄었다. 동시에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8년 59.3%였던 고령화 지수는 2012년 77.7%까지 상승했다. 65세 이상의 인구는 더욱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체로 65세 이상이 되면 운전 감각이 퇴화하기 때문에 자가 운전이 쉽지 않다. 역시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덧붙여 기름값 상승도 자가용 이용이 감소한 한 이유다. 2002년 1,200원대였던 휘발유는 2012년 1,900원대로 올랐고, 경유는 700원에서 두 배가 넘는 1,700원대로 껑충 뛰었다. LPG도 500원에서 1,000원으로 약 두 배 상승했다. 아무래도 자동차를 유지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 산업은 쉼없이 성장해왔다. 일부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자동차 시장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를 탈 것으로만 분류했을 때의 얘기다. 미래의 자동차는 운전자의 발일 뿐만 아니라 머리와 몸통의 역할까지 대신하도록 발전할 것이다. 자동차를 위협하는 대중교통의 역할을 뛰어넘는 것이 향후 과제가 아닐까 싶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