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 인도미술박물관 인도는 어떤 나라일까. 인류 문명의 발상지, 아직도 신분제도가 지켜지는 곳, 힌두교, 간디, 길거리 걸인도 성자인 나라, 꼬맹이들도 19단을 술술 외는 나라, IT강국이자 발리우드 (Bollywood) 영화로 할리우드를 뺨치는 나라....등등 저마다 대답들은 모두 다르지만 ‘인도’ 하면 ‘신비스런 나라’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 신비스런 나라의 그림과 공예품, 생활용품 등을 한 자리에 모아둔 곳이 있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 자리한 인도미술박물관이 그 곳이다. 폐교가 된 옛 금마초등학교를 활용해 지난해 5월 문을 연 인도미술박물관은 신비한 나라 인도의 미술과 전통문화, 고유한 삶의 방식을 두루 보여주는 값진 공간이다.
더러는 이 곳을 ‘박물관고을 영월’에 구색 갖춰 만들어 놓은 공간쯤으로 생각하고 별 기대없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 선입견은 폐교에 만들어진 박물관 주차장(운동장)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굳건하지만 박물관 안으로 입장하는 순간 말문을 잃게 한다. 교실을 개조한 전시실의 장점을 절묘하게 살린 전시내용과 체계적인 구성, 인도 사회와 인도인의 삶을 최대한 전달하고자 애쓴 전문가의 안목과 노력이 문외한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도미술박물관의 탄생은 오랜 세월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쏟아 온 박여송 관장과 남편인 백좌흠 교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 사람은 1981년부터 인도에 살고 여행하며 인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인도지역 연구를 해 온 남편과 함께 박 관장은 인도 전통 염색기법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여러 차례 인도를 주제로 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씩 모아 온 다양한 소장품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 곳에 박물관을 열었다.
인도 미술은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바탕으로 수많은 신화와 의식 속에 인도만의 독특한 전통을 고수해 오고 있다. 다양하고 방대한 인도 미술세계를 이 곳에서는 세 부분의 전시실로 나눠 그림, 조각, 공예품 등으로 전시하고 있다.
제1 전시관은 칼람카리, 두루마리, 파타, 세밀화 등 지역별 그림과 함께 여러 부족민의 그림을 전시했다. 칼람은 남인도 여인들이 매일 아침 집 앞이나 거실 등에 쌀가루, 돌가루, 꽃잎 등을 사용해 기하학적 문양을 그리는 민속미술이다. 신의 축복을 가정으로 불러들이는 기도이자 명상으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는 예술이다. 칼람은 지역에 따라 랑골리, 알파나, 아리파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점과 선으로 기하학적 문양을 만들어내는 그림이다. 그야말로 인도 문화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제3 전시관에는 다양한 조각을 선보인다. 인도 여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부처상, 힌두신상, 나가 패널, 탈, 부장품 등이 신비롭게 보인다. 복도에 전시한 섬유공예품과 철제공예품, 도기, 테라코타, 장신구 및 생활용품 등도 인도의 다양하고 신비한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이 곳이 보여주는 박물관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방문객이나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점이다. 인도 미술기법들에 대한 체험과 헤나 보디페인팅, 인도 의상문화 체험등 다양한 인도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인 왈리 페인팅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왈리부족들이 그들의 삶의 모습과 신들의 이야기를 흙벽 위에 소똥을 바른 후 흰 쌀가루로 그린 그림이다. 왈리 페인팅 체험은 패널 위에 흙을 갈라지지 않게 칠한 후 쌀가루를 개서 붓이나 막대 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체험이다.
이 밖에 인도영화상영, 요가·명상교실 등도 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체험 중 하나는 인도 홍차 체험. 아름다운 인도미술품을 감상하며 제대로 끓인 인도 ‘짜이’를 맛보는 경험이 특별하다.
*찾아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신림IC → 영월·주천·법흥사 방면으로 우회전 → 신림황둔로 → 신림터널 → 솔치터널 → 신일 4거리 → 송학주천로 우회전 → 인도미술박물관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