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현대차, 잡은 고기 놓쳐선 안돼(보류)

입력 2013년12월0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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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주요 시장이 아니지만 중요 시장은 틀림없다." 얼마 전 만난 독일 자동차회사 임원의 말이다. 의미를 물어보자 그는 "시장 규모로 봤을 때 한국은 우리에게 큰 이득이 없어도 반드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장"이라며 "소비자 성향이 제각각이면서 유행이 퍼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많은 브랜드가 한 곳에서 경쟁을 펼치는 글로벌 시장의 축소판이 한국"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외국 기업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대단하다.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만난 수입차 회사 임원은 "현대차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며 "그런 상품성은 어떻게 나오는 건지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가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저력이 분명하다는 것.

 BMW에서 한국 지위는 "신흥 시장"급이다. 경제 용어인 "BRICS"에서 중국을 뜻하는 "C"를 빼고, 한국을 의미하는 "K"를 넣었다. 때문에 한국에 드라이빙 센터나 사회 공헌 재단을 만드는 일도 할 수 있었다. 최근 신형 S클래스 출시에 맞춰 방한한 메르세데스-벤츠 디터 제체 회장은 특별히 "코리아 2020"이라는 발전 계획을 선포했다. 계획에는 IT 관련 R&D 센터 신설 등이 포함됐다. 토요타 역시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한국사랑"을 인증한 회사다.

 
 이를 토대로 수입차 시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생산지보다 국내 판매 가격이 저렴해졌으며, 서비스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해외 신차도 시차 없이 한국에 소개되고, 한국만의 스페셜 에디션도 즐비하다. 이에 힘입어 올해 수입차는 내수 점유율 13%를 달성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의 내수 지키기 노력도 적극적이다. 특히 내수의 80%를 점유한 현대‧기아차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우선 판매나 가격에 있어서 소비자 상실감이 크다. 지속적으로 내수 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해외에선 다양한 마케팅으로 가격이 낮아져서다. 시장 공세를 위해 투자는 어쩔 수 없지만 "80개월 무이자 할부", "고급차를 사면 소형차는 공짜", "10년 무상 보증" 등의 문구는 내수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몽구 회장은 늘 해외 시장에서 "제 값 받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어디에서도 제 값을 받는 나라는 없다. 

 내수와 수출용 제품을 차별도 지적받는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는 차는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현대차가 하부 방청을 내수와 수출에 동일하게 적용한 일은 겨우 지난해부터다. 이전까지는 하부 부식에 대한 불만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SUV인 싼타페 실내로 물이 유입된다는 "水타페" 논란은 여전히 현대차를 괴롭히는 사건(?)이다. 첫 문제가 제기됐을 때 소비자들은 구조 설계가 잘못됐다며 리콜을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최초 문제 제기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잘못을 인정했다. 해결책에 대해서는 리콜이 아닌 무상수리를 선택했다. 안전과 관련한 부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효율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전격적으로 사과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준비했던 것과는 달랐다. 
  
 때문에 최근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여론은 매우 싸늘하다. 자동차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도 현대‧기아차가 조롱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국민들에게 현대‧기아차는 비양심적이고, 거짓말을 되풀이 하는 기업인 탓이다. 세계 5위 자동차회사가 처한 현실이다.

 소비자의 냉랭한 시선은 판매 저하로 나타났다. 11월 현재 현대차 내수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11.9%가 떨어졌다. 기아차도 전년대비 23.9%가 하락했다. 부진의 이유로 회사는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과 지난해 실시된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한 기저 효과 등을 꼽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다른 회사들은 올해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에게 있어 잡은 고기인 내수 소비자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규모의 경제"는 거대한 생태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일정한 실적은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인 여론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잡은 고기라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죽게 된다. 새로운 고기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잡은 고기는 더욱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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